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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날씨가 아주 따뜻해졌습니다. 두꺼운 겨울 파카보다는 산뜻한 색상의 봄옷에 눈길이 더 갑니다. 봄이 오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고 색깔이 있습니다.

저는 노란색 꽃이 생각납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귀여운 꽃을 만나면, 겨우내 닫혀 있던 어두운 마음이 환하게 변신을 합니다. 노란 꽃 중에 힘이 불끈 솟아오르게 하는 산수유 꽃을 만나러 갑니다. 지속, 영원불변의 사랑의 꽃말을 가진 산수유 꽃을 만나러 구례와 이천으로 떠나보겠습니다.

먼저 찾아갈 곳은 구례입니다. 아무래도 봄소식은 아래서부터 올라오니까요. 가수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에 나오는 윗마을 구례입니다. 섬진강 줄기 따라 봄기운이 올라오고, 봄기운은 노란 산수유 꽃으로 피어납니다.


꽃구경하면서 마을로 들어가는데, 할머니 한 분이 저를 불러 세웁니다. 잠깐 와보라고 합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니, 컵 하나를 저한테 주시네요. '산수유 차'라고 합니다. 따뜻합니다. 저보고 그냥 마시라고 하시네요. 선물이었습니다. 산수유 차는 떫으면서도 달콤새콤함이 느껴지더군요.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 산수유차는 더욱 따뜻하고 포근했습니다.




오래전부터 구례의 산수유는 유명했습니다. 왜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산수유를 재배한 곳이 구례이기 때문이지요. 지금으로부터 약 1천 년 전. 중국 산동성에 사는 처녀가 구례로 시집을 오면서 산수유를 가져다 심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초의 산수유나무가 있답니다.




구례에 산수유가 처음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뭐가 맞으니까 이렇게 잘 자라겠지요. 구례는 지리산에서 섬진강으로 이어지는 지형이 산수유 재배에 적합하다고 합니다. 토양과 일조시간도 산수유가 자라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고요. 특히 산수유의 품질을 결정짓는 9월 이후에 강수량이 적은 것도 산수유 재배에 유리하다고 합니다. 구례는 산수유 전국 생산량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산수유의 고장입니다.




마을 안쪽으로 깊이 들어와 봅니다. 마을은 돌담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끼가 끼고, 세월의 흔적으로 어두운색의 돌담이지만, 그 사이사이 노랑 산수유 꽃이 있어서, 바위는 외롭지 않아 보였습니다. 돌담길의 끝에는 맑디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졸졸졸 물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마음속의 묵은 찌꺼기들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입니다.




꽃은 노란색이지만, 산수유 열매는 붉은색입니다. 붉은색 산수유 열매 속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산수유 열매가 자라면 씨와 과육을 분리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기계가 없었잖아요. 사람이 앞니로 분리하게 됩니다. 구례 산동면의 처녀들은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산수유를 작업하게 됩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 작업을 하니 앞니가 많이 닳아있어. 다른 지역에서도 산동 처녀는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좀 쓸쓸하지요. 여기서 반전이 있습니다. 몸에 좋은 산수유를 평생 입으로 분리해 온 산동의 처녀들. 그 산동 처녀들과 입맞춤을 하면 보약을 먹는 것보다 이롭다고 알려진 것이지요. 그래서 산동의 처녀들과 서로 결혼하려고 총각들이 줄을 섰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구례에서는 사랑을 맹세하기 위해 산수유 꽃과 열매를 연인에게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구례에서는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산수유 꽃 축제가 열립니다. 축제의 부제는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 산수유 꽃과 사랑. 어울리죠?




서울 기준으로 보면 구례까지 가는 길이 좀 멀지요. 그러면 산수유 꽃을 못 본단 말인가? 아닙니다. 볼 수 있습니다. 경기도 이천도 산수유 꽃이 가득합니다. 정확히는 경기도 이천 백사면 도립리입니다.


어떤 연유로 이천에는 산수유가 많을까요? 그 해답은 마을 앞에 있는 '육괴정'이라는 건물에 있습니다. 조선 중종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519년 기묘사화를 피해 6명의 선비가 이곳으로 낙향하여 정자를 짓고 느티나무와 산수유나무를 심은 것이지요.




그러면 왜 산수유나무를 심었을까요? 산수유는 원래 선비들이 많이 심었다 해서 '선비꽃' 이라고도 합니다. 봄에는 선비의 상징인 노란 꽃이 피고, 여름에는 향기 나는 잎을 볼 수 있고, 가을에는 자수정 같은 열매가 달리고, 겨울에는 마디마디 아름다운 눈꽃을 보게 해주기 때문이지요. 




마을 안으로 슬슬 걸어 올라가면서 산수유 꽃을 둘러봅니다. 겨우내 얼었던 시냇물도 봄기운을 맞아 졸졸졸 흘러가고 있습니다. 땅에는 푸릇푸릇 풀들이 올라오고 있고요. 이천의 산수유 마을에도 돌담이 많이 있더군요. 돌담길을 거닐며 만나는 노란 산수유 꽃이 예쁩니다. 




산수유를 먹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에는 산수유막걸리를 먹어봤습니다. 연한 보랏빛의 산수유 막걸리가 어느새 바닥을 보입니다. 산수유 열매가 매달려 있네요. 작년에 수확할 때 떨어지지 않고 굳건히 버티고 있는 녀석입니다. 산수유 열매는 가을에 수확합니다. 산수유 열매는 시력, 청력 향상에도 좋고, 특히 흰머리 나는 것을 방지한다고 합니다.




이천시 백사면에 있는 산수유나무들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이곳에서 산수유를 재배한 지 500년 정도 되었고요. 백사면 도립리, 송말리, 경사리 등 원적산 일대에는 수령 100년 이상 된 고목을 포함하여 약 1만 7천 그루의 산수유나무가 있다고 합니다.




이천에서도 산수유축제가 열립니다. 4월 12일부터 14일까지. 이천에서 쌀밥도 드시고, 도자기체험도 하고, 온천욕도 하면 포근한 봄나들이가 될 것입니다. 




노란 산수유를 보니 제 마음도 밝아집니다. 여러분 마음도 밝아지면 좋겠습니다. 노란색의 산수유가 붉은색의 산수유로 예쁘게 잘 익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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