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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이 싯구 또는 노랫말이 귀에 익숙하실 것입니다. 정지용 시인의 향수 라는 시 이지요. 이 시를 가사로 만든 동명의 노래를 가수 이동원씨와 테너 박인수씨가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구요. 시와 노래를 보고 듣노라면 시골 어느 동네의 전원 풍경이 아스라이 펼쳐집니다. 이 향수의 무대가 되는 곳이 충청북도 옥천입니다. 옥천은 시인 정지용의 고향입니다. 정지용 시인의 시 한 수 한 수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시 한 수 읽기에 좋은 가을입니다.



충청북도 옥천을 가기 위해서 경부선 무궁화호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대전을 지나 10분 남짓가면 옥천역에 도착을 합니다. 옥천역에서 정지용 생가까지 걸어가 보기로 합니다. 중간에 옥천읍내 구경도 좀 하면서 천천히 걷습니다. 정지용 생가까지 가는 길 중간 중간에 정지용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시인과 함께 아이들이 물놀이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들이 흔히 생각하는 고향의 향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옥천에서는 정지용 시인을 스토리텔링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시인의 생가 복원과 함께 문학관이 있는 것은 기본이구요. 지용제라는 이름의 축제(?)도 있구요. 정지용의 문학세계를 보고 느끼며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제 오늘 포스팅의 본론으로 들어가보려합니다. 정지용 시인과 관련되어 다양한 이야기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시인의 생가가 있는 마을에는 간판이 특별합니다. 마을 곳곳의 간판에 정지용 시인의 시 구절이 살며시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정지용 시인과 함께하는 간판 여행을 시작합니다. 



황태바다라는 식당입니다. 식당은 허름해 보일지 몰라도 간판을 보면 여기가 황태를 파는 식당이라는 것이 딱 나옵니다. 간판에는  "흰 구름 피여 오르오, 내음새 조흔 바람 하나 찻소" 라는 글이 보입니다. 정지용 시인의 '바다8' 이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시 한 수 읊조리며 밥 먹는 기분은 새롭겠죠.




황태식당 옆에 있는 산모루식당입니다. 식당을 장식하는 푸른 무늬도 이쁘고 메뉴도 눈에 쏙 들어옵니다. 호박꼬지찌개 이거 생소한 음식인대먹어 보고 싶군요.이곳에서도 정지용 시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산모루 돌아가는 차, 목이 쉬여 이밤사 말고 비가 오시랴나?" 역시 정지용 시인의 '무서운 시계' 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노래로도 유명한 '향수'의 한 구절입니다. 귓전에서 노래가 마구 울려 퍼집니다. '향수' 노래는 이동원씨와 박인수씨가 함께 부른 원곡이 제일 듣기 좋습니다. 얼마전 1박2일에서 쑥색지대가 부른 것도 듣기 좋았어요.




혜선상회.
그런데 이 글씨체 이름이 뭔가요?




내 맘에 맞는이 / 정지용


당신은 내 맘에 꼭 맞는 이.
잘난 남보다 조그맣지만
어리둥절 어리석은 척
옛사람처럼 사람 좋게 웃어 좀 보시오.
이리 좀 돌고 저리 좀 돌아보시오.
코 쥐고 뺑뺑이 치다 절 한번만 합쇼.


호. 호. 호. 호 내 맘에 꼭 맞는 이.


큰 말 타신 당신이
쌍무지게 홍예문 틀어 세운 벌로
내달리시면


나는 산날맹이 잔디밭에 앉아
기(口令)를 부르지요.


「앞으로 — 가. 요.」
「뒤로 가 — 가. 요.」


키는 후리후리. 어깨는 산고개 같아요.
호. 호. 호. 호. 내 맘에 맞는 이.



새 소리를 들으면서 마을을 거닐어 봅니다. 직박구리에요.


 



정미소 옆을 지나갑니다. 담벼락에 걸려 있는 시 구절이 정미소와 어울립니다. 여기뿐만이 아니라 다른 가게들에서 보게 되는 시도 가게의 분위기와 어울리더라구요. "곡식알이 거꾸로 떨어져도 싹은 반듯이 우로" 짧은 시 한 줄이지만 과학적으로 인문학적으로 딱 들어 맞는 말입니다. 뭔가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정미소 옆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낯선이를 바라봅니다. 누구냐 넌?




