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가볼만한곳 .. 봄 햇살 가득 머금은 노란 별빛 .. 유기방가옥 수선화축제

서산 유기방가옥 수선화축제

 

봄 하면 초록, 핑크, 노랑 등 생기있는 색이 생각납니다. 이중에서 노랑을 만나보려 합니다. 노랑 꽃망울을 자랑하는 꽃이 있습니다. 개나리, 유채꽃 여기에 하나 더 수선화가 있습니다. 충청남도 서산에 수선화로 유명한 곳이 있습니다. 서산시 운산면에 있는 유기방가옥을 찾았습니다. 수선화가 있는 풍경은 어떨지 떠나봅니다.

 

 

제6회 유기방가옥 수선화 축제 '수선화가 있는 풍경'이 열리고 있습니다. 3월 20일부터 시작한 행사는 4월 22일까지 이어집니다. 축제기간은 수선화 개화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관람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입니다. 평상시에는 무료입장인데, 축제 기간에는 입장료가 있습니다. 어른 5천 원

 

 

 

 

 

평일임에도 주차장에 차가 많습니다. 이런 주차장이 한 면 더 있었습니다.

 

저는 유기방가옥까지 버스 타고 갔습니다. 물론 자가용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버스 타고 가는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완행버스 타고 가는 여행길의 재미가 있습니다. 

 

우선 천안터미널로 갑니다. 운산행 버스를 탑니다. 천안터미널에서 서산, 태안 등으로 가는 버스 중 일부가 운산을 거쳐 갑니다. 운산은 터미널이 아니고 정류장입니다. 천안에서 운산까지 2시간 걸리더군요. 운산정류장에서 버스 진행방향으로 걸어가다 운산초등학교에서 우회전해서 쭉 걸어가면 됩니다. 20분 정도 걸어가면 됩니다. 봄햇살을 맞으며, 걷는 20분이 즐거웠습니다. 사이사이 수선화도 보이고요.

 

나중에 집에 올 때 보니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당진터미널이나 서산터미널로 옵니다. 그러면 운산 가는 버스가 더 많습니다. 당진과 서산을 오가는 버스 대부분이 운산에 정차합니다.

 

천안터미널에서 운산행 버스 시간표는 천안터미널 홈페이지로 들어가면 알 수 있습니다. PC로 알아보는게 편하더군요. 스마트폰으로 보면 앱을 깔라고 해서 불편했습니다. 버스 시간표는 사전 예고없이 변경될 수 있으니, 출발하시기 전에 다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2019년 4월 시간표)

 

 

1시간 35분 걸린다고 나왔는데, 실제로는 2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한복대여점이 있습니다. 캐리커처 그리는 것은 어느 축제장에나 있는 것이고요. 축제장 앞에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천막이 있습니다. 한복대여점 옆으로 식당이 있고요. 식당에서는 사골곰탕, 도토리묵, 잔치국수 등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축제장에 들어서자마자 노란 수선화가 눈을 사로잡습니다. 사이사이 만들어진 포토존에서 사진 찍는 분들도 많고요. 저 뒤로 보이는 유기방가옥이 보입니다. 유기방가옥에서는 드라마 직장의신, 미스터선샤인 등을 촬영하였습니다.

 

 

 

 

 

유기방가옥은 1919년에 만들었습니다. 1988년 중문채를 헐고 전통가옥 형태로 대문채를 신축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습니다. 유기방이라는 분이 소유하고 있어서 유기방가옥입니다. 유기방님의 아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화적,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수선화 구경을 해보기로 합니다. 유기방 가옥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수선화가 곱게 피어 있습니다. 아직 나뭇잎이 나오고, 꽃이 피지 않아서 어두운 분위기입니다. 그 속에서 초록의 줄기 위에 노란 꽃송이가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은 장관입니다.

 

 

 

 

 

유기방가옥 뒤편으로 가면 경사진 언덕 위로 수선화가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줍니다. 그야말로 눈이 부십니다. 저 노란 꽃밭에 눕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은 꽃밭 사이사이에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스마트폰이건 값비싼 카메라건 여기서 사진 찍으면 다 작품이 됩니다.

