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항 and
전날 영덕 블루로드 B코스를 마치고, 축산항에서 하룻밤 머물렀습니다.. 모텔의 더블침대가 어찌나 넓던지요.. 어디선든 눕기만 하면 5분 내로 잠에 빠지는 사람인데, 밤이 길었습니다.. ㅎㅎ ..
새벽 5시 휴대전화 알람이 울립니다.. 잠도 잘 못 잤다면서 뭐 이리 일찍일어났노? 하시겠군요 .. 저는 죽도산에서 일출을 보고 싶었습니다.. 일출을 보고 블루로드 C코스를 시작하려 했습니다.. 간단하게 씻고 후다닥 밖으로 나옵니다.. 아직 여명이 어스름한 때이지만, 항구쪽은 불빛이 반짝이더군요 .. 모텔에서 죽도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 생각지도 못한 월척을 만난 날이기도 합니다.. 그럼.. 출발 .. ^^
사실 어제 죽도산을 오를 때는 좀 힘들었습니다.. B코스의 끝자락인지라 체력적으로 지쳐있었지요 .. 그런데 일출 보러 가는 아침에는 죽도산에 오르는 것이 가벼웠습니다.. 사뿐사뿐 올라가게 되더군요 ..
그런데 문제는 일출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다쪽으로는 붉은 기운이 보이는데, 동그란 햇님은 보이질 않는군요 .. 거기다 바람도 거세고요 .. 아쉬움을 뒤로하고 축산항쪽으로 향합니다.. 새벽녘 어촌의 역동성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새벽부터 고기잡이배는 항구를 떠나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던데도 배를 몰고 나가시더군요 .. 바다에서 고기 잡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인것 같습니다.. 자연과 직접 부딪쳐서 수확을 얻어야 하는 것 .. 존경스런 일입니다...
축산항으로 와봤습니다. 항구에는 갈매기들이 끼룩끼룩 많이 날고 있었습니다. 전날 저녁 때보다 갈매기들이 엄청 많네요. 항구는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전날 저녁의 고요함과는 사뭇 다른, 생기가 넘치는 항구였습니다..
축산항은 동해안에서 제법 큰 어항(漁港)입니다.. 죽도산을 비롯해서 주변의 지형이 피항하기에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게 위판이 열리는 5개 항구 중 하나이고요 .. 특히 가자미, 문어, 오징어 등의 거래가 활발한 곳이기도 합니다..
저 멀리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입니다.. 경매가 이루어지나? 그런것 같지는 않고 .. 모여서 무엇인가를 구경하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급 호기심 발동 .. 아니 가볼 수 없습니다... ㅎㅎ
배 안에 생선이 가득입니다..
포스팅 서두에 말씀드린 월척이 뭔지 아시겠습니까? 바로 이 고래입니다.. 커다란 밍크고래가 육지 위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죽은 상태고요 .. 그러면 고래를 잡은것인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국제포경협회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고래를 잡을 수 없습니다.. 대신 고기잡이 그물에 우연히 걸려 들어서 죽은 것을 갖고 올 수는 있는 것이고요.. 고래가 잡혔다는 뉴스는 보신 기억이 있으실 것입니다..
제가 갔을 때는 사람들이 한바탕 고래 구경을 마치고 사라졌을 때입니다.. 해양경찰만 나와서 사진찍고 조사하고 있더군요 .. 그런데 칼을 갖고 와서 고래의 살점을 떼 가더군요 .. 그래서 필름통 같은 곳에 넣어서 갖고 가더라구요 .. 무슨 조사를 하려는가 봅니다..
고래 구경하던 사람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고래만 덩그런이 남아 있습니다.. 그 넓은 바다를 유유히 잘 지내다가 이렇게 홀로 남아 있는 고래가 안 쓰러웠습니다.. 고래 곁을 쉽게 떠날 수가 없겠더라구요 .. 물끄러미 바라보고 또 바라봤습니다.. 얘도 식구가 있을 것 같은데, 혹시 고래 가족이 이 녀석을 찾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
저는 고래 잡힌 것이 신기해서, 검색을 해봤습니다.. '축산항 고래' 이런식으로요 .. 혹시 신문기사에 나오는지 궁금했거든요 .. 그런데 이날 잡힌 고래는 신문에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때 잡힌 고래만 나오는군요 ..
축산항 일대에서 고래가 종종 걸려 들어온다고도 합니다.. 이렇게 잡힌 고래는 위판장에서 거래가 되는데 .. 그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르겠지만서도 1천만원대에서 8천만원대에 이를 정도더군요 .. 바다의 로또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가 봅니다..
그런데 고래가 불쌍해요 ..
고래를 뒤로하고 영광 블루로드 C코스를 출발합니다.. 지금 시간은 새벽 6시 15분 .. 평소에 저는 이 시간이면 잠을 자고 있을 때입니다.. 그런데 이 이른 새벽에 움직이는데도 피곤하거나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이른 새벽이지만 세상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특히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의 어촌마을은 더욱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고요 ..
일출 못봐서 아쉬웠는데, 어느새 태양은 바다 위로 솟아올라 '나 여깄지!!' 라면 인사를 하고 있네요 .. 반갑다 .. ㅎㅎ
파노라마로 태양과 죽도산을 함께 담아봤습니다..
죽도산 잘 있어라 .. 나 다시 올께 .. 그때는 ... 그때는 ..
이제 영덕 블루로드 C코스의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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