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 제주를 느낄 수 있는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김영갑갤러리 두모악(http://www.dumoak.co.kr/)

이번에 제주올레길 3코스(구 9코스)를 걸으면서 김영갑 갤러리에 갈 수 있었다. 故김영갑(1957~2005)은 제주에 미쳐 15년을 한결같이 제주의 아름다움을 사진속에 담아두고자 했던 사진 작가이다. 2005년 루게릭병으로 유명을 달리하였다.

내가 김영갑갤러리를 처음 찾았던 것은 2005년 3월 이었다. 그 때 잘 지내던 여자친구가 김영갑갤러리를 가보고 싶어했다. 둘 다 육지에서 내려온지 얼마 안 되었던지라 제주도 지리도 잘 모르고, 돈 도 없고해서 무작정 버스를 타고 갔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가서, 다시 일주도로버스를 타고 삼달리 입구에서 내려서 걸어갔던 기억... 이번에도 걸어서 그곳을 다시 찾게 되었다... 이번에는 혼자서...

폐교된 삼달초등학교를 자신의 사진작품 전시관으로 꾸며놓았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스쳐지나가는 오름, 돌담, 바람 등이 그의 손길을 거쳐 새롭게 태어났다.

학교 건물은 사진갤러리로 운영되고, 학교 운동장에는 현무암을 비롯해서 많은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픈몸을 이끌고 돌하나에도 정성을 쏟은 그의 노력이 더욱 숭고하게 느껴진다.

두모악이란 한라산의 옛 지명이다. 한라산 정상에 백록담 호수가 있는 모습 즉 머리가 없다는 뜻이다.

갤러리는 2 곳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한 곳은 故김영갑의 생애와 제주인들의 삶에 관해서, 다른 한 곳은 故김영갑의 사진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갤러리 밖에는 사진 찍는 사람이 몇 있었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이, 혼자서 조용히 사진을 감상 할 수 있었다.

예전에 갔을 때는 공짜였는데, 공짜라기 보다는 갤러리를 둘러보고, 자신이 내고 싶은 만큼 돈을 내고 가는 시스템이었다. 요즘에는 일괄적으로 입장료를 받고 있다. 어른 3000원(제주도민은 2000원), 청소년 2000원, 노인과 어린이는 1000원, 장애인 무료.. 입장료를 냈다지만 위와 같은 작은 사진 엽서 하나를 주니 오히려 돈을 번 느낌이다. 저 입장권은 내 방 책상위에 붙어있다...

2005년 고인이 운명을 달리하기 전에 갤러리를 찾았을 때 그는 위 사무실에 앉아 창 밖을 지긋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은 무심한 태양빛만이 그곳을 밝혀주고 있다.

갤러리 안에 방명록(?)이 있었다. 나도 한 줄 적었는데...  나름 꾀 멋있게 적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갤러리 뒷편에 화산석들과 하얗고, 보랏빛의 들꽃들이 갤러리를 비춰주고 있다. 갤러리 뒷편에 휴게실이 마련되어 있다. 휴게실에서 미리 준비해간 삼각김밥 2개과 컵라면으로 점심해결... 

감나무에 감이 달려있다. 감을 일부러 따지 않고 둔것인가? 유실수를 보면 과일이 익으면 다 따서 횡하는데, 감을 따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나무의 모습이 탐스럽다.

故김영갑에 대해서, 아니면 제주도를 새롭게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그가 생전에 쓴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라는 책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상경화증)때문에 지금 이 세상에 그는 없지만,그의 제주사랑, 사진사랑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