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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송광사 천자암

가을 순천 여행길입니다.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긴다는 순천만 국가정원, 순천만 습지 등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픽은 송광사 천자암입니다. 천자암에 거대한 나무를 하루빨리 보고 싶었습니다. 천자암 가는 길이 힘듭니다.

10월 30일 모습입니다.

천자암은 송광사에 속한 암자입니다. 송광사에서 산길로만 올라가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검색해보니 차로 갈 수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찾을 수 없습니다. 내비게이션으로 천자암 입력하고 가면서도 불안했습니다. 차로 갈 수 있는 것 맞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좁은 길을 오릅니다. 천자암 쌍향수 1. 5㎞ 남았습니다.




천자암 안내판은 계속 나옵니다. 가는 길이 맞긴 한가 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길은 좁아집니다. 위에서 차 내려오면 난감하겠습니다. 대형버스 통행 제한 안내판을 보니 쉬운 길은 아닙니다. 도로포장이 양호하지 않습니다. 운전에 더욱더 집중합니다.




좁은 오르막길을 10분 넘게 올랐습니다. 내비게이션은 천자암까지 300m 정도 남았다고 합니다. 주차장으로 보이는 공터가 있습니다. 일단 저도 주차합니다. 단풍이 예뻐 가을 분위기 제대로 납니다. 힘들게 운전한 것은 잊고 잘 왔어 잘 왔어 혼자 다독입니다. 송광사에서 주차장까지 차로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차량 진입 금지 안내문이 있습니다. 천자암까지 걸어가기로 합니다. 내비게이션이 300m 정도 남았다 했으니 금방 가겠네 하는 생각에 발걸음을 옮깁니다.




공사 현장이 나옵니다. 비포장 길입니다. 저 위에서 차가 내려옵니다. 차량 진입 금지라 했는데 저 차는 뭐지? 결론은 차가 다닐 수는 있습니다. 특별히 누군가가 길을 막거나 하진 않습니다. 공사 중이어서 위험하긴 합니다.




비포장 길을 어느 정도 오르니 시멘트 포장길이 이어집니다. 분명 내비게이션은 300m 남았다고 했는데 300m가 아닙니다. 천자암까지 길이 꽤 멉니다. 길이 S자로 되어 있습니다. 잘 올라가다 방향 돌려서 또 오릅니다. 목적지까지 거리를 명확히 모르니 더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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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암은 어디 있는 거야? 있긴 있는 거야? 구시렁거리며 오릅니다. 가을 단풍으로 곱게 물든 산속에 자그마한 암자가 보입니다. 저곳이 천자암인가 봅니다. 푸른 하늘 아래 단풍이 곱습니다. 작은 암자가 숨어 있는 모습이 아늑하고 신비합니다. 푸른빛의 전각이 단풍 속에서 빛납니다. 가을에 오길 잘했습니다.




한편으로 저기까지 또 언제 가냐는 걱정과 투덜거림이 이어집니다.




주차장에서 20분 정도 걸어 올라왔습니다. 여기가 천자암인가 봅니다. 자동차가 있습니다. I SEE 차 끌고 올 걸 하는 후회, 미련, 아쉬움이 막 몰려옵니다. 사찰 관계자 외 출입 금지 이정표를 보니 들어가도 되는 것인가? 하는 조심스러움이 다가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수 없습니다. 무조건 직진입니다.








송광사 천자암




보살님들 몇 분이 왔다 갔다 하십니다. 방문자의 출입을 금지하거나 신경 쓰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나한전과 산신각이 보입니다.




그러면 너는 왜 이렇게 기를 쓰고 천자암까지 간 것이니?라는 물음에 이 사진 한 장으로 답합니다. 바로 이 나무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정식 명칭 '순천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곱향나무)' 천연기념물 제88호. 한 그루의 나무로 보이지만 실제는 두 그루입니다. 나무에서 포스가 철철 넘치지 않습니까?




높이 약 12.5m, 가슴높이 둘레 3.98m, 3.24m
가지 길이 동서 각각 8.8m, 7m 남북이 각각 9.3m, 7.3m
천자암 쌍향수는 비사리구시, 능견난사와 함께 송광사 3대 명물입니다.








어느 과목인지 모르겠지만 교과서에도 쌍향수 사진이 있었습니다. 나무 생김새가 범상치 않기에 사진으로 본 적 있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천자암 쌍향수 수령은 약 800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800년 전이면 1200년대 초반입니다. 우리나라는 고려 무신정권 시대이고 몽골 칭기즈칸이 활약하던 시기입니다.




