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민어. 포도원 횟집
나 홀로 즐기는 당일치기 전라남도 미식 여행길입니다. 나주, 함평에 이어 도착한 곳은 목포입니다. 목포는 맛의 천국입니다. 맛있는 게 정말 많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민어입니다. 민어를 안주 삼아 마시는 소주 한잔은 저에게 최고의 호사입니다. 목포 민어의 거리 포도원횟집에서 먹은 민어 이야기를 전합니다.

함평역에서 ITX 새마을호 기차에 오릅니다. 기차는 남쪽으로 거침없이 달려갑니다. 몽탄, 일로를 거쳐 목포역까지 가는데 25분 정도 걸립니다 이번역 목포입니다.

목포역은 호남선 기찻길의 종착역입니다.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 노랫말을 저절로 흥얼거립니다. 기찻길의 종착역이기에 기찻길의 끝이 보입니다. 호남선은 대전과 목포 사이를 연결하는 기찻길입니다. 우리가 직접 호남선 철도를 만들려 했지만 시대적 상황이 허락하지 않았고 일제에 의해 호남선이 만들어집니다. 호남선은 호남평야의 수확물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수탈의 역사를 갖게 되었습니다.

목포역.

목포역에서 나와 왼쪽으로 직진합니다. 목포는 여행으로 여러 번 다녀간 도시입니다. 목포 구도심 쪽은 대략 길의 방향은 알고 있습니다. 하얀색 조형물은 루미나리에 조명입니다. 밤이면 알록달록 조명으로 빛납니다. 오거리를 지나 계속 직진합니다.

목포역에서 민어의 거리 입구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립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쓰인 것도 보입니다. 민어의 거리 간판에 있는 물고기는 당연히 민어입니다. 우리가 흔하게 먹는 조기와 민어는 사촌 정도 됩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것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건물과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 목포는 3대항 6대 도시 중 한 곳으로 꼽힐 만큼 대도시였습니다. 당연히 일본인들도 많이 모여 살았습니다. 일제의 잔재이기도 하지만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박물관으로 불릴만합니다.

목포 민어의 거리에는 9개 정도의 민어 식당이 모여 있습니다. 제가 가고자 하는 포도원횟집은 1번입니다. 민어의 거리에서만 민어 파는 것은 아닙니다. 목포 다른 지역에도 민어 식당이 있습니다. 다만 이쪽이 항구와 가깝다 보니 자연스럽게 민어의 거리가 생긴 것으로 추측합니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정면에 보이는 곳은 목포 민어의 거리의 중심 영란횟집입니다. 영란횟집은 목포를 넘어 전국적인 명성과 인지도가 있는 집입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영란횟집 민어를 드셨다 하고요. 저도 영란횟집 몇 번 가봤습니다. 이번에는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었습니다. 민어의 거리라는 이름이 있고 다른 집들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면 가게마다 다른 매력이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포도원 회집 도착. 간판은 포도원회집인데 검색하면 포도원횟집으로 나옵니다.
민어의 거리의 여러 식당 중에 포도원 횟집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냐? 첫 번째는 제가 즐겨 듣는 라디오 여행 프로그램에서 포도원 횟집이 나왔습니다. 두 번째는 혼자 먹어도 부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다른 집은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한다는 리뷰가 보였습니다.

식당 입구에 메뉴가 있습니다. 민어 전문점입니다. 민어회, 민어전, 민어회무침. 그리고 회, 무침, 전, 탕이 코스로 나오는 정식까지. 메뉴와 가격은 민어의 거리에 있는 식당들 가격은 대동소이합니다. 민어 가격대가 좀 높습니다.

