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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슬로시티 대흥

현대의 대도시는 크고 빠릅니다.. 하늘 위로 쭉쭉 뻗은 마천루, 한시라도 빠르게 다니려는 사람들, 자동차들 .. 무심히 지나가다가는 넋을 잃고 맙니다..

빠른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만큼 놓치고 지나가는 것도 많고, 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시하게 됩니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 맞서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자 하는 운동이 일어납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삭막함을 벗어나 인간이 중심이 되고, 지역의 전통문화를 복원하려는 바람을 담은 것입니다..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지역을 슬로시티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2007년 슬로시티 창시자인 파울로 사뚜르니니(Paolo Saturnini)가 한국을 방문하였고, 우리나라 최초로 전남 신안 증도가 슬로시티로 지정되었습니다.. 이후 전남 완도 청산, 장흥 유치, 담양 창평, 하동 악양, 예산 대흥, 전주 한옥마을, 남양주 조안, 청송 파천, 상주 이만 등이 슬로시티로 추가 지정되었습니다.. 

이중에서 충남 예산의 대흥면으로 떠나봅니다.. 예산 대흥면은 중부지방에서는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입니다.. 대흥은 슬로시티라는 타이틀 이전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긴 마을입니다.. 그 중 하나가 의좋은 형제 이야기 이구요 .. 여유와 따뜻함의 농촌 마을 예산 대흥입니다..


한우


대흥면으로 가기 전에 들러야 할 곳이 있습니다.. 예산의 광시마을입니다.. 사진을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 길거리가 온통 정육점입니다.. 이곳은 한우로 유명합니다... 특히 암소 ..  40여개의 정육점과 식당이 성업중입니다.. 이곳에서 영업하는 대부분의 정육점과 식당들이 직영농장을 운영하고 있기에 .. 좋은 고기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광시한우마을에서는 1년에 암소만 2000~2500마리가 유통 판매되고, 200억대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엄청납니다.. 그만큼 이곳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이곳에서 고기를 구입하여서 맛있게 먹었답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고, 채소는 별도로 구입해서 구어 먹을 수도 있습니다..




형제


오늘 포스팅의 메인테마 '의좋은 형제'입니다.. 제가 국민학교 다닐 때에는 교과서에도 나왔었지요 .. 내용은 다 아시리라 봅니다.. 

옛날 시골마을에 사이 좋은 형제가 살았답니다.. 형제는 합심해서 서로 열심히 일을 하였습니다.. 가을이 되어 풍성한 수확을 거두었지요 .. 형제는 수확한 것을 똑같이 나누었습니다.. 밤이 되자 형은 새로 살림을 낸 동생을 위해서 동생집에 볏단을 옮겼고, 동생은 자녀가 많고 부모님 모시는 형을 위해 볏단을 옮깁니다..

형과 동생이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전날과 볏단의 양이 변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밤에 다시 볏단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볏단은 그대로였고요 .. 이상하게 생각한 형제는 다시 볏단을 옮깁니다.. 그러다 형과 동생이 만나게 되는 이야기 .. 그후로 더욱 사이좋게 지냈다는 이야기 ..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지어낸 것이 아니고 ..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야기의 무대는 바로 예산군 대흥면이라는 말씀 ..




비석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담겨 있는 비석입니다.. 이야기의 형 이름은 이성만 동생은 이순.. 이 비석의 정식 명칭은 '예산 이성만 형제 효제비' .. 원래는 예산군 대흥면 상중리에 있는 개뱅이 다리에 있었습니다.. 예당 저수지를 만들면서 수몰 위험이 있어서 현재의 위치(대흥면 동서리)로 옮겨 온 것입니다... 유형문화재 제102호 입니다..

형 이름은 이성만, 동생이름은 이순입니다.. 우애가 뛰어난 것이 널리 알려져 왕에게 보고가 올라갔고, 결국 1497년(연산 3년)에 이 비석을 만들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여러분 중에도 형제가 있는 분들이 있겠지만 .. 솔직히 사이좋게 지내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지요 .. ㅋㅋ .. 이성만, 이순 형제처럼 자신을 희생하면서 형 또는 동생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 .. 필요합니다..

조카들 두 녀석을 의좋은 형제 동상 앞에 두고 사진을 찍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둘 이 서로 싸우네요 .. 아 절망 .. ^^;;




한옥


대흥면사무소 옆에 의좋은 형제 동상과 의좋은 형제 비석이 있습니다.. 그 뒤로 대흥동헌이 있습니다.. 동헌이라하면 고을의 수령이 근무하던 관청입니다.. 사극에서 보면 사또가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지요 .. 푸른 잔디위에 고풍스런 한옥의 건물이 아름답습니다.. 뒷편에 있는 산세와 동헌 지붕의 곡선이 어여삐 연결이 되는구만요 ..

주리와 곤장이 보입니다.. 여행 중에 말 안듣는 사람있다면 .. 저곳으로 끌고 가 .. 혼 좀 내주세요 .. ㅎㅎ ..




