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블루로드 B코스 part.0
경상북도 영덕에 다녀왔습니다. 목적은 블루로드 걷기.
대게로 유명한 영덕입니다. 경상북도 동해안 남쪽에 있는 영덕에는 '블루로드'라는 도보여행길이 있습니다. 영덕의 바닷가를 따라 걷는 길입니다. 처음에는 3개의 코스가 만들어졌고 이후에 1개 코스가 더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블루로드는 A, B, C, D 총 4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저는 B코스와 C코스를 다녀왔습니다.
전체적인 총평은 '좋다 그런데 힘들다'입니다. 여기저기 도보 여행길 많이 다녀봤지만 블르로드길은 숨겨진 보물을 찾은 것처럼 좋았습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길. 그런데 난이도가 좀 있는 것이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영덕까지 가는 과정과 B코스의 시작 부분을 소개합니다.
영덕까지 대중교통으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차편도 많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시간절약을 위해 밤기차를 타고 동대구역까지 가기로 합니다. 회사에서 일을 마치자마차 역으로 향합니다. 밤기차는 그렇게 아래로 아래로 달리고 시간은 다음날 새벽 1시를 가리킵니다. 동대구역에서 동부시외버스터미널까지 택시 타고 이동합니다. 터미널에서 영덕 가는 첫차가 아침 9시에 있습니다.
터미널 근처 찜질방에서 한숨 자고 아침 터미널로 향합니다. 영덕까지 가는 버스는 완행과 직행이 있습니다. 완행은 경주, 포항 거쳐서 영덕까지 3시간 정도 걸립니다. 직행을 타면 영덕까지 한방에 갑니다. 1시간 40분 정도 걸리고요. 직행 첫차가 9시입니다. 완행은 새벽부터 있습니다. 완행 첫차를 탈까 하다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직행 타기로 합니다.
그리하여 영덕에 무사히 도착.
처음 계획은 블루로드 A코스, B코스를 걷는 것이었습니다. 영덕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그 계획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블루로드 지도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B코스, C코스를 가야겠구나. 블루로드 A, B, C, D 4개 코스가 나란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블루로드의 하이라이트인 B코스를 여유 있게 둘러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영덕터미널에 블루로드에 대한 안내서가 제대로 없습니다. 그 흔한 안내 홍보물도 없고 당연히 교통편 안내도 없고요. 커다란 지도만이 덩그란히 있었습니다. 좀 아쉬운 부분. B코스 출발지인 해맞이공원까지 택시 타고 갑니다. 터미널 옆 택시정류장에서 택시 탑니다. 블루로드 걸으러 왔다니까 기사 아저씨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십니다. 그 친절함의 정점은 바로 여기 대게 상징물입니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여기서 멈추는 겁니다. 그러더니 저보고 내리라네요. 저는 당황합니다. '왜요?' 탑 앞에서 제 모습을 찍어주겠다고 하시네요. 이 탑이 최근에 만들어져서 못 봤을 거라면서. 저는 그렇게 택시에서 내려 아저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넵니다. 그리고 찰칵. 영덕터미널에서 해맞이공원까지 택시비 14,800원 나왔습니다. 800원은 깎아주시네요.
택시는 창포말 등대를 살짝 지나서 에너지공원 올라가는 길 빛의 거리 앞에서 멈춥니다. 택시 기사 아저씨 '이 아래로 쭈욱 내려가면 돼요'라고 하시네요. 그런데 고개를 살짝 돌리니 창포말 등대가 보입니다. 바로 위 사진 속의 등대입니다. 가까이 다가갑니다. 등대에는 대게 다리가 걸쳐 있습니다. 진짜 영덕에서만 볼 수 있는 영덕의 등대입니다.
대게 발
등대에서 본 영덕의 동해바다입니다. 느낌 좋다.
등대 보고 다시 처음 택시 내린 곳으로 왔습니다. 그래서 아래로 내려갑니다. 빛의 거리라고 해서 하얀 기둥이 서 있고 조명시설을 해 놓았더군요. 노란 민들레에는 꿀벌이 날아와 살며시 앉아 있구먼요. 노란 수선화도 환하게 반짝반짝 길을 비추고 있습니다. 예쁜 꽃을 보니 괜스레 더 기분이 좋습니다. 흥분이 고조되는.
수선화를 따라 내려오니 이정표가 보입니다. 왼쪽은 '오보해수욕장 2㎞' 오른쪽은 '해맞이공원 블루로드 B코스 시점'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블루로드 B코스 시점을 찾아 오른쪽으로 갔는데 정확한 시점을 못 찾겠더군요. '이거 도대체 어디야?' '시점이 있긴 있는 거야?' 결국 'B코스 시점'이라 적힌 포인트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와서 오보해수욕장 방면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걷기 전에 주의사항을 읽어봅니다. 주의사항 다 아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블루로드에서는 몇 가지를 짚어보고 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제가 걷고 보니 3인 이상 가라는 말이 공감됩니다. 왜냐면 힘들어요. 길도 험하고. 군사작전지역이 있기에 밤에는 안 다니는 게 좋다는 것도 유념하시고요.
블루로드는 푸른색의 'BLUE'를 뜻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뜻도 있습니다. B는 Beach(맑고 푸른 바다), L은 Light(맑고 푸른빛), Legend(전설과 이야기가 풍부한 곳), U는 Utopia(언젠가 가보고 싶은 관광목적지), Unique(독특한 지역문화가 있는 곳), E는 Exit(일상생활의 탈출구), Exciting(흥미진진한 장소), Energy(희망의 에너지) 뭐 이런 뜻이 담겨 있습니다.
블루로드 B코스는 해맞이공원에서 축산항까지 이어지는 길입니다. 거리는 15.5㎞입니다. 홈페이지에는 5시간 걸린다고 나와 있습니다. 저는 5시간 30분 걸렸습니다. 중간에 밥도 먹고 쉬는 시간도 많고 사진도 찍으면서 천천히 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걸린 시간은 상당히 길게 느껴졌습니다. 바다 풍경은 예뻤는데 코스가 좀 험난했습니다.
영덕 블루로드 B코스는 과거 군인들이 해안경계 근무를 서던 길입니다. 그래서 중간중간 소초가 남아 있습니다. 지금 소초에서 근무를 서지는 않지만 그 모습 그대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바다 모습과 어울리지는 않지만 우리 시대의 아픔이자 기록으로서의 가치는 존재합니다..
이제 슬슬 걸어보겠습니다. 블루로드 B코스는 중간중간 아스팔트나 흙길을 걷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바다를 따라 바위길을 걷습니다. 운동화보다는 등산화 신고 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사람 다니기 편하게 하겠다고 심하게 바위를 깎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좋았다는.
기기묘묘한 바위
맑고 푸른 바다. 그렇게 블루로드길 시작합니다.
블루로드 B코스는 영덕해맞이공원에서 축산항까지 이어지는 길입니다. 사실 그렇게 쉬운 길은 아니었으나 걷는 내내 푸른 바다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정표 및 길 안내가 좀 더 디테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블루로드 B코스 중간에는 식사할만한 식당이나 화장실이 많지 않으니 미리미리 준비하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이제 영덕 블루로드의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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