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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당일치기 기차여행

충청남도 홍성을 아십니까? 제 생각에는 모르는 분이 더 많지 않을까 합니다. 특별한 관광지가 있는 곳도 아니고, 인구가 많은 곳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홍성은 충청남도 중심에 있는 고장입니다. 예로부터 지역의 중심으로서 큰 역할을 한 고장이기도 합니다. 

충청남도 홍성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지금 2월에 홍성을 가야 할 이유가 있기도 했습니다. 기차 타고 버스 타고 걸으면서 홍성을 즐겨보았습니다. 


제가 사는 평택에서 홍성까지는 기차를 이용했습니다. 홍성은 장항선이 지나갑니다. 장항선은 고속열차가 정차하지 않습니다. 무궁화호를 탑니다. 고속열차의 빠른 것도 좋지만, 기차여행은 무궁화호 타고 갈 때 느낌이 더 좋습니다. 덜컹덜컹 거리는 것이 내가 기차를 타고 있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됩니다. 



평택에서 천안, 아산까지는 여행의 큰 감흥은 없습니다. 이쪽은 도시가 발달하면서 기찻길 옆으로 고층건물이 많습니다. 어쩌면 아침 출근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산을 지나가면 농촌 풍경이 이어집니다. 겨울의 들녘은 쓸쓸합니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제 들녘에는 푸른잎이 돋아날 것입니다. 여행자는 창밖으로 이어지는 전원의 모습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담아냅니다. 



평택역에서 1시간 남짓 달린 기차는 홍성역에 무사히 도착합니다. 홍성역은 홍성 시내에서 살짝 벗어나 있습니다. 장항선 선로를 직선화하면서, 기차역이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 새롭게 만들어졌습니다. 

홍성(洪城)는 홍주와 결성이 합쳐진 지명입니다. 홍주는 큰 고장이었습니다. 고려말 홍주목이 설치되었습니다. 목(牧)이라는 행정구역은 지금으로 치면 도청소재지 또는 광역시급입니다. 홍주목은 충청도 서북부 지역을 관할하였습니다. 일제강점기에 홍주와 결성이 합쳐져 홍성이 되었습니다. 홍성의 북쪽 홍북면에 내포 신도시가 만들어졌고, 충청남도청이 대전에서 내포 신도시로 이전하였습니다. 



2월에 홍성을 가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남당항을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2월이면 홍성 남당항에서는 새조개 축제를 합니다. 헌조개 아니고 새조개입니다. 그 새가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2월에는 새조개를 먹어야 합니다. 새조개가 양식이 안 된답니다. 자연산만 있다는군요. 자연산 나는 곳이 홍성하고 여수입니다. 산 넘고 물 건너 홍성 남당항으로 향합니다. 

홍성역에서 11시 10분 버스를 타고 남당항으로 향합니다. 



버스는 홍성 시내로 접어듭니다. 신호에 걸려 버스가 잠시 멈췄습니다. 어딘가 낯익은 인물의 동상이 보입니다. 김좌진 장군입니다. 청산리전투를 승리로 이끈 김좌진 장군의 고향이 홍성입니다. 올해 2020년은 청산리전투가 일어난 지 100주년 되는 해입니다. 김좌진 장군의 모습에 더욱 힘이 느껴집니다. 

홍성에 왔으면 한 번쯤은 생각해보고 가야 할 역사적 위인이 4명 있습니다. 김좌진 그리고 한용운, 최영, 성삼문입니다. 긴 설명 필요없는 분들이지요. 홍성역 밖으로 나오면 이분들에 부조상과 생애를 볼 수 있습니다. 여행 출발 전 한번 보고 가셔도 좋을 것입니다. 



그렇게 1시간여를 달린 버스는 남당항에 정차합니다. 승객이 버스 타면서 카드를 찍을 때 '행복충전입니다'라는 멘트가 나옵니다. 요거 듣기 좋았습니다. 남당항에 다다르기 몇 정거장 전부터 버스 정류장 이름이 남당항입니다. 초행자는 헷갈리겠더군요. 마지막으로 남당항이라 할 때, 사람이 우르르 내릴 때 같이 내리면 됩니다. 그리고 저는 버스 뒤로 보이는 '미선이네 벌써 소문난집'으로 새조개 먹으러 들어갑니다. 