옥수수

옥수수




장독대




척화비


 

동헌 안에서 비석 하나가 특별히 시선을 끕니다.. 비석에 적힌 글을 읽어 보면 '양이침범 비전즉화 주화매국 세세만년자손 병인작신미립' 이것을 풀이하면 .. 서양오랑캐가 침범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곧 화친이니 화친을 주장하는 것은 곧 나라를 파는 것이다. 자손만대에 경고한다. 병인년에 만들고 신미년에 세운다. 이것이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빠질 수 없는 척화비입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 대원군이 개방정책을 폈으면,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서구문물의 유입과 급변하는 세계속에서 힘을 키워서,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을 치러 갔을까요? 지나친 서구문물의 유입으로 더욱 혼란에 빠졌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휴양림

봉수산으로 올라갑니다.. 의좋은 형제에서 좁은 시멘트포장길을 따라 올라가면 봉수산휴양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산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휴양림입니다.. 울창한 소나무 숲 속에 쉴 수 있는 곳이지요 .. 여타의 휴양림처럼 숙박시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여름에는 물놀이장도 운영됩니다.. 산속의 차디찬 계곡물에 들어가면 .. 몸이 얼음장처럼 서늘해집니다... ㅎㅎ

봉수산 휴양림 일대로는 도보여행 코스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길 이름은 '느린 꼬부랑길' .. 슬로시티와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느린 꼬부랑길은 옛이야기길, 느림길, 사랑길 등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코스는 2코스 느림길입니다.. 길이 평탄하면서 산과 호수를 모두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수? 호수가 있어? 하시겠군요 .. 봉수산휴양림의 나무 숲 건너 .. 거대한 호수가 보입니다.. 얼핏보면 남해안의 다도해가 연상됩니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저수지인 '예당저수지' 입니다..



 

저수지


 

예당저수지 가까이 내려왔습니다.. 어여쁜 새가 .. 먹이를 찾아왔군요 ..

저수지의 둘레는 40㎞에 달합니다.. 저수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28년입니다. 이후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1952년부터 다시 만들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1964년 완공이 됩니다.. 총 저수량은 4700만톤으로, 예당평야에 물을 공급합니다.. 예당평야는 충남 예산, 당진, 홍성, 서산 일대의 평야지대를 말합니다.. 쌀, 사과 마늘이 많이 재배되지요 ...




낚시


 

예당저수지는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용도이기도 하지만.. 낚시터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붕어, 잉어, 뱀장어, 미꾸라지 등이 많이 잡힌다는군요 ..




사과


 

저수지 옆으로는 생태공원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양한 수생식물과 함께 오롯이 산책할 수 있는 신선한 곳이었어요 .. 공원에서 만난 사과사랑 마스코트 .. 예산하면 사과가 유명합니다.. 슬로시티가 있는 대흥면을 비롯해서 예산 전체가 사과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산의 사과재배는 1923년에 시작되었습니다.. 90년 가까운 역사의 노하우가 담긴 예산 사과입니다.. 예산은 비옥한 황토, 사과 재배에 적절한 일교차, 충분한 가을 햇빛 등 .. 사과재배를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사과 산지입니다.. 이제 가을이 멀지 않았습니다... 예산은 이제 곧 빨간 사과로 물들을 것입니다...

 

연꽃

예당저수지 생태공원의 연꽃


슬로

슬로시티 대흥에서는 매월 둘째 주 토요일이면 '의좋은 장터'가 열립니다.. 저수지 물길 때문에 사라진 대흥장을 다시 복원한 것입니다.. 주민들의 화합도 도모하고, 도시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무대가 펼쳐집니다..

'달팽이 자연학교'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슬로시티 대흥의 이곳저곳을 탐사하고, 흙으로 자연물감을 만들고, 숲속에서 재료를 찾아 예술작품을 만들어 볼 수 도 있습니다... 체험비용은 1만원으로 시간은 2~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귀농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3가지 코스로 운영됩니다.. 3~7일 동안 농가에서 머물면서 체험하는 단기코스, 1개월에서 3개월까지 파종부터 수확까지 해 볼 수 있는 중기코스, 3개월 이상 참여하여 농사의 전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장기코스입니다..

예산 대흥면 슬로시티에 대한 문의 및 안내는 홈페이지 http://www.slowcitydh.com 041-331-3727로 하면 됩니다..

9월 중에 '예산 옛 이야기 축제'가 열릴 예정입니다..




현대인들은 느린 것을 용서치 않습니다.. 1분, 1초 더 빠르게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렇게 빨리빨리 해서 남는 시간 ..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고 계십니까? 삶의 여유를 느껴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저는 느립니다.. 생각도 몸짓도 .. 빠른 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느린 모습이 좋습니다... 느린만큼 착실히 하나하나 만들어 갈 수 있으니까요..

느림의 행복과 여유와 함께 하고 픈 분들은 슬로시티로 떠나보시지요. 어쩌면 우리의 농촌, 어촌이 모두가 슬로시티일것입니다.. 더불어 의좋은 형제의 이야기가 있는 예산의 대흥 슬로시티는 진심이 묻어나는 곳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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