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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두 번째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은 마라도입니다. 마라도는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25~30분 정도 가야 합니다. 보통 마라도 여행은 섬에서 2시간 정도 머물고 되돌아 나옵니다. 저는 마라도에서 1박을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마라도 두 번째 포스팅으로서 마라도에 도착해서의 모습과 밤 풍경을 전하고자 합니다. 슬픈 마라도였습니다.

 

제주도에서 마라도를 오고 가는 항구는 2곳입니다. 송악산 옆 산이수동항과 모슬포 운진항입니다. 저는 운진항에서 마라도를 들어갑니다. 운진항에서 마라도 가는 마지막 배는 3시 20분에 출발합니다. 계절에 따라 시간은 바뀔 수 있습니다. 이날 마라도 마지막 배는 저 포함해서 3명만 타고 갑니다. 보통 여행자들은 안 들어가고, 저처럼 숙박하거나 낚시하는 사람이 이용합니다.  

 

 

 

 

여객선에 자리에 아무도 없습니다. 2층으로 올라갑니다. 

 

 

 

 

실내만 있으면 답답하고, 배 타고 가는 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 없습니다. 이날은 날씨도 좋기에 2층 갑판으로 나왔습니다. 2층 갑판도 조용합니다. 함께 탑승한 아저씨는 벤치에 누워서 잠을 자더군요. 

 

 

 

 

어딜 가나 하트가 있습니다. 하트 싫어.

 

 

 

 

정해진 시간에 맞춰 배가 출발합니다. 제주도가 점점 멀어집니다. 제주도가 멀어질수록 폭넓게 보입니다. 제주도 남서쪽을 감싸고 있는 오름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왼쪽부터 단산(바굼지오름), 산방산, 송악산이 보입니다. 오름이 만들어진 원인이 다르기에 모양도 다릅니다. 단산 왼쪽으로 모슬봉도 있습니다. 산방산과 송악산 사이에 흐릿하게 한라산도 보입니다. 

 

 

 

 

고깃배 한 척

 

 

 

 

가파도를 지나갑니다. 제주도와 마라도 사이에 가파도가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돈을 빌려 가서 가파도(갚아도) 되고, 마라도(말아도) 된다. 이런 부장님 개그 싫어하시나요? 난 재밌는데.

 

가파도는 굉장히 슬림합니다. 콘택트렌즈 모양입니다. 가파도는 우리나라 유인도 중에서 높이가 가장 낮은 섬입니다. 해발고도가 20.5m입니다. 실제로 가파도 들어가면 높낮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거의 평지입니다. 가파도는 걸어서 2시간 정도면 섬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습니다. 80만 년 전에 만들어졌다 하니 제주도 화산활동 초기에 만들어진 화산체입니다. 청동기시대 고인돌도 있습니다. 

 

 

 

 

마라도가 보입니다. 긴장되는 순간




 

 

 

 

마라도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마라도에는 일반 자동차는 없습니다. 민박집별로 카트를 운행합니다. 

 

 

 

 

섬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면적이 0.3㎢입니다. 여의도 면적 대비 1/10입니다. 걸어서 1시간 정도면 섬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숙박을 하기로 했기에 민박집 예약을 했습니다. 민박집까지 걸어갑니다. 관광객이 빠져나간 마라도는 조용했습니다. 정적이 흐르더군요. 

 

 

 

 

마라도에서 보이는 한라산

 

 

 

 

민박집에 가방을 놓고 나왔습니다. 마라도 하면 짜장면 한 그릇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해산물 특히 톳으로 맛을 낸 짜장면은 마라도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별미로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기분 좋게 나와서 짜장면 가게에 들어갑니다. 사람이 없습니다. 다른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짜장면 되나요?" 물어봅니다. "끝났어요"라는 사장님 목소리. 이렇게 밝은 낮인데 끝나다니.

 

다른 짜장면집 가게를 가도 똑같은 반응입니다. 이 시간에 사람이 다 있네? 의아한 표정까지 보았습니다. 마라도 안에 짜장면집이 10개 정도 있는데, 진짜 다 가봤습니다. 결국은 못 먹었습니다. 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올 때만 장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관광객 없으니 장사를 접는 것이죠. 가게 입장에서는 애써 짜장면 1그릇 팔 이유도 없고요. 그래도 혹시나 하고 돌아다녔는데. 너무 해 너무 해 

 

 

 

 

그렇게 방황하다가 1천 원짜리 한 장 주웠습니다. 