중국집에도 이쁜 간판이 올라있고 정지용 시인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짜장면 그림이 귀엽습니다. 그나저나 얼마전 배앓이를 하고 나서는 면이 잘 안땡기네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집이 50년 되었다네요. 짜장 볶는 것이 독특하다고 합니다. 시는 사진이 작아서 잘 안보이는군요. 이곳에 담긴 시는 '홍춘' 이라는 제목의 시 입니다.

춘(椿)나무 꽃 피뱉은 듯 붉게타고
더딘 봄날 반은 기울어 물방아
시름없이 돌아간다




앵도미용실입니다. 앵도는 앵두죠. 앵두같은 입술. 입술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술. 하지만 저는 아직 못 먹어봤다는 믿거나 말거나. 앵두를 한자로 앵두나무 앵(櫻桃) 자를 쓰구요. 꾀꼬리가 앵두를 좋아해서 꾀고리나무 앵(鶯)자를 써서 앵도라고도 한답니다. 앵도 나무 밑에서 우리는 늘 셋동무 정지용 시인의 '딸레' 라는 시에 담긴 내용입니다.




정지용 시인의 생가가 있고 이쁜 간판이 늘어선 이곳은 옥천구읍입니다. 저의 추측인대 경부선 철도가 놓이고 옥천역이 생기면서 역 일대가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고 이곳은 구읍이 된 듯 합니다.. 

구읍은 오래전부터 옥천군의 중심지로서 관아, 객사, 향교 등이 자리하고 있었고, 양반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는군요. 그 흔적이 남아 있는대 제법 큰 한옥들도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한 곳을 들어와 봤는데 '문향헌' 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더군요.. 애국짓하 김규흥 선생과 오상규 선생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지금은 춘추민속관이라는 이름을 달고 전통체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정지뜰' 이라는 식당인데요. 여기에 담긴 시가 식당하고 딱 들어 맞더라구요. '저녁해ㅅ살' 이라는 시에 있는 것인데요. "불피오르듯하는 술 한숨에 키여도 아아 배고파라"




꿀꿀정육식당. 왠지 고기가 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꿀꿀 제 별명이 돼지라서 그런지 더 정감가네요.. 꿀꿀




정지용 시인의 생가입니다. 자그마한 초가집입니다. 생가 앞에는 '향수' 가 담긴 시비가 있구요. 향수 속에 나오는 실개천도 졸졸졸 흐르고 있습니다. 향수 속에 나오는 질화로, 등잔 등도 볼 수 있습니다. 생가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제가 이곳을 두 번 갔는데요. 첫번째 갔을 때는 우연히 간 것이어서 카메라가 없었고 두 번째 갔을 때는 정기휴일(매우 월요일) 이어서 못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내부 사진은 없다는.




향수




생가 옆으로는 '정지용 문학관' 이 있습니다. 정지용 시인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902년 5월 15일에 태어났습니다. 5월달이 되어 시인의 탄생일 즘에 '지용제' 가 열립니다.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구요. 옥천공립보통학교를 마치고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입학을 합니다. 휘문에서 '요람' 이라는 동인지 펴내고 문우회(文友會) 활동에 참여합니다.


1923년 도쿄의 도시샤 대학 영문과에 입학을 했습니다. 유학시절에도 창작활동은 이어졌고 1929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귀국하여 휘문에서 영어교사로 재직을 합니다. 이후 작품 활동을 비롯하여 다양한 일을 하게 됩니다. 한국전쟁 이후에 납북되었다고 합니다..(월북했다 주장하는 글도 있더군요) 사망에 관해서는 1953년에 북한에서 사망했다고도 하고, 1950년 동두천에서 미군비행기가 총격을 가해서 사망했다고도 나오네요.


한 때 월북, 납북 된 작가와 문학작품을 보는 것이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지요. 정지용 시인도 이에 해당이 되어 그의 작품을 보기 힘들었었지요. 그러나 1980년대 말 해금 되면서.. 그의 아름다운 시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향수, 유리창, 호수, 고향 등등 교과서에도 자주 등장하는 그래서 시 제목은 몰라도.. 낯익은 시 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어를 구사하는데 정지용만의 독특한 감각이 느껴지기도 하구요. 향수만 봐도 지즐대는 해설피.함추름 등등 말이죠..




붕어, 생선국수 파는 구읍식당에는 '고향' 이라는 시가 담겨 있습니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고기집에서 향수가 흐릅니다.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향수 치킨 호프에도 '향수' 가 담겨 있습니다.


