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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섶길 1코스

전국 각지에 도보여행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도보여행은 천천히 걸으면서, 그 지역을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평택에는 평택섶길이라는 도보여행길이 있습니다. 섶길을 걸으면 평택의 구석구석을 알 수 있습니다. 평택섶길은 16개 코스가 있습니다. 첫 번째 코스인 1코스 대추리길을 걸었습니다.

 

평택을 아십니까? 평택은 경기도 가장 남쪽에 있습니다. 충청남도와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농업도시로서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했습니다. 최근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평택에 공장을 짓고 운영중인 산업도시입니다. 대규모 미군기지가 2곳이나 있는 군사도시이기도 합니다.

평택섶길 시작인 1코스의 출발지는 평택시청입니다. 평택시청을 바라볼 때 왼쪽 평택보건소 쪽으로 가면 평택섶길 출발지점이 나옵니다.



평택섶길은 모두 16개 코스가 있습니다. 모든 코스를 다 연결하면 약 180㎞가 됩니다. 섶길을 걸으며 평택의 자연, 역사, 문화, 사람을 만나는 길입니다. 섶길은 평택시가 주도해서 만든 것이 아닌, 평택시민이 만든 도보여행길입니다. 2013년부터 길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였습니다. 2015년 평택섶길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섶'이란 한복 저고리 앞자락에 있는 작은 조각입니다. 섶길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주변의 아름답고 작은 길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처음에는 12개 코스였습니다. 최근에 코스가 다소 변경되었습니다. 정규코스가 10개로 축소되었고, 부분 코스가 6개가 되었습니다.



저는 섶길 1코스인 대추리길을 걸어보고자 합니다. 평택시청에서 출발해 팽성읍 안정리 K-6 Camp Humphreys(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정문 앞까지 가는 코스입니다. 서울 용산기지가 내려온 그 미군기지입니다. 길 중간에 대추리가 있습니다. 대추리는 미군기지를 확장하면서 사라진 마을입니다. 대추리길은 화해와 평화를 염원하는 길입니다. 총길이는 14㎞입니다.











평택시청을 출발하여 평택보건소를 지나 롯데마트 방면으로 직진합니다. 큰집추어탕에서 우회전합니다. 평택 시내를 벗어나게 됩니다. 도심에서 벗어나 탁 트인 풍경을 보니 마음이 가볍습니다.

나아갈 방향은 자연석을 두거나, 리본을 매달고, 평택섶길 글씨를 써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이끌고 가는 길이 아니고, 나 스스로 방향을 찾아가며 앞으로 나가는 길입니다. 길이 굴곡이 많고, 표식이 촘촘하게 되어 있지 않아서, 방향 잡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승두소하천 공사로 원래 길로 갈 수 없었습니다. 유천2동 방면으로 우회했습니다. 별도로 정해진 우회로는 없었고, 가능 방향에 맞춰 제가 스스로 돌아갔습니다. 크로커다일 물류센터를 지나니 본래의 길로 들어갑니다. 물류센터 지나니 4~5개의 식당과 편의점이 있습니다.

망건다리를 지납니다. 망건다리를 지나면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입니다. 평택섶길인데 천안으로 넘어간다고 해서 길이 맞는 것인지 확인하게 됩니다. 천안으로 쭉 가는 것은 아닙니다. 와룡리를 지나 평택으로 들어옵니다. 청일전쟁 때 성환에 청나라의 망루가 있어서 망건다리라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정유재란 때는 왜군이 명나라에 대패했던 곳이기도 하다는군요.



지도에는 망건다리가 '구안성천교'라고 나옵니다. 망건다리 옆으로 안성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망건다리를 지나서는 한적한 시골길을 걷습니다. 안성천과 성환천의 물길을 따라 걷습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봄바람의 살랑거림이 좋습니다. 봄을 맞이하여 올라오는 푸르름은 여행자의 마음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해 줍니다.



천안시 성환읍 와룡리로 들어섭니다. 분명 충청남도 천안시인데 평택 3번 시내버스가 들어옵니다. 와룡리가 평택과 성환 딱 중간이더군요. 주소는 성환이지만 평택 생활권인가 봅니다. 성환보다 평택으로 가는 버스가 더 자주 있더군요.



천안시 성환읍 와룡리를 지나 평택시 팽성읍 노와리로 접어듭니다.



노와리에 들어서니 배 과수원이 많습니다. 평택에서 배 재배하는 곳은 죽백동, 청룡동 일대를 주로 생각했는데, 노와리에도 배 과수원이 많은 것이 반갑습니다. 배 과수원에는 하얀 배꽃이 피었습니다. 지금 배꽃의 화사함은 절정을 지났지만, 꽃은 탐스럽고 맛있는 배가 될 것입니다. 평택 배 맛있습니다.



