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치기해변
우도,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배경으로 해돋이를 보기 위해 대수산봉 오름에 올랐습니다. 구름이 많아서 수평선 위로 짠하고 올라오는 해돋이를 못 봤습니다. 제주도 동쪽 바다와 하늘을 맘껏 보았기에 아쉬움은 없습니다. 대수산봉에서 내려오는데 동쪽 하늘이 예쁩니다. 광치기해변을 가야겠습니다.

대수산봉에 내려오니 동쪽 하늘이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햇님이 어느 정도 위로 올라왔습니다. 하얀 구름 사이로 삐져나온 햇빛은 온 세상을 밝게 물들고 있습니다. 하늘, 구름, 햇님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다 더 확실하게 보기 위해서 바다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광치기해변으로 맞추고 출발.

이때가 9월 초. 광치기해변에 문주란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어디선가 달콤하고 기분 좋은 향기가 나기에 무엇인가 했더니 문주란 꽃향기였나 봅니다. 하얗고 큰 꽃송이가 아침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습니다. 저 멀리 성산일출봉과 함께 어우러지는 더욱더 예쁘고 빛나는 풍경입니다.

문주란.
문주란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은 아닙니다. 원산지가 남아프리카라고 나오네요.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까지 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름 제주도 해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문주란은 아름다운 구슬처럼 생긴 난초라는 뜻입니다. 이름과는 달리 난초과가 아닌 수선화과에 속합니다.

성산일출봉 위로 햇님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성산(城山)이라는 이름 그대로 거대한 성의 모습이 보입니다. 밥그릇 닮은 것도 같고 코를 길게 뺀 코끼리 모습도 보입니다. 성산일출봉도 오름입니다. 섬이었습니다. 지금 보면 좌우의 모양이 다릅니다. 사진에서 오른쪽 부분은 파도에 닳고 닳아서 없어졌습니다. 닳고 닳은 부분은 지금의 광치기 해변 쪽으로 와서 쌓입니다.

고개를 돌려 광치기해변을 바라봅니다. 저 멀리 섭지코지도 보입니다. 지금 물이 들어오는 중입니다. 그래서 해변이 좁아 보입니다. 아침 일찍 해변에 나온 사람들이 있나 봅니다. 발자국이 여러 개 나 있습니다. 해돋이 보러 온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올레길 걷는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광치기해변은 제주올레길 1코스 종점이자 2코스 시점입니다.

사람들의 흔적.
제주도 해변 중에는 모래가 검은색인 경우가 많습니다. 검은색의 현무암이 풍화작용을 거쳐 잘게 부서져 해변에 쌓인 것입니다. 광치기 해변의 경우 성산일출봉에서 나온 모래도 있을 것이고요. 사이사이 하얗게 보이는 것들은 조개가 부서진 것이 모래가 되어 해변으로 올라온 것입니다.

광치기해변에 물 빠졌을 때 초록 이끼 낀 바위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표현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은 물이 들어올 때라 바위가 많이 보이진 않습니다. 울퉁불퉁 바위에 초록 이끼가 있는 모습은 새로운 행성에 왔음 직한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광치기해변 바위와 성산일출봉

광치기라 불리는 데는 2가지 썰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주어로 빌레(너럭바위)가 넓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는 관치기가 광치기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고기잡이 나간 어부들이 바다에서 죽고 해변으로 떠밀려 옵니다. 관을 이용해서 시신을 수습했다고 하여 관치기라 했고 광치기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두 번째 이야기에 무게를 둡니다. 제주도 분에게 두 번째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고요. 아름다운 풍경 속에 담긴 슬픔입니다.
광치기해변 옆 터진목은 4·3 때 많은 분이 희생당한 곳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은 밝아집니다. 하얀 구름도 밝게 빛납니다. 저 하늘 위에는 우리가 느낄 수 없는 바람이 불고 있을 것입니다. 바람은 구름의 모양을 다양하게 만들어줍니다. 진짜 이날 아침 하늘은 미쳤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구름을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성산일출봉은 바닷속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뜨거운 마그마가 차가운 바닷물과 만납니다. 강렬한 폭발이 생깁니다. 고운 화산재가 만들어진 것이 쌓이고 쌓여 성산일출봉을 만듭니다. 성산일출봉의 생성 과정은 익히 알고 있기에 성산일출봉 볼 때마다 강렬한 폭발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아침 광치기해변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은 평온함 그 자체입니다.

파도도 잔잔합니다.

바닷속에 보말이 움직입니다.

순비기나무는 앙증맞은 보라색 꽃을 피웠습니다. 두툼한 잎 위에는 아침이슬이 살며시 내려앉았고요. 순비기나무는 풀이 아닙니다. 이름 그대로 나무입니다. 키 작은 나무. 순비기나무의 열매는 해녀들이 물질로 인한 만성 두통에 효과가 있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해녀들이 깊은 물 속에 들어갔다 오면 얼마나 힘들었을지 고통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순비기나무 꽃밭

광치기해변 일대를 이리저리 어술렁거렸습니다. 성산일출봉을 멀리 바라보기도 하고 걷다가 멈추고 꽃구경하기도 하고요. 바다에 가까이 다가가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기도 합니다. 십여 년 전 올레길 걷던 모습을 떠올리며 발걸음을 옮기기도 합니다. 광치기해변에 참 잘 왔습니다.

섭지코지도 가까이 보입니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말 타고 나타났습니다. 제주도 하면 말 아니겠습니까? 제주도 아침을 여는 말 달리는 소리가 특별합니다.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같기도 하고요. 광치기해변에 승마 체험이 있다는게 그 말인가 추측만 해봅니다. 미친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기분은 어떨까? 진짜 상쾌하겠지? 나도 한번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들었습니다.
해변 바로 앞에 주차장 있습니다. 봄이면 광치기해변 주변은 노란 유채꽃으로 가득합니다. 광치기해변 옆으로 도로가 있습니다.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오가는 차들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광치기 해변을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꼭 아침이 아니어도 성산 부근을 지나신다면 한번 찾아볼 만한 곳입니다. 제주도의 덜 알려진 명소로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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