통영 중앙시장
우리나라 남해는 싱싱합니다. 싱싱한 남해바다와 인접한 도시들은 상쾌합니다. 남해안에 접한 도시 중에 통영이 있습니다.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통영은 해산물의 천국으로도 불립니다. 남해안 어항의 중심지로서 다양한 해산물이 푸짐하게 생산되고, 신선한 해산물이 모여듭니다. 통영의 해산물을 만나기 위해서 중앙시장을 찾아가 봅니다.
통영항에 어선들이 정박해 있습니다. 통영항은 이순신 장군의 숨결이 숨 쉬는 곳입니다. 한산대첩 승리의 함성이 잊히지 않고 있습니다. 통영은 아름다운 미항으로서 이를 극찬한 문인들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시인 백석의 '통영2'라는 시를 읽으면 통영으로 마구 떠나고 싶게 만듭니다. '통영2'의 일부를 발췌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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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북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서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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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고 싶은 곳, 통영 앞바다에 있는 시장이 바로 중앙시장입니다. 통영은 남해안 어업의 중심지로서 갖가지 물 좋은 생선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중앙시장은 통영을 대표하는 시장입니다.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통영의 바다와 함께한 명품 시장입니다. 농산물, 축산물 등도 판매가 되고 있지만, 지리적 특성상 신선한 수산물이 가득인 곳입니다. 특히나 펄떡이는 물고기의 활어가 넘실대는 곳으로 더욱 유명한 곳입니다. 무엇보다도 가격이 무척 착해서 좋은 곳입니다.
시장 이곳저곳에서 싱싱한 물고기들이 펄떡이고 있습니다. 녀석들이 어찌나 힘이 좋은지, 바구니 안에 가만있지를 못합니다. 생선 종류도 많더군요. 우럭, 광어 정도는 기본이고, 다양한 생선들이 낯선 이방인의 시선을 사정없이 사로잡습니다. 물건 파는 아주머니들은 오가는 손님을 붙잡고 흥정을 합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따로 재고할 것도 없겠더군요. 생선이 정말 저렴하더군요. 대도시의 식당에서 먹는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었습니다. 정말 이 가격이 맞는가? 의심할 정도였지요.
사진 속의 바구니에 담긴 생선이 2만 원, 3만 원 합니다. 말 잘하면 전어 몇 마리는 서비스로 올라가고요. 펄떡이는 생선을 보는 것만으로도 싱싱함이 전해지고, 배가 불러오는 것 같습니다.
활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삼, 개불, 미역, 조개 등 여러 가지 수산물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주머니께서 홍합 손질에 여념이 없으시군요. 이제 날씨가 쌀쌀해지면 굴 손질로 바쁘게 움직이실 듯합니다. 통영은 전국 굴 생산량의 60%를 차지합니다.
미역, 멸치, 홍합, 꼴뚜기 등도 보입니다. 통영은 멸치가 특히 유명합니다. 통영시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통멸이 입니다. 통멸이는 통영 멸치를 줄인 것으로 통영하면 멸치가 상징처럼 떠오릅니다. 조선시대에는 통영 멸치젓을 왕에게 진상했다고도 하고요.
수산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농산물도 만날 수 있습니다. 달콤한 무화과, 알록달록 예쁜 파프리카 등도 시장 구경을 더욱 즐겁게 합니다.
장어
전복, 새우
음료 파는 차량인데, 할인 이벤트 내용이 재밌습니다. 여기 사장님은 분명 남자가 맞군요. 저라면 김태희, 김혜수, 이나영, 윤아는 공짜입니다.
시장에서는 활어뿐만이 아니라, 말린 생선, 생물, 젓갈 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생물은 고등어와 갈치가 주로 보이더군요. 갈치의 크기가 엄청나더군요. 물도 좋아 보이고요. 대형마트에서 파는 생선에 비하여 가격도 저렴합니다. 가격이 하도 싸서, 거짓말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아주머니에게 이 가격이 맞냐고 반문해보기도 합니다. 말린 생선, 건어물은 주로 시장 입구 쪽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었습니다.
생선 다듬는 아주머니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다이내믹한 칼놀림에 생선들이 먹음직스러운 횟감으로 재탄생합니다. 원하는 생선을 구매하면, 즉석에서 횟감으로 썰어줍니다. 회를 포장해 갈 수도 있고, 근처 식당에서 초장값(3천 원)만 내고 먹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시간이 애매해서 시장만 둘러보고, 다른 곳에 있는 횟집에서 회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회가 너무 조금 나오는 거예요. 다 저녁에 택시를 타고 중앙시장으로 다시 왔습니다. 다행히도 아직 마무리 못한 아주머니가 계셨고, 2만 원어치 회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답니다. 남자 둘이서 회 먹다 배 터져 죽는 줄 알았습니다. 여기서 제가 소주 2병을 먹었다니까요.
시장을 거니는 동안 사람 사는 냄새 활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주머니들의 경상도 사투리가 노래처럼 들리기도 하는군요. 사람이 우울할 때면 시장을 찾아가 보라고 합니다. 활기가 넘치는 시장 풍경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통영 중앙시장은 아름다운 항구의 모습과 함께, 신선함으로 가득한 시장이었습니다. 아름다운 항구인 통영의 추억은 점점 더해갑니다.
중앙시장 말 그대로 시장은 통영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통영의 다른 여행지로 이동하기에도 좋습니다. 통영의 어지간한 시내버스는 중앙시장 부근을 지나가더군요. 회 한 접시 먹고 소화시킬 겸 해서 시장 뒤편에 있는 동피랑 벽화마을을 거닐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시장 주변으로 통영의 명물 충무김밥집도 많이 있으니, 이래저래 눈과 입이 호강하는 나들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강구안 바닷가를 따라 서호시장까지 거닐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서호시장은 중앙시장과 함께 통영을 대표하는 시장입니다. 서호시장은 새벽에 북적입니다. 밤새 잡아 온 생선이 경매가 이루어져서 바로 공급되는 곳이 서호시장이지요. 신선한 자연산 생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갈 때, 그곳의 시장을 찾아갑니다. 시장에는 그 지역의 산물이 모여드는 중심지입니다. 지역민들의 북적이는 삶 속에서 그곳을 더욱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얻게 됩니다. 통영 중앙시장은 신선했습니다. 펄떡이는 물고기의 신선함이 있습니다.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힘겹게 잡아 올린 생선이 함부로 팔려 나갈 수는 없습니다. 통영 중앙시장처럼 활기가 있고, 신선함이 가득한 곳에서 소비자와 만날 때, 수산물은 그 가치를 더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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