노와 4리 부근에 왔을 때 커다란 부엉이가 보입니다. 정확히는 솔부엉이입니다.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대추리를 상징하는 새입니다. 솔부엉이는 대추리를 유유히 날아다니던 새입니다. 평택섶길 1코스 대추리길의 핵심인 대추리 평화마을에 들어왔습니다.

건물은 대추리 역사관입니다. 안내문을 보니 2012년에 개관했습니다. 이윤엽 판화가와 주민들이 대추리 주민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1층은 역사관과 공방 2층은 솔부엉이 도서관입니다. 역사관 문이 열립니다. 안으로 들어갑니다. 들어가니 아저씨 한분이 나무로 작업이 한창이시더군요. 오른편으로 여러 자료가 보입니다.



대추리라는 지명은 어디선가 들어보셨을 것도 같습니다. 대추리(大秋里)는 들판이 넓고 가을이 풍성하다는 뜻입니다. 몇 년 전에 뉴스에 많이 나왔던 마을입니다. 너른 들판의 대추리는 지금 없습니다. 용산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기존 K-6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를 확장합니다. 그 과정에서 대추리 주민들의 집과 농토가 수용됩니다.



대추리는 1942년 일본군의 비행장 건설, 1952년 미군기지 건설 등으로 두 번의 강제이주를 당했습니다. 고향에서 쫓겨 나와 야산과 갯벌을 일궈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또다시 미군기지를 확장하겠다며 고향땅을 내놓으라 했고, 마을 주민들은 이주를 거부하고 미국과 정부에 맞서 싸운 것입니다.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저항했던 44가구는 노와 4리 부근에 대추리 평화마을을 만들었습니다.


황새울기념관입니다. 대추리 앞 들판을 황새울이라 불렀습니다. 황새울 기념관은 전시관, 식당, 평택평화센터, 숙박시설 등이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문이 잠겨 있어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민이 희생을 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습니다. 분단의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도 합니다. 틀린말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도 군사기지를 확장하고, 마을이 사라지는 일이 반갑지 않습니다. 정의로운 일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자신이 살던 곳으로 갈 수 없는 이들의 마음은 쉽게 말로 형용할 수 없습니다. 분단의 현실이 끝나고, 이 땅에 평화가 찾아오는 그날이 어서 왔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보았습니다.



추팔산업단지 외곽을 따라 걷습니다. 추팔산업단지에는 4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습니다. 그중에서 파리 바게뜨 공장이 독보적입니다. 추팔산업단지 파리 바게뜨 공장은 동양 최대의 빵공장이라고 합니다. 전국 각지의 매장으로 보낸다고 하니, 여기서 만든 빵 하나 정도는 드셔 보시지 않았을까 합니다.


예비군훈련장 앞으로 숲길이 이어집니다. 숲길 걸을 때 기분이 좋습니다. 예비군 훈련장 앞 숲길은 짧습니다. 숲길을 지나면 주택단지가 나옵니다. 주택단지를 지나면 용화사라는 절을 지납니다. 그리고 다시 숲길이 이어집니다.










숲길로 들어서는데 '침입금지' 안내문에서 살짝 놀랐습니다. 여기가 미군 CPX 훈련장인가 봅니다. 이거 못 들어가는 것인가? 했습니다. 훈련장 외곽으로 지나가는 것이서 문제는 없습니다. 훈련장 부지를 한국에 반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습니다. 평택 곳곳에는 미군기지로 있던 곳이 반환하여 공원으로 만들어진 곳이 있습니다.



안정리 마을로 들어섭니다. 도착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K-6 험프리스 기지가 보입니다.


팽성읍 안정리 K-6 미군기지 정문 앞에 대추리길 종점입니다. 출발하기 전 예상 시간은 5시간이었습니다. 제가 걸음이 빨라서 그런지 4시간이 조금 지나서 도착했습니다. 오랜만의 긴 걸음이어서 다소 벅차기도 했습니다. 종점 바로 옆에 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버스 타고 평택역까지 30분 정도 걸립니다. 종점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가면 안정리 로데오거리가 나옵니다. 미군 상대로 하는 상가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햄버거, 케밥 등 외국음식을 쉽게 맛볼 수 있습니다.



미군기지 확장으로 사라진 마을 대추리. 확장한 미군기지 앞으로 이어지는 대추리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지금 평택은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모습은 없을지 살펴보게 됩니다. 평택은 군사기지가 많습니다. 그래서 평화가 더욱 필요한 곳이 평택입니다. 평택섶길을 걸으며 평택의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는 것이 재밌고 뜻깊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다른 코스도 기대합니다. 2코스 노을길을 따라 길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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