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남성식당
경상남도 마산을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행정구역상 창원시 마산합포구가 되었습니다. 여름휴가의 첫 번째 행선지입니다. 휴가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지만 제 직업 특성상 이틀 연속 어딜 다녀오면 다 휴가입니다.
창원에는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도 기분 좋은 친구들입니다. 친구들은 저녁에 보기로 하고 낮에 홀로 마산 일대를 돌아다닙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는데 밥을 먼저 먹습니다. 마산의 별미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것은 복국입니다. 마산은 복요리거리가 있을 정도로 복집이 많습니다. 그래 이거다. 그러면 그 많은 복집 중에 어디를 가야 한단 말인가? 남성식당을 선택합니다. 여성도 갈 수 있는 남성식당입니다.
마산까지 가는 여정이 단순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사는 경기도 평택에서 마산까지 한 번에 가는 기차가 있긴 있습니다. 하루에 3번 다니더군요. 시간대가 맞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차 환승을 해서 가기로 합니다. 평택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부산까지 경부선을 따라가다 밀양 삼랑진역에 정차합니다. 삼랑진역에서 경전선을 타고 마산역까지 갑니다.
2009년에 삼랑진에 있는 만어사를 가기 위해 삼랑진역에 내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와 변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변하지 않는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뭔지 모를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그렇게 저렇게 평택에서 기차를 탄지 5시간만에 마산역에 도착합니다. 기차 안에서 편하게 자느라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장시간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인지라 흥분되기도 하고요.
이제 마산역에서 복요리거리가 있는 오동동까지 가야 합니다. 낯선 이방인은 잠시 당황합니다. 버스를 어디서 타야 되는 거야? 그 고민은 바로 해결됩니다. 역 광장으로 나오니 몇 대의 버스가 보입니다. 버스 노선도를 보니 오동동 아귀찜 거리 가는 버스가 몇 대 있더군요. 친절하게 시간표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오래 기다리지 않고 오동동으로 출발합니다.
10여분을 달리니 오동동아구찜거리라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오동동까지 오면서 바라본 마산은 회색의 느낌이었습니다. 한 때는 우리나라 7대 도시 중의 하나였는데 지금은 그때의 영화는 찾아볼 수 없고 쇠락해가는 모습입니다. 다음날 찾아갔던 창원과 비교하면 그 모습은 더욱 대조적이었고요. 창원은 새것의 냄새가 많았거든요.
마산은 아구찜이 유명합니다. 아귀찜의 원조가 마산이라는 사실. 아귀찜 거리 길 건너 바닷가 쪽으로 걸어가면 복요리거리가 나옵니다. 그런데 거리가 썰렁하네요. 주말이어서 그런가? 주말이면 사람이 더 많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복요리거리.
얼마전까지만해도 복요리거리 앞에는 바다였다는군요. 매립하면서 도로가 생기고 건물이 올라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복요리거리 앞으로는 마산어시장이 있습니다. 어시장이 썰렁합니다. 이거 뭐지? 마산 어시장은 규모가 큰 것으로 아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안쪽으로 더 들어가야 했더라고요. 생선이 정말 저렴합니다.
복요리거리에는 30개 정도의 복요리 집이 있답니다. 그러면 왜? 이 집을 선택한 것이냐? 라고 물으실 텐데 이 집이 마산 복요리거리가 있게 만든 진짜 원조집이기 때문입니다. 식당 입구에도 원조의 포스를 느낄 수 있는 강렬한 '원조' 문구가 확 눈에 띕니다. 식당을 처음 만든 분은 작고하셨다는군요.
남성식당은 박정희 대통령이 찾은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박정희가 마산 수출자유지역을 방문했다가 남성식당에서 식사하고 갔다 합니다. 그 뒤로 식당이 유명해지고 복집이 하나둘씩 만들어지면서 지금의 복요리거리가 만들어지게 되었다는군요. 원래 마산, 통영 쪽에서 복어가 많이 잡히기도 했다네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느 백발의 어르신이 손님을 반깁니다. 어르신에게서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하지만 보이지 않는 정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식당이 썰렁합니다. 그렇다고 손님이 없을 시간도 아니었습니다. 한창 점심시간으로 붐벼야 될 시간이었거든요. 이거 유명한데 맞아?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복국의 종류가 많습니다. 사실 저는 복국을 이번에 처음 먹는 것입니다. 뭘 아는 게 있어야 물어보고 주문을 할 텐데. 인터넷 검색에서 가장 많이 봤던 까치복을 주문합니다. 검색에서 얼핏 봤을 때 참복, 졸복은 생물이 별로 없다네요. 가격도 좀 쎄네요. 복수육은 어떤 맛일까 궁금합니다. 오른쪽에 전통명가라고 있는 것은 창원시에서 지정한 것입니다. 한 분야에서 50년 이상 운영 중인 곳을 선별하여 전통명가로 지정했습니다.
복국의 원조라는 기사. 착한 가게(역사와 스토리) 지정서.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 등등 식당의 역사를 설명하는 자료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식당 구경을 하고 있는 사이 쟁반에 복국과 반찬이 함께 등장합니다. 먼저 반찬 보시고요. 복국과 어울린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저는 연근하고 다시마에만 손길이 가더라고요. 복국 먹다 보면 다른 반찬이 별로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이 까치복국입니다. 매운탕보다는 맑은탕(지리)이 생선 본연의 맛을 즐기기에는 더 좋습니다. 생선이 싱싱하면 더 그럴 것이고요. 싱싱한 바다향기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맑은 국물 위에 파송송 떠다니고 있습니다. 콩나물과 미나리가 아삭함을 담은 체 잠겨 있습니다. 다진 마늘도 들어있는데 마늘향이 강하지는 않았습니다.
복어의 색과 문양이 참 예쁩니다. 복은 5~6 덩어리로 나뉘어서 있습니다. 야들야들한 복어의 살이 맛나더군요. 콩나물과 미나리의 향은 복어의 맛을 더욱 좋게 해 줍니다. 국물이 아주 개운합니다. 이래서 복국을 먹는가 보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식당을 나와서도 오랫동안 그 맛이 남습니다.
복어는 초장에 찍어서.
제가 뛰어난 미식가는 아니지만 복국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남성식당이었습니다. 앞으로 복국 먹을 기회가 있다면 이날의 맛이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여행에서 그 지역의 별미를 찾아 먹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즐거움입니다. 그러고 보니 마산 오미 중에서 2가지를 먹어봤습니다. 오미는 아귀찜, 복국, 전어, 미더덕, 국화주입니다. 이번에 전어도 먹을 수 있었는데 못 먹었습니다. 마산어시장에서 전어가 1킬로에 1만 원이더군요.
복국 포스팅 잘 봐주시고 복(福)도 많이 담아가실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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