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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선암사

 

한때는 불국토라 불릴 정도로 불교가 국가의 중심사상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 곳곳에 이름난 고찰이 많습니다. 특히 산에 지어진 산사는 특별한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종교적, 철학적으로 완전히 이해를 못한다 해도, 산사를 찾아가는 일은 의미 있습니다. 특히 전라남도 순천에 있는 선암사는 꼭 가봐야 할 고찰이자 산사입니다.

 

 

1박 2일의 여수, 순천 여행길입니다. 첫날은 여수에서 보냈고, 둘째 날은 순천을 다니기로 합니다. 순천에서는 선암사를 구경하고 굴목재(천년불심길)을 지나 송광사까지 가기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순천역에서 버스를 타고 선암사 주차장으로 왔습니다. 주차장에서 선암사까지는 20~30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이 숲길 풍경이 아주 좋습니다. 선암사 앞 승선교, 강선루를 지나 선암사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선암사 경내로 들어갑니다.

 

순천역에서 선암사까지 가는 여정이 궁금하시면

https://raonyss.tistory.com/2174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太古叢林 曹溪山 仙巖寺)라고 쓰여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 깊게 볼 것이 '태고총림'입니다. 우리나라 불교는 여러 개의 종파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가장 큰 종파는 조계종입니다. 대부분의 절이 조계종에 속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조계종 다음으로 태고종, 천태종, 화엄종 등이 있습니다. 선암사는 태고종의 가장 큰 절입니다.

 

조계종과 태고종 뿌리는 같습니다. 고려시대 때 태고 보우 스님이 종조입니다. 두 종파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현대에 와서 불교계 내분이 일어나면서, 조계종과 태고종이 갈라섭니다. 좋지 않은 사건도 있었고요. 태고종은 절의 개인 소유를 인정하고, 승려의 결혼을 자율에 맡기기도 합니다. 결혼한 스님을 대처승이라고 합니다.

 

 

 

 

 

만세루 육조고사(六朝古寺) 현판 글씨에 눈길이 갑니다. 육(六)자를 견(犬) 자로 보시면 안되고요. 육조고사는 달마대사가 살았던 육조시대(3~6세기)부터 내려오는 오래된 절이라는 뜻입니다.

 

 

 

 

5월의 산사는 부처님오신날 맞아 대웅전 앞마당은 연등으로 가득하였습니다. 연등을 피해 대웅전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선암사 대웅전은 보물 제1311호로 지정되어있습니다. 대웅전을 만든 이후 몇 차례 화재로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현재의 건물은 1824년에 만든 것입니다.

 

 

 

 

 

대웅전 앞으로 삼층석탑 두 기가 있습니다. 9세기 신라시대 후기쯤에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보물 제395호입니다. 꾸안꾸(꾸민든 안꾸민듯) 느낌의 석탑이 보기 좋습니다. 1996년 석탑을 해체했는데, 석탑 안에서 사리, 청자, 백자 등이 나왔답니다. 1천 년 넘게 석탑 안에 담겨 있는 보물입니다. 우리나라 곳곳 알 수 없는 시간을 담은 문화재가 많을 것입니다.

 

보통 절 앞마당에 있는 석등이 선암사에는 없습니다. 대웅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선암사에는 화재가 잦았답니다. 불을 상징하는 것을 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웅전 오른쪽에 있는 지장전







 

 

 

 

 

선암사 뒤쪽에 있는 원통전입니다. 원통전에서는 스님의 불경 소리가 울리고 있습니다. 원통전은 관세음보살을 보시고 있습니다. 관음전이라고도 합니다. 원통전보다는 관음전이라고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태고종의 차이인가?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원통전 옆으로 담 아래로 하얀 불두화 피어난 모습이 예뻤습니다.  

 

 

 

 

 

조사당 앞에도 불두화가 피었습니다. 불두화를 수국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지만 다른 꽃입니다. 예전에 우리집에도 불두화 나무가 있었는데, 겨울 추위에 얼어 죽었습니다. 불두화를 보면 반갑습니다.

 

 

 

 

 

그렇게 전각들을 구경하면서 선암사 이곳저곳을 걸어봅니다. 선암사는 절이 크고 화려한 것은 없습니다. 부드럽고 신비스러운 기분이 듭니다. 많은 스님이 공부하시는 곳이어서 그런지 고귀한 느낌도 들고요. 그래서인지 선암사라는 그 이름만 들어도 기분 좋고, 또 가봐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선암사의 시작과 관련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나옵니다. 527년(백제 성왕 5) 때 아도화상의 해천암이라고도 하고, 542년(신라 진흥왕 3) 아도화상이 비로암이라고도 나옵니다. 9세기 통일신라시대 때 도선국사가 선암사를 창건했다는 것이 정설로 하는 듯합니다. 6.25 전쟁 전에는 65동의 건물이 있었으나, 전쟁 중에 불에 타서, 지금은 20여 동만 남았습니다.

 

 

 

 

 

팔상전

 

 

 

 

선암사에서 절대 빼놓지 말고 봐야 하는 곳이 뒷간입니다. 싼뒤아니고 뒤간입니다. 화장실입니다. 평범한 화장실이 아닙니다. 문화재로 등록된 화장실입니다. 전라남도 지방문화재자료 제214호. 이렇게 보면 낮지만, 뒤에서 보면 꽤 깊은 건물입니다. 선암사 가면 으레 뒷간을 가는데, 막상 용변을 보기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진짜 옛날식 화장실입니다.

 

 

 

 

 

뒷간 안에 정호승 시인이 쓴 '선암사'라는 시가 있어서 읽어봅니다. 첫 번째 연부터 진하게 다가오는 뭔가가 있습니다. 눈물이 나면 선암사로 가서, 선암사 해우소에서 실컷 울어라.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깊은 위로가 되는 시구입니다. 눈물 흘리는 것만으로 선암사는 넓게 받아주고 보듬어 줄 것만 같습니다.

 

 

 

 

 

선암사 원통전에서 각황전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매화나무 50여 그루가 심겨 있습니다. 선암사는 사시사철 꽃이 피는 절입니다. 특히 초봄에 만나는 매화는 선암사 최고의 비경입니다. 매실나무에 매화꽃이 가득 피었을 때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걸어보았습니다.

 

 

 

 

 

5월의 봄. 매화는 매실이 되었습니다. 매실 수확하고 있겠군요.

 

 

 

 

 

선암사 매화는 특별히 선암매라 부릅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눈길이 가는 오랜 시간 버텨온 매화나무가 있습니다. 정확한 수령은 알 수 없으나, 대략 60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60년도 대단한데, 600년이라. 이런 고목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등재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산사 7곳을 묶어 세계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 된 것입니다.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대흥사 그리고 선암사입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우리나라 산사의 '탁월한 보편적 기준'에 부합한다고 하였답니다. 산사를 찾아가는 여행을 이어가야겠습니다.

 

저는 굴목재(천년불심길)을 너머 송광사로 향합니다.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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