흑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쓴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고향 생각이 안 날 수 없어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여러가지로 표현될 수 있겠죠. 어린시절 즐거움이 가득한 곳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 등등 이래저래 한 잔 생각나게 하는.그래서 향수 호프집에 어울리는 싯구입니다.



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이 노래방에서는 노래가 잘 될 것 같죠?
그나저나.. 이 시는 저의 마음에 짠 하네요.. 나는 사랑을 모르기에




우체에 담겨 있는 '오월소식' 이 시도 우편집중국과 딱 어울립니다.




해ㅅ살피여 이윽한 후, 머흘 머흘 골을 옮기는 구름 이 싯구도 맘에 듭니다. 구름처럼 바람따라 이리저리 가는 모습을 꿈꾸면서 말이죠. 개그맨 전유성씨가 방송에 나와서 시를 많이 읽으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전유성씨가 갖고 있는 독특한 상상력, 창의력의 바탕에 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상을 바라보면서 시를 읽고, 쓰고 작가가 되어 그 모습도 상상해 보고.


그런데 우리나라 학교에서 시를 배울 때는 감상이 아니고 분석적으로만 배웠어요. 운율, 시인은 누구고, 심상이 어쩌고. 시는 일단 외우고 시작했고. 못 외우면 맞고 이제부터라도 시 한 수 읽고 가슴 속에 담아두는 마음은 어떨까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시는 무엇인가요? 저는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 를 좋아합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라는 싯구로 유명한 시 이지요. 정지용 시 중에서는 '호수'를 좋아합니다.



 

호수 1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하니 눈 감을밖에..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람... 잘 지내지요?



 

미용실과 이용원이 붙어 있군요. 꽃무늬도 이쁘고 바다의 파도 모습도 좋습니다.





'그리고' 호프. 이 집에는 시가 담겨 있지 않지만 '그리고' 라는 이름은 여운이 담겨 있는것이 느낌 팍팍 담긴 가게 이름입니다. 그리고 뒤에는 뭐가 올까요? 그리고 행복했다. 그리고 망했다. 어떤거? 




금옥식당, 옥주주식회사, 구읍할인상점, 시가 있는 상회.




이제 다시 옥천읍 쪽으로 향하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발길을 멈춥니다. 정지용 시인의 모교인 죽현초등학교입니다. 옥천공립보통학교가 지금의 죽현초등학교 입니다. 개교한지 100년이 넘었다는군요. 정지용 시인의 시 '해바라기씨' 가 시비로 있습니다. 학교 건물 뒤에는 예전 교사가 남아 있고.. '옥천교육역사관' 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학교 출신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영부인 육영수여사도 있습니다..  시인은 4회, 영부인은 27회 졸업생이라네요.. 육영수 여사의 휘호탑도 있습니다. "웃고 뛰놀자 그리고 하늘을 보며 생각하고, 푸른 내일의 꿈을 키우자".. 마을에 육영수 여사 생가를 복원해 놓았구요..

학교 안에 작은 탑이 눈길을 끕니다. 탑 이름은 '옥천 죽향리사지 삼층석탑'  작은 크기의 탑이지만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됩니다... 고려후기에 만든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옥천읍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충청도식 명품 짬뽕 이라는 타이틀이 있는 경진각에서 짬뽕 한 그릇 먹고..  나중에 옥천이 고향인 분이 말씀하시길.. 물쫄면 하는 곳이 있다네요.. 물쫄면은 땡기네요.. ㅎㅎ

옥천읍에서 냄비를 파는 가게 인데... 간판에 냄비를 붙여 놨어요.. ㅎㅎ



지난 일요일은 한글날이었습니다... 우리의 시는 한글을 아름답게 표현해줍니다.. 아름다운 시를 외국애들이 좀 알아주면 좋겠구만..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에서 계속 떨어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아무튼 우리에게는 수 많은 시인과 시가 있지만.. 정지용의 시는 우리의 글과 정서를 더욱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생가 주변을 거닐면서 정지용의 시에 푹 빠져 들어봤습니다...

가을날은 시와 함께 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 이지요... 가을 낙엽 밟은면서.. ㅎㅎ.. 나는야 추남.. ㅋㅋ.. 하루가 다르게 해가 짧아지고 추워지네요.. 따뜻한 마음으로 시 한 수 읊조려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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