 

 

 

 

 

유기방님이 꽃을 좋아하셔서, 10여년 전부터 조금씩 심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이게 일이 커진 것이죠. 매년 수만 송이의 수선화가 노랗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수선화(水仙花)는 물에 사는 신선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맑고 청초해 보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고급진 이미지도 있고요. 수선화는 겨울 눈밭에 피어난다 해서 설중화(雪中花)라고도 불립니다. 수선화는 그 모양이 금빛 술잔같이 생겼고, 여섯 장의 꽃잎이 있어서 금잔옥대(金盞玉帶)라고도 합니다. 이는 높은 관직과 많은 재물을 뜻하기도 합니다. 

 

 

 

 

 

가만히 보니 수선화를 한 번에 다 심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순차적으로 심고 있었습니다. 유기방가옥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곳은 심은 지 얼마 안 된 수선화가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수선화를 볼 수 있게 하려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축제 기간 내내 수선화를 계속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심고 가꾸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니겠습니다. 원래는 무료입장이었다가 작년부터인가 입장료를 받는다고 하더군요. 이 정도로 꽃 심고 가꾸는 일이라면 입장료 충분히 받아도 된다고 봅니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 ..

 

 

 

 

 

수선화 하면 나르시스(Narcissus)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나르시스는 잘생긴 목동입니다. 양 떼를 몰고 가다 호수에 닿았습니다. 물가에 다가가니 물에 비친 모습이 멋있는 것입니다. 그 모습이 자신이라는 생각은 못합니다. 물에 비친 또 다른 나와 사랑에 빠진 나르시스. 결국 사랑하는 그 모습을 잡으려다 호수에 빠져 죽습니다. 그곳에서 꽃이 피어나니, 그것이 바로 수선화입니다.

 

나르시시즘 하면 자기애가 강한 경우를 말합니다. 수선화의 꽃말은 신비, 자존감이고요.

 

 

 

 

 

저 빈 의자에 누군가와 함께 앉아보고 싶은 ..

 

 

 

 

 

노란 수선화, 노란 산수유, 그리고 파란 하늘

 

 

 

 

 

언덕 위의 수선화. 수선화 하면 생각나는 시.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를 옮겨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시입니다. 외우고 있는 시 이기도 하고요.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의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양희은님이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제목으로 노래도 불렀습니다. 이지상, 안치환 등도 불렀는데, 저는 양희은님이 부른 것이 좋습니다. 아래 유튜브 링크 걸어둡니다.

 

https://youtu.be/6vKWw_hsDic

 

 

 

 

 

 

유기방가옥 뒤편으로 커다란 나무 한 그루에 눈길이 갑니다. 비자나무입니다. 유기방가옥이 있는 마을이 운산면 여미리입니다. 여미리에는 전주 이씨(예민 이씨) 문중이 모여 삽니다. 문중의 증손인 이택이라는 사람이 제주도에서 흙과 비자나무 씨앗을 갖고 와서 심은 것이랍니다. 1675년에 심었다고 하니, 약 350년 가까이 된 나무입니다. 높이 20m, 둘레 2.5m의 큰 나무입니다.

 

이 나무가 단순히 크고 높다 해서 중요하게 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자나무는 남부지방의 따뜻한 곳에 사는 나무입니다. 제주도에 비자림이 있고요. 그런데 서산은 중부지방입니다. 지리적으로 비자나무가 잘 살 수 있는 곳이 아님에도 350년 가까이 살아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무가 멋있습니다.

 

 

 

 

 

비자림 근처에서 바라본 유기방가옥과 수선화

 

 

 

 

꽃구경한다고 사진 찍는다고 수선화 꽃밭 아무데나 들어가지 마셨으면 합니다. 비싼 카메라 들고 수선화꽃밭 가로질러 가는 사람 봤는데 우리 그러지 맙시다.

 

자가용으로 가기에 어렵지 않습니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에서 가깝습니다. 유기방가옥과 함께 해미읍성, 간월도, 개심사 등과 엮으면 봄나들이 여행코스로 딱 맞습니다. 4월 중순 넘어가면 개심사도 벚꽃 피니 날짜 잘 맞춰가면 좋으실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