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대천, 안면도
어느 날 아버지가 기차 타고 여행 가고 싶다시네요. 기차 여행의 낭만과 재미를 떠올리셨나 봅니다. 그렇게 부모님과 함께 기차 타고 떠난 곳은 충청남도 보령시 대천역입니다. 대천해수욕장 일대를 보고 해저터널을 지나 안면도까지 다녀왔습니다.
부모님이 허리도 불편하시고 무릎도 좋지 않으셔서 오래 걷질 못하십니다. 최대한 걷지 않는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벚꽃 흩날리는 봄날 부모님과 함께 서해안으로 떠난 당일치기 기차여행입니다.
저는 경기도 평택시에 살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출발지는 평택역입니다. 평택역에서 무궁화호 타고 대천역까지 갈 것입니다. 대천역에서 렌터카(쏘카)를 이용해서 돌아다닐 것이고요. 집에서 대천해수욕장까지 자동차로 가는 것이 기차 타고 가는 것보다 더 빠릅니다. 렌터카 비용까지 더하면 돈도 적게 들고요. 여행이라는 게 속도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게 있습니다. 기차여행만이 가진 즐거움이 있습니다.
65세 이상 어르신은 기차 요금 30%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주말 및 공휴일은 할인이 안 될 수 있습니다. 기차표는 출발 한 달 전부터 예매할 수 있습니다. 쏘카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예매합니다. 쏘카는 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어머니는 달걀 5개를 삶아 작은 상자 안에 담았습니다. 소금은 종이에 싸서 넣으셨네요. 기차 하면 떠오르는 간식 중 대표적인 것이 삶은 달걀입니다. 옛날 부모님 세대에 달걀은 귀한 식재료였습니다. 집안 어른들만 챙겨 드리기도 했습니다. 삶은 달걀은 휴대성이 좋으니 여행길에 함께하기에 좋습니다. 기차 안에서 사이다와 먹는 삶은 달걀이 맛있습니다.
대천역에 도착합니다. 행정구역으로 대천시와 보령군이 있었습니다. 행정구역 통합하면서 보령군이 되었습니다. 대천이라는 지명을 살리고자 대천역 이름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대천역 바로 앞에서 렌터카(쏘카)를 찾고 대천해수욕장으로 향합니다.
대천해수욕장 옆 스카이바이크가 첫 번째 목적지입니다. 대천역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걸립니다. 스카이바이크는 바다 위에 일부러 레일을 깔았습니다. 2명, 3명, 4명 탑승할 수 있고 각각 비용이 다릅니다. 3인은 26,000원
스카이바이크 길이는 2.3㎞. 왕복 40분 정도 걸립니다. 처음에는 페달을 밟는 수동이었습니다. 최근에 전동화하였습니다. 페달질하지 않아도 됩니다. 편하게 힘들이지 않고 바다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바람입니다. 바닷가여서 그런지 봄바람이 강합니다. 어르신들은 추위 대비도 필요하겠습니다. 생각보다 무섭거나 살 떨리진 않더군요. 부모님도 재밌어하십니다.
대천해수욕장 바다 구경. 와! 바다다. 대천해수욕장은 서해안 3대 해수욕장 중 하나입니다.
점심 먹기 위해서 대천항수산시장으로 이동합니다. 스카이바이크 탑승장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 걸립니다. 대천항수산시장에서 수산물 구매 후 식당(초장집)에서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점심 메뉴는 바로바로바로 주꾸미 샤부샤부입니다. 사실 주꾸미는 1년 내내 잡힙니다. 다만 봄이면 알이 찬 주꾸미를 맛볼 수 있기에 봄날 주꾸미를 많이 찾습니다. 수산시장에 갔는데 국내산 주꾸미는 요즘 잘 없다네요. 중국산 주꾸미 1kg, 멍게 1kg 구매 후 식당으로 이동합니다. 중국산이라고는 하지만 주꾸미가 살아있고 기대했던 알도 맛볼 수 있습니다. 뜨끈한 국물을 먹으니 스카이바이크에서의 추위도 사라집니다.
보령해저터널을 이용해 원산도로 넘어가기로 합니다. 보령해저터널은 보령시 신흑동 대천항과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를 잇는 터널입니다. 해저터널이라는 말 그대로 바다 밑으로 터널을 뚫었습니다. 보령해저터널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해저터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긴 해저터널이고요.
