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모살물
제주올레길 20코스를 완주하였습니다. 20코스는 김녕에서 하도까지 이어지는 길입니다. 종착지에 있는 해녀박물관을 구경하고 버스로 제주터미널까지 왔답니다. 하루 종일 비바람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고자 터미널 옆 목욕탕에 들어갔습니다. 뜨끈한 물에서 몸을 녹이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이제 정신도 제대로 차렸고 밥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우리 또 아무거나 먹을 수 없습니다.
신제주로터리 부근에 있는 모살물이라는 횟집을 가기로 합니다. 모살물은 모래가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라는 뜻입니다. 관광객 상대로 대단하게 나오는 그런 집은 아닙니다. 동네사람들 오고 가다가 술 한 잔 기울이는 선술집 스타일. 요 근래는 많이 알려져서 여행자들도 종종 찾는다는군요.
저녁시간 식당 안에 빽빽하게 사람들로 가득입니다. 식당 들어가서 한쪽은 신발 벗고 올라갈 수 있고 오른쪽은 의자에 앉아서 먹을 수 있습니다. 한쪽에 조용히 앉아봅니다. 후배아이 팔뚝이 보이네요. 웅성웅성 시끌벅적 조용히 뭘 먹는 분위기는 아니에요. 저는 촌놈이라 그런지 이런 분위기가 더 좋습니다.
이 집이 인기 있는 첫 번째 이유는 가격입니다. 3인분 大가 3만 원, 2인분 小가 2만 원입니다. 단순계산으로 1명당 1만 원만 들고 가면 맛있게 회를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 우리는 두 명이니까 小짜리로 주문합니다. 우럭, 객주리(쥐치) 조림도 맛있다고 합니다. 소라, 멍게, 생굴, 문어가 1 접시에 1만 원. 점심메뉴로는 회덮밥(6천 원), 우럭조림, 쥐치조림(2만 원) 등도 있습니다.
이제 하나둘씩 밑반찬이 깔리기 시작합니다. 회를 찍어먹을 수 있는 간장, 쌈장, 초고추장 나오고 김치도 있고요. 2만 원, 3만 원짜리 모둠회 먹으면서 화려한 밑반찬(스끼다시)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딱 먹을만한 것만 나오는데요. 그중에서 특색 있는 것이 저 앞에 고추 뒤에 있는 회무침하고 오른쪽에 있는 배추와 다시마입니다. 요 두 개만으로도 가볍게 달릴 수 있습니다. 짜릿하게 소주 한 잔 털어 넣고요.
밑반찬의 뽀인트가 나와주는군요. 고등회와 갈치회가 등장합니다. 기본 밑반찬으로 나오는 거예요. 선도도 좋아 보이고요. 제주도의 별미로서 참 좋습니다. 요즘은 육지에서도 고등어회와 갈치회가 있다고는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별미였습니다. 밑반찬은 계절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미역국이 나옵니다. 이것도 기본으로 나오는 밑반찬입니다. 생선 서더리 넣고 끓여낸 것인데 구수한 것이 제 입에 잘 맞습니다. 이 미역국은 리필해서 몇 번 더 먹었습니다. 제가 또 미역국을 좋아라 합니다. 육지에서는 주로 고기 넣고 많이 끓입니다. 제주도 오면, 다양한 해산물로 미역국을 끓여냅니다. 이 미역국 덕분에 술이 덜 취하는 것 같아요.
이것이 모둠회 2인분입니다. 처음에 나왔을 때는 양이 좀 적지 않나라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결코 적은 양이 아니라는 거. 한 점 딱 집어서 입 안에 넣으니 행복해지네요. 아 조으다 조으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후배와 저 기분 좋아져서 조금 더 달려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라 한 접시 추가로 주문해 봅니다. 소라는 제주도에 오면 아니 먹을 수 없는 저의 완소 아이템입니다. 싱싱한 소라의 향기와 오도독 거리는 식감은 기분을 좋게 해 줍니다. 이 소라회로 마무리 잘하고 술 잔도 바닥이 보이고 이제 일어나서 공항으로 향합니다.
신제주로터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입니다. 저는 제주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에서 버스 타고 신제주로터리에서 내려서 걸어갔습니다. 공항 하고도 가깝고요. 택시 타면 3천 원 정도. 그렇게 큰 규모의 관광객 상대의 횟집은 아닙니다. 포장마차, 선술집이라 할 수 있는 자그마한 곳입니다. 여행길에는 밑반찬 화려하게 나오는 커다란 횟집은 잘 안 가게 되더라고요. 그 지역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이런 동네횟집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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