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가을에 더욱 가보고 싶은 그 곳 .. 영주 부석사, 소수서원

영주

추석이 지나고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푸른 초록은 알록달록 단풍으로 변할 것입니다. 선선한 바람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오늘은 경상북도 영주로 떠납니다. 가을에 특히 더 빛이 나는 영주의 이곳저곳을 오롯이 걸어봅니다. 

먼저 부석사로 향합니다. 부석사가 가까워질수록 사과향기가 가득합니다. 영주의 사과는 예부터 유명했습니다. 가을에는 새콤달콤 사과 먹는 재미가 더해져서 좋습니다. 

가을날 부석사를 찾아야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은행나무길 때문입니다. 가을이 되면 노란 은행잎이 환상의 절정을 이룹니다. 반짝이는 가을 햇살에 더욱 눈부신 은행나무길을 걸으면 온갖 근심이 날아가는 듯합니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에 의상이 창건하였습니다. 의상이 이곳에 절을 지으려고 할 때, 사찰 건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선묘신룡이 나타나 바위를 공중으로 들어 올려 물리쳤다 하여 부석사라 하였다고 합니다. 그 바위는 부석사 경내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부석사 안으로 들어갑니다. 다른 절집과 다르게 약간의 틀어짐이 있습니다. 그 절묘한 각도가 부석사만의 아름다움을 만들어줍니다. 극락세계에 이르는 입구를 상징하는 안양문(안양루)을 따라 무량수전으로 향합니다. 무량수전은 부석사 아름다움의 절정입니다.   

천 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품고 온 무량수전입니다. 웅장하면서도 정갈한 무량수전의 모습은 경이롭습니다. 무량수전 앞에서 펼쳐지는 소백산맥의 산세는 가히 절경입니다. 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는 이 절경을 국보 0호로 불렀다고도 하니, 그 아름다움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량수전 앞에서 일몰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무량수전 옆으로 부석사 3층 석탑이 있고, 탑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조사당을 만나게 됩니다. 조사당 앞에 있는 선비화는 의상대사가 꽂은 지팡이가 자란 것이란 전설이 있습니다.

부석사의 감동을 뒤로한 체 소수서원으로 향합니다. 자동차로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서원은 조선 시대의 사립대학과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래의 명칭은 백운동서원이었습니다.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로 재임 시 명종으로부터 '소수서원'이라는 이름을 사액 받으면서 국가의 지원을 받게 됩니다. 소수의 의미는 `기페지학 소이수지`에서 소수(이어서 닦게 한다)를 따온 것입니다.

소수서원에는 재밌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어린아이들이 부모님 '나는 어디서 온 거야?' 묻습니다. 그러면 부모님들은 '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이렇게 말하죠. 그 다리의 유래가 된 곳이 소수서원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2가지 유래가 있습니다. 금성대군이 단종 복위 운동을 하다가 발각되어 죽임을 당했습니다. 당시 동조했던 이 지역의 많은 선비와 가족들이 희생되었다고 합니다. 그때 어렵사리 살아남은 어린아이들을 데려다 키운대서 '청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소수서원으로 공부하러 온 유생들이 종이나 마을 처녀와 정분이 나서 아이를 낳게 되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정을 통한 여인에게 다리 밑에 아이를 두라 했고, 자기가 다리를 지나다 그 아이를 주운 것처럼 했다는군요. 그리고 아이를 본가에 데려가서는 자기 아이처럼 키우고요. 두 번째 이야기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 이야기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도 합니다.

소수서원에는 당간지주가 있습니다. 당간지주라는 것은 절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원래 소수서원 자리에는 '숙수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서원의 숲길도 거닐고, 취한대, 경렴정, 강학당, 학구재 등의 건물을 둘러보면서, 당시 유생들의 생활상을 엿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유생들은 공부가 잘되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더 놀기 바빴을까요? 

소수서원 옆에는 선비촌이 있습니다. 서양에 신사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선비가 있겠죠. 영주는 오래전부터 선비의 고장이었습니다. '선비촌'을 만들어 선비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선비촌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민속촌과 비슷합니다. 선비촌 입구에 저잣거리의 모습을 재현하였습니다. 공예품 전시장의 모습도 보입니다. 공예품, 영주 특산물 등을 살 수 있습니다. 음식 파는 식당도 몇 군데 있었습니다. 선비촌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사군자, 다례, 짚공예, 천연염색, 나무공예 등 종류는 다양했습니다. 선비촌에서는 숙박도 가능합니다.
 
소수서원을 둘러보고 인삼으로 유명한 풍기로 향합니다. 풍기인삼은 삼국사기에도 나옵니다. 신라 성덕왕 33년(734)에 산삼을 당나라에 선물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풍기역 주변에는 인삼을 파는 많은 상가와 상인들이 보였습니다. 인삼 향이 향긋하게 느껴집니다.

영주는 묵밥과 한우가 맛있습니다. 어느 계절에 찾아가도 매력적인 영주입니다. 하지만 가을날 은은한 향기로 접어드는 영주는 분명 매력적이고 정감이 가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