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복입니다.초복 때는 날씨가 엄청 더웠는데 중복은 상대적으로 더위가 덜한 듯 합니다. 그래도 여름은 여름이고 복날은 복날이니 몸보신을 해줘야지요. 복치레 하기 위해서 보양식들을 많이 먹게 됩니다. 마음 같아서는 제가 직접 보양식 한 그릇 씩 팍팍 대접해 드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고. 컴퓨터 화면상으로나마 기운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남원의 추어탕입니다.
남원에는 추어탕거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추어탕이 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둘레길 가기전에 남원 추어탕 맛집 검색을 해봤습니다. 엄청 나오더군요. 이거 어딜 가야 하나? 인터넷도 뒤지고 맛집 서적도 뒤적거리다 평판이 좋은 7곳의 추어탕집을 찾아내였습니다.
광한루를 둘러보고 관광안내소에 가서 물어봅니다. 추어탕 어디가 좋을까요? 안내해주는 분이 특정 식당을 안내하기 좀 껄끄러워 하시는 것이 다 맛있다고만 하네요. 제가 메모해 간 곳을 보여드리니 대략적인 위치를 알려 줍니다. 광한루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광한루 주차장이 있고 그 부근이 추어탕 거리더군요.
남원에서 추어탕으로 가장 유명한 식당은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유명해서. 제가 마이너 기질이 좀 있거든요. 그렇게 다니다 발견한 곳 '현식당' 입니다.
식당 내부 모습입니다.
저녁 먹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이었습니다. 추어탕 거리를 걸어오는데 대부분의 식당이 썰렁하더군요. 그런데 이곳에는 사람들이 제법 북적입니다. 손님들도 계속 들어오구요. 남원 추어탕의 신흥 강자 라는 말이 실감되더군요.
일단 자리에 앉고 주문을 합니다. 추어탕 하나 주세요
내부를 둘러봅니다. 부엌이 오픈되어 있습니다. 깨끗하게 조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위생 문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추어탕을 포장, 택배 판매 한다는 현수막도 보입니다. 3만원에 6팩 10만원에 20팩. 그러니까 한 팩에 5천원 정도 하는 가격이군요.
추어탕 먹기 전에 포장, 택배로 사 가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나 맛있기에 저런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이런 불손한(?) 생각을 뒤엎는 목소리가 들리네요. 제 앞에서 드시는 아저씨가 20팩 포장해달라는 소리. 저도 다 먹고 나서는 사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면서 메뉴판을 찾아봅니다. 메뉴판이 안보이네요. 뭐야? 하는 순간 보이는 추어탕 7천원.
다른 메뉴는 없었습니다. 오직 추어탕. 추어탕 집 가면 추어튀김, 추어숙회 등등 많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오직 추어탕 하나 뿐이네요. 탕 하나만 한다고 하니 더 믿음이 가더군요. 자고로 맛집이라 불리는 곳 중에서 메뉴 많은 곳을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이것은 다른 분들도 인정하시리라 봅니다.
가격도 무난합니다. 추어탕 한 그릇에 8천원 넘는 곳들도 많이 있지요.
혹시 추어(鰍魚)가 뭔지 모르는 분은 없으시겠죠? 추어는 미꾸라지 입니다. 추(秋)를 보면 물고기 어(魚)에 가을추(秋)가 합쳐져서 만든 글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가을 미꾸라지는 겨울잠을 자기 위해 미꾸라지가 영양분을 저장하기에 살이 올라 맛이 더 좋습니다. 하지만 여름에 보양식으로 먹어도 쵝오..
추어탕은 단백질과 비타민 A 가 풍부하여 피부미용에 좋고,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여 성인병 예방에도 좋습니다. 지방이 적어 다이어트용으로도 좋구요. 콘도로이친 성분이 있어 노화예방에 도움을 줍니다.
젠피와 후추입니다. 젠피의 원래 이름은 초피 입니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젠피, 경상도에서는 제피, 북한에서는 조피 라고 불립니다. 이 밖에도 지피, 남추, 진초 등으로 불립니다. 추어탕에 젠피 말고 산초를 넣어 먹기도 하지요. 젠피와 산초가 같은 것으로 아는 분들도 많으신대요. 다른 식물입니다.
산초와 젠피를 구분할 정도의 미식가는 아니지만서도 어디서 들은 풍월은 있어서 젠피를 넣으니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제가 사는 경기도쪽 추어탕집 가면 대부분 산초더라구요. 젠피(산초)가 안들어가면 추어탕을 먹고 나서도 찝찝하죠. 젠피(산초)가 들어가면 민물고기 특유의 잡내를 잡아주어 추어탕이 더 맛있어집니다. 어렸을 때.. 추어탕 먹으러 가서 산초가루를 들깨가루인줄 알고 왕창 넣었다가 매워서(?) 완전 고생했던 기억도 나네요.