 

 

 

 

짜장면은 먹기는 실패. 숙소 근처 식당에서 해산물은 가능하냐고 물어봅니다. 애써 가능하다고는 하시네요. 정리하고 있는데 불쑥 뭐 해달라면 좀 그렇긴 해요. 사장님 마음도 이해는 합니다. 해산물이 별로 없다시네요. "괜찮습니다. 되는대로 주세요" 그리하여 2만 원짜리 해산물 모둠을 받아 듭니다. 생각보다 구성이 괜찮습니다. 소라, 전복에 회도 몇 점 올려주시네요. 

 

 

 

 

바다 한 잔 나 한 잔 하늘 한 잔 나 한 잔 마라도 한 잔 나 한 잔

 

 

 

 

민박집 사장님이 편의점 일찍 문 닫으니, 뭐 살 것 있으면 일찍 가야 한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마라도에도 편의점이 2개 있습니다. 마라도 여행자들이 있을 때만 운영하는 것 같습니다. 포구 가까이에 있는 곳은 5~6시까지 하고, 섬 안쪽에 있는 곳은 3~4시까지 하는 듯합니다. 맥주 2캔을 사서, 민박집 냉장고에 모셔둡니다. 저녁밥과 함께 먹습니다. 

 

 

 

 

 

그렇게 먹고 바다를 바라봅니다. 마라도 미션 두 번째는 일몰 보는 것입니다. 탁 트인 바다에서 떨어지는 아름다운 일몰을 보고 싶었습니다. 오늘 날씨도 좋습니다. 해 떨어지기 전까지 1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숙소에 들어가 쉬었다 다시 나오기로 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숙소에서 바스락 소리가 납니다. 정신이 번쩍 듭니다. 이런. 숙소에 잠깐 들어와 있는 사이 저도 모르게 잠이 든 것입니다. 아침부터 움직이느라 몸이 피곤했던 것입니다. 시간은 저녁 8시. 당연히 해는 졌고, 밖은 깜깜합니다. 민박집 아주머니가 밥상 차렸으니 밥 먹으라 하시네요. "일몰 보려 했는데 깜빡 잤네요" 그랬더니, 아주머니께서 "오늘 일몰 진짜 예뻤는데 깨울 걸 그랬네" 깨우지 그러셨어요. 일몰이 예뻤다고 하니 아쉬움이 더 큽니다.  

 

마라도 민박집은 1박에 5~6만 원입니다. 방 하나를 통으로 쓰는데, 인원이 늘어나면 1~2만 원 정도 추가 요금이 붙습니다. 민박집마다 요금이 조금씩 다르더군요. 밥값은 1끼 1만 원씩 별도 요금




 

 

 

 

밥 먹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느 민박집에서는 낚시꾼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마라도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주변에 빛이 없는 곳으로 걷습니다. 나 홀로 밤길 걷는 게 무섭기도 했지만, 저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밤길을 비춥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별들이 총총히 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기대했던 것처럼 별이 쏟아지는 풍경은 아니었습니다. 도시의 현란한 조명이 아닌 자연의 밤하늘을 보는 것은 행복하고 기분 좋은 일입니다. 

 

 

 

 

설정을 바꾸니 구름 가득한 하늘이네요. 

 

 

 

 

바다 건너 제주도는 수많은 불빛으로 빛이 납니다. 

 

 

 

 

저 불빛의 정체는 뭘까? 고기잡이배의 어화라고 하기에는 불빛이 강렬합니다. 그렇게 마라도의 밤을 즐겨봅니다. 복잡다단 시끌벅적한 세상을 벗어나 오롯이 나만 있습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풀잎이 바람에 스쳐 가는 소리만 들립니다. 이 고요함과 적막함이 좋습니다. 그래 잘 왔다 마라도. 마라도와 함께해서 좋습니다.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의 모습입니다. 계획했던 데로 이루어지지 못한 게 계속 걸립니다. 내가 마라도를 또 가서 짜장면도 먹고, 일몰도 보고 다시 다 할 거야! 라는 생각이 상당 기간 지속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다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이어지는 게 여행이고 인생이지 않겠냐는 철학적인 관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똥철학은 아니겠죠? 다음번에는 마라도의 주요 장소들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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