포도원회집 입장. 저녁 먹기에는 조금 이른 때. 손님이 없습니다. 제가 첫 손님이자 유일한 손님입니다. 어르신과 젊은 분이 계셨는데 그냥 봐서는 가족으로 보입니다. 젊은 분이 아드님 같던데(아니면 어쩌지?). 젊은 분이 주문을 받습니다. 친절하십니다. 낯선 곳에 온 여행자의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저는 민어회와 지리탕(맑은탕)을 주문합니다. 10여 분 지나서 민어회가 나옵니다. 가운데 수북하게 올려진 것이 민어회입니다. 광어, 우럭 등 대중적인 생선회와는 모습이 좀 다릅니다. 민어회를 먹는 양념장이 3개가 나옵니다. 초장과 비슷한 데 이 집만이 가진 비기가 담긴 것 같습니다. 쌈장에 참기름을 넣기도 했습니다. 고추냉이에 간장을 넣기도 하고요. 회는 쌈장이나 된장하고 먹는 게 제일 맛있습니다.

민어회. 접시 위에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양배추를 채 친 거 위에 민어회를 올렸습니다. 이건 다른 민어집들도 비슷합니다. 꼼수 같아 보이지만 민어 가격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민어회를 처음 접한 것은 제주도였습니다. 20여 년 전이네요. 제주도 가서 모둠회를 주문했는데 민어회가 나왔습니다. 그때만 해도 민어라는 생선을 몰랐습니다. 먹는 것에 관심이 많지 않을 때였고요. 흐물흐물한 회가 맛있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여행 다니면서 민어의 가치를 알게 됩니다. 목포에 오면 으레 민어를 찾아 먹었고 민어 특유의 부드러운 감칠맛을 알게 됩니다.

민어회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것이 민어껍질과 부레입니다. 거뭇거뭇한 한 것이 껍질입니다. 껍질이 질길 것 같지만 적당히 찰진 것이 부드럽게 씹힙니다.
하얀 것은 부레입니다. 생선의 공기주머니를 부레라고 합니다. 부레를 먹어야 진짜 민어를 먹는 것이라고들 합니다. 생선 중에서 유일하게 민어만 부레를 먹습니다. 부레 식감은 쫄깃쫄깃합니다. 껌과 비슷합니다. 처음 먹으면 질기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걸 왜 먹냐는 생각도 듭니다. 먹다 보면 고소하면서 감칠맛이 올라옵니다. 부레는 녹여서 접착제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민어회를 어느 정도 먹고 나서 탕을 주문합니다. 탕과 함께 몇 가지 반찬이 깔립니다. 탕에 이 정도 반찬 나오는데 5,000원이면 완전 저렴한 가격입니다. 물론 민어를 먹어서 그런 것이겠지만요.

지리탕(맑은탕)은 민어 서덜을 넣고 끓였습니다. 서덜과 무, 파 등의 채소가 어우러지면서 시원한 국물이 나옵니다. 서덜이라 살 점 뜯어먹을 것은 얼마 없습니다. 국물이 예술입니다. 분명 생선국인데 고깃국 느낌도 있습니다. 국물 가지고도 소주 한 병은 먹겠습니다. 아무튼 민어회를 먹으면 매운탕이든 맑은탕이든 탕은 꼭 먹어야 합니다.

민어, 낙지 국내산.

민어 이야기. 민어를 신이 내려준 사계절 보양식품이라고 소개합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맛있고 영양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민어에 민이 백성 민(民) 자여서 백성 누구나 쉽게 먹었던 생선이라고도 합니다. 반대로 원래 귀한 생선이고 아무나 먹지 못했던 것이라고도 합니다. 부자들만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죠. 원래 이름도 민어가 아니고 면어라고 하고요.

밝을 때 들어갔는데 나오니 어둑어둑해졌습니다.

민어의 거리 다른 가게들도 간판을 환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혼자서 민어회에 탕까지 먹으니 배부릅니다. 저녁밥 잘 먹고 보양도 했습니다. 여기서 끝이냐? 그러면 섭섭하죠. 달달한 후식 먹으러 갑니다.
요즘 물류도 발달해서 지역 음식을 전국 곳곳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민어는 확실히 목포에서 먹어야 합니다. 서울에서도 판매하는 집이 별로 없고요. 다른 지역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포도원회집은 조용해서 민어 맛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블루리본서베이에도 계속 선정되었으니 소리 없이 강한 집으로 보입니다. 목포에 민어 판매하는 식당이 많지만 조용히 민어를 만나고 싶으면 포도원횟집도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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