이것이 바로 새조개입니다. 조개껍데기만 볼 때는 다른 조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게 껍데기를 벗고 살을 내보이면 확실히 다릅니다. 조갯살 모양이 새 부리처럼 생겼다 해서 새조개입니다. 새조개는 샤부샤부로 먹습니다. 육수에 10초 정도 담갔다 꺼내 먹으면, 새조개 특유의 달큼함이 입안에서 은은히 번집니다. 역시 새조개는 맛있습니다. 먹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여기는 남당항입니다. 남당항 내 새조개 가격은 같습니다. 남당항 새조개 축제는 1월 18일부터 2월 29일까지입니다. 축제 기간이 끝나고 3월이 되어도 새조개는 먹을 수 있습니다. 축제라고는 하나 남당항 일대는 축제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새조개와 기타 등등 여러 가지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남당항을 구경합니다. 남당항 앞바다는 천수만이라 불립니다. 천수만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이 많이 나옵니다. 남당항만 해도 새조개, 대하, 주꾸미 등 서해의 보석 같은 해산물이 많습니다. 남당항은 이런 해산물을 판매하는 식당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바닷물이 빠지고, 갯벌의 속살이 드리우는 모습이 멋있습니다. 서해의 이런 갯벌의 모습을 좋아합니다. 



남당항에서 홍성으로 가지 않고, 광천으로 향합니다. 광천에는 젓갈백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성역에서 남당항까지 오는 버스 번호는 276번, 남당항에서 광천까지 가는 버스도 276번입니다. 같은 버스가 이어가는 것입니다. 좀 전에 버스 내린 곳에서 기다리면, 정해진 시간에 맞춰 버스가 도착합니다. 13시 55분 버스에 오릅니다. 



버스에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조용조용한 풍경. 창 밖으로 보이는 낯선 풍경과 동네이름. 밖은 차디찬 공기지만, 창을 타고 들어오는 햇살은 따사롭습니다. 꾸벅꾸벅 졸아도 아무 문제 없는 시공간입니다. 버스는 결성에서 길게 정차한 후 다시 광천으로 달립니다. 



30여 분 달린 버스는 광천버스터미널에 도착합니다. 광천터미널 옆으로 광천토굴새우젓시장이 이어집니다. 시장은 조용했습니다. 시장 다니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 때문만은 아닌듯합니다. 

바다가 가까우니 여러 해산물이 많이 보입니다. 물메기가 인상적입니다. 2월에 먹는 물메기탕이 참 맛있다는데 아직 못 먹어봤습니다. 동해안 곰치국은 여러 번 먹었는데, 곰치와 물메기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둘이 생긴 것은 비슷합니다. 같은 생선이라고도 하고, 다른 생선이라고도 하고.



광천은 새우젓이 유명합니다. 새우젓 숙성을 토굴에서 한답니다. 일제강점기 광산이 생기면서 토굴이 생겼답니다. 그 토굴에 새우젓을 넣고 숙성을 시킨 것입니다. 광천토굴새우젓시장에서는 토굴을 볼 수 없고, 남쪽으로 2㎞ 정도가면 토굴이 있는 새우젓 가게들이 모여 있습니다. 광천하면 김도 유명합니다. 시장에서 김도 직접 맛보고 살 수 있습니다. 



시장ㄹ안에 들어가서 때 이른 저녁을 먹습니다. 광천에 왔으니 조금은 특별한 메뉴를 주문합니다. 젓갈백반입니다. 백반은 백반인데 반찬으로 여러 가지 젓갈이 나오는게 특징입니다. 음식 나온 것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간장게장 포함해서 8가지의 젓갈이 올라왔습니다. 이거 완전 밥 도둑입니다. 점심을 그렇게 많이 먹고도, 밥이 쉴 새없이 들어갑니다. 이번 홍성여행은 든든합니다. 



광천역



광천역에 기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광천역, 광천토굴새우젓시장, 광천버스터미널이 가깝게 모여 있습니다. 기차 타고 올라가는 길에 노을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천역에서 기차 타기 전, 역 앞에 마트에서 맥주를 샀습니다. 노을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면서 오늘 하루를 뒤돌아 보았습니다. 


충청남도 홍성으로 떠난 겨울 당일치기 기차여행입니다. 기차 타고 버스 타고 걷는 여행길, 2월의 별미 새조개도 멋고, 광천의 별미 젓갈백반도 먹고요. 홍성에는 바다음식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홍성은 한우도 유명합니다. 광시 한우라고 한우 거리도 있습니다. 다음에는 한우도 맛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나 이번 여행길은 특별한 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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