보령해저터널을 지나 원산대교를 건너면 안면도입니다. 안면도 남쪽 영목항에 전망대가 있습니다. 전망대 1층에 작은 카페가 있습니다. 카페에서 차도 한 잔 마시고 전망대에 올라 안면도 일대를 조망하고자 합니다. 1층 카페는 소소합니다. 진저(생강) 라테가 독특하네요. 전망대는 태안 해안에서 자라는 해당화 꽃잎을 형상화한 디자인입니다. 영목항 전망대는 입장료가 없습니다.
22층 전망대에 오르면 서해안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360도 돌면서 사방을 다 볼 수 있습니다. 창 너머로 바라보는 탁 트인 바다 풍경은 여행의 기분을 한층 더 시원하게 만들어 줍니다.
영목항 전망대에서 안면도 자연휴양림으로 향합니다. 영목항 전망대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걸립니다. 안면도 휴양림 가는데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있습니다. 벚꽃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냥 드라이브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4월 중순이니 예년 같으면 꽃이 떨어졌을 텐데 올해 개화가 늦어서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꽃이 없어도 드라이브 하기에 풍경이 좋겠습니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쭉쭉 뻗어 올라간 소나무가 유명합니다.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 중 한 곳입니다. 안면도 소나무를 이용해 궁을 짓고 배를 만들었습니다. 고려시대 때부터 나라에서 특별히 관리하였습니다. 지금은 충청남도에서 관리합니다. 휴양림에서 산책하거나 휴양림 바로 옆 수목원까지 가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걷지 않고 나무 그늘에서 소나무 향기를 맡아보는 것만으로도 휴양림에 온 목적은 달성입니다.
다시 보령해저터널을 이용하여 대천해수욕장으로 향합니다.
보령머드테마파크로 왔습니다. 보령머드테마파크는 머드축제와 머드 제품을 알리기 위해 만든 곳입니다. 보령은 머드가 유명합니다. 머드 곧 진흙입니다. 보령에서는 갯벌에서 나오는 머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보령머드축제는 이제 세계적인 축제로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2025년 보령머드축제는 7월 25일부터 8월 10일까지 대천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립니다.
저는 머드 족욕 체험을 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머드뷰티치유관에서 머드를 이용하여 피부, 헤어 등을 관리받을 수 있습니다. 족욕 체험은 여행 마지막 피로를 풀기에 적당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족욕 체험 비용 10,000원. 시간은 20분 정도. 따뜻한 물에 머드 가루를 넣습니다. 족욕을 하니 발도 맨질맨질해지고 개운하니 좋습니다.
보령머드테마파크에서 나와 대천해수욕장 가서 바다 바람 한 번 더 만나봅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해수욕장에서 해넘이 일몰까지 보고 와도 좋을 것입니다. 해넘이는 다음에 보기로 하고 대천역으로 향합니다.
벚꽃 핀 대천역
기차 출발 전 남은 시간. 밥 먹기는 짧고 그렇다고 쌩으로 굶긴 뭐 합니다. 어머니가 햄버거를 먹자고 하시네요. 대천역 앞에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사 와서 먹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먹는 불고기버거가 맛있습니다. 여행길 진수성찬도 좋지만 소소한 햄버거 하나가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습니다.
대천역 플랫폼으로 기차가 들어옵니다. 이제 집에 갈 시간입니다.
차창 밖으로 석양을 바라보며 하루를 정리합니다.
이번 여행길을 정리하면
대천역 - 스카이바이크 - 대천항 수산시장 점심 - 보령해저터널 - 영목항 전망대 - 안면도 자연휴양림 - 보령해저터널 - 보령머드테마파크 - 대천해수욕장 - 대천역
보령 일대에 가볼 만한 곳이 많습니다. 다른 곳은 많이 걷고 움직여야 하니 팔팔한 친구들과 다니면 됩니다. 부모님과 함께라면 체력 부담 없이 가볍게 다닐 수 있는 여행길이 좋습니다. 이날 부모님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하시면서 만족해 하셨습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부모님과 좋은 시간 보낼 수 있어서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다음에는 어디로 갈지 또다시 지도를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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