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이의 경고 ..
저는 조카가 3명 있습니다. 9살, 5살, 1살 .. 이중에서 외삼촌을 가장 잘 따르는 녀석은 9살 지민이입니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 .. 제 블로그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녀석입니다.
지민이는 동물을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미래에 동물학자가 되겠다 할 정도니까요 .. 지민이는 상상력이 풍부합니다. 아이가 완전 감성적이지요 .. 때로는 너무 감성적이어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 아무튼 표현력 하나는 대단단 아이입니다.. 머리도 좋고요 .. 한 번 본 것은 잊어버리질 않네요 .. 그런데 수학은 못하더라는 .. ㅋㅋ
지민이는 주말이 되면 저희집으로 옵니다.. 지민이 외갓댁으로 오는 것이지요 .. 집에서는 아빠, 엄마의 간섭이 많아서 편하게 못 노는데, 외갓댁에 오면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여력이 많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도 맘대로 보고, 쿵쿵 거리면서 뛰어다녀도 되고, 할머니가 먹을것도 많이 사주고 .. 1주일에 쌓인 스트레스를 외갓댁에 와서 풉니다..
그런데 이게 문제입니다.. 뭐가 문제냐? 이 녀석이 꼭 제 방에 와서만 놀아요 .. 쾌쾌하고 정리 안 된 제 방에서만 놉니다.. 애들이 어려서부터 제 방에서 방방 뛰어 놀게 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 좀 커서도 그러니 ..
그러던 어느 날 .. 제가 제 방에서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딘가에 원고를 보내야 할 일이 있어서 정신없이 타자를 치고 있었지요 .. 가뜩이나 머리가 안 도는데 .. 글도 안 써지고 .. 답답해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 날도 지민이는 제 방에 들어왔고 .. 그림도 그리고 책도 보면서 혼자 잘 놀더군요 .. 그런데 .. 삼촌이 예전처럼 잘 놀아주지 않음을 느끼게 되었지요 .. 평상시에는 침대위에서 방방 뛰고, 책도 재밌게 읽어주고 .. 아무튼 이것저것 해주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저를 몇 번 건드려보더니 .. 별 대꾸가 없자 나가네요 .. 그리고서는 스케치북에 사진처럼 글씨를 쓰고, 제 방문 앞에 테이프로 턱 하니 붙여놓고 갑니다..
'오늘부터 이사를 간다. 다음부터 삼촌방에 안간다. 잘가라 삼촌'
이사를 가다니요 .. 저보고 잘 가랍니다.. 아니 왜 내 방에서 내가 쫓겨나야 되나요? ㅋㅋ .. 이거 완전 주객이 바뀌었습니다.. 그 뒤로 지민이가 안 왔냐구요? 안 오긴요 .. 저희집에 오면 .. 제 방에 제일 먼저 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현관물을 열기전부터 지민이가 왔음을 직감했습니다.. 그리고 제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 경고 메세지가 방문에 붙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쉬고 싶습니다. 다음에 연락에 주시면 오세요'
경고를 무시하고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 지민이가 혼자서 이것저것 하면서 놀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 뭐가 그리 바쁘셨는지.. 힘드셨는지 .. 푹 쉬고 싶으신가 봅니다... ㅎㅎ .. 그런데 연락은 누구한테 해야 되나? .. 그리고 지민이가 제 방에서 쉬겠다고 하면, 저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저도 쉬고 싶은데 말입니다... ㅋㅋ
못난이 이지민 ..
삼촌에게 늘 경고성 메세지를 날리지만서도 .. 이 날 피자 먹을 때 .. 삼촌꺼 제일 먼저 챙긴게 지민이라고 하네요 .. 감성이 너무 풍부해서 난감할 때도 있지만서도 .. 맨날 아기인줄로만 알았는데 ..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게 기특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만만한 삼촌이 되어 줄테니 ..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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