그러면 이 나무를 누가 심었을까요? 이게 또 쌍향수 보는 재미입니다. 고려시대 보조국사, 담당국사가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옵니다. 이때 사용한 향나무 지팡이를 꽂으니 뿌리를 내리고 가지와 잎이 나서 자라기 시작했다는 전설입니다. 국사(國師)는 불교에서 가장 높은 품계를 말합니다. 나라의 스승으로 삼을 정도의 승려입니다.




담당국사는 왕자의 신분으로 보조국사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쌍향수를 보면 한 나무가 다른 나무에 절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예의 바른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나타내는 모습이라고도 합니다. 한 손으로 밀거나 여러 사람이 밀거나 한결같이 움직인다고 합니다.








천자암 쌍향수는 향나무 중에서도 곱향나무입니다. 곱향나무는 원래 백두산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입니다. 북한에서는 곱향나무 자생지를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남한 지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곱향나무는 천자암 쌍향수가 유일합니다.




나무에 손을 대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무 가까이에 다가갔겠습니까? 지금은 울타리가 있어서 나무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갈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썩은 부위를 긁어내고 인공수피를 입힌 것입니다. 잎의 푸르름을 보면 건강해 보이는데 수술까지 한 것을 알고 나니 나무가 안쓰럽습니다.




보면 볼수록 감탄입니다. 나무 가까이에 갈 수는 없지만 숨을 크게 쉬어 나무의 기운을 담아봅니다.








운동 많이 한 근육질 팔뚝이 떠오릅니다. 용이 하늘로 승천할 때의 움직임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주변 울긋불긋 단풍 속에서 푸르름이 빛납니다.




800년 된 나무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암자도 오래전부터 있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천자암은 오래된 느낌은 아닙니다. 최근에 지은 현대적 느낌이 있는 암자입니다.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라고 부르지만 송광사에서 오려면 많이 돌아와야 합니다. 송광사에서 1시간 넘게 산을 올라야 한다더군요. 송광사 갔다가 보리밥 먹고 천자암 돌아보는 코스도 생각해봤습니다.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차로 왔습니다.








은행나무가 늘씬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보살님 한 분이 은행나무 배경으로 사진 찍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소녀 감상이 엿보입니다. 은행나무 뒤로 이어지는 산세가 아련합니다.




천자암 곳곳에 국화가 있어 가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강아지는 짖지도 않고 얌전히 있습니다. 강아지 이름은 송돌이. 송광사에서 태어나서 자랐습니다. 송광사에서 가장 큰 스님 방에 들어가 난장판을 만든 후 천자암으로 유배 왔다고 합니다.




천자암 전체를 조망합니다. 아담하면서 조용한 암자입니다. 누군가가 탁자 위에 감 2개를 두고 갔습니다. 일부러 두고 간 것인지 모르겠으나 암자의 가을 분위기를 더합니다.








탁자에서 바라본 천자암 주변 풍경




천자암 주소




쌍향수 한 번 더 보고 하산합니다. 자동차가 쌍향수 보는 데 계속 걸립니다. 자동차 없었으면 나무를 좀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10월 말 조계산은 단풍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11월 중순 지금은 더욱더 붉게 물들었을 것 같습니다. 밝고 맑은 산세를 만나니 하산길 발걸음이 더욱더 가볍습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아주머니 2분이 올라오는 것이 보입니다. 이분들도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 올라오는 중입니다. 얼마나 더 가야 해요? 차 가지고 갈 수 있어요? 라고 묻습니다. 성남에서 오신 두 분 잘 올라가셨길 바랍니다.




차에 탔는데 앞 유리에 나뭇잎 하나 붙어 있습니다. 일부러 털어내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잠시 바라봅니다. 햇살에 나뭇잎이 반짝이는 것이 귀엽습니다. 그래 이게 가을이다. 이게 여행이다.



근처에 있는 고인돌공원을 갈까? 하다가 순천역으로 바로 향합니다. 순천 갈 때는 국도를 이용합니다. 벌교를 지나가네요. 꼬막 철이기도 해서 벌교 들렸다  갈까 했습니다. 마침 순천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벌교는 스쳐 지나갑니다. 오래전부터 보고 싶은 쌍향수를 만난 기쁨이 큽니다. 커다란 숙제를 끝낸 기분도 들고요. 천자암 쌍향수가 아프지 않고 오랫동안 아니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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