고추 다진 것도 있구요. 고추 팍팍.
밑반찬 나와 주십니다. 제가 좋아하는 겉절이도 보입니다. 역시 전라도 입니다. 탕 하나 시켜도 반찬 나오는 가짓수부터가 다르네요. 맛도 좋구요. 10년전 전라도 보성 어느 시골마을에서 5천원 주고 반찬 17가지 나오는 백반 먹은 적도 있지요. 이때 공기밥 3공기나 먹었는데 과연 남는 장사인지 제가 다 걱정이 되었죠.
짜잔. 드디어 그 유명한 남원 추어탕이 등장했습니다.
남원에서는 남원추어탕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하여 남원 이외의 지역에서 자란 미꾸라지를 남원으로 반입하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는군요. 남원의 미꾸라지는 적당히 차가운 섬진강 상류에서 자란다 합니다. 그래서 살이 너무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은 최상품이고 당연히 추어탕도 맛이 좋은 것이지요.
추어탕은 크게 3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서울식(경기도식), 원주식(강원도식), 남원식(남도식)
서울식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끓입니다. 국물의 베이스는 사골국물이고. 젠피(산초) 대신 후추를 사용하고.. 남도식과 구분하여 '추탕' 이라고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맑게 끓이는 편이죠... 원주식(강원도식)은 매운탕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고추장이 들어가지요.. 감자도 들어가구요.. 남원식(남도식)은 뼈가지 통째로 갈아서 끓입니다.. 남도식은 들깨가루, 된장 등을 넣어 걸죽하게 끓이지요..
서울식과 원주식은 미꾸라지를 통체로 끓이고.. 남원식은 갈아서 끓입니다.. 아마 일반식당에서 추어탕하면.. 대부분이 남원식으로 미꾸라지를 갈아서 끓이지요..
남원식은 시래기가 듬뿍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음식에 대한 사설이 좀 길었네요... 제가.. 음식 맛도 맛이지만.. 음식문화, 역사 등 음식과 관련된 배경지식에 더 관심이 많답니다... ^^
어찌되었든.. 기다리고 기다리던 추어탕이 나와주셨고... 아무것도 넣지 않은 상태에서.. 한술 떠서 먹는대.. 완전 감동... ㅋㅋ.. 깔끔한 국물맛이 제 입맛에 딱 맞네요... 추어탕 한 두 번 먹는 것도 아니지만... 아주 만족스런 추어탕이었습니다... 역시.. 본토에서 먹는 맛은 뭐가 달라도 다르단 말인가? ㅎㅎ
젠피는 조금.. 고추는 팍팍.. 넣어ㄴ니다... 다른 탕 음식을 먹을 때는 양념을 잘 안넣습니다.. 설렁탕 먹을 때.. 소금도 안 넣어 먹습니다... 하지만 추어탕은 젠피(산초), 고추 팍팍 넣고.. 매콤하고 시원하게 먹어야... 기운이 더 납니다....
밥을 한 그릇 넣어서 슥슥 말아봅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네요... 그런데.. 배가 터지게 생겼어요.. 식당 아주머니께서 냄비를 들고 왔다갔다 하더니.. 알아서 국물하고 시래기를 더 얹어 줍니다.. 잘생긴 저만 해준 것은 아니고.. 식당에서 식사 하는 다른 분들도 다... 마음만으로도.. 배가 부르고.. 실지로도 배가 불러요.. ㅎㅎ
기차를 타러 남원역으로 가야 되는데... 배가 불러.. 남원 시내까지 걷기로 합니다.. 남원 시내, 광한루가 지척이더군요.. 어디서 우~웅 하는 소리가 나서 둘러보니.. 하얀 연기(?)가 보입니다.... 방역중이네요... 아저씨 한 분이 자전거로 하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커다란 방역차는 많이 봤는데.. 자전거는 처음 보네요.. ^^
광한루 매표소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쭈욱 가면 됩니다.. 지도 속에 새집, 부산집 등도 추어탕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새집이 제일 유명하더군요..
남원역에서는 택시로 3천원 내지 조금 더 나올 듯 하구요... 남원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기본요금에서 몇 백원 더 나올 듯 합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걸어가도 되겠더만요... 남원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버스터미널은 위치가 다릅니다...
추어탕 맛있게 둘러보셨는지요.. 장마 끝나고 며칠 동안은 엄청 더웠는데.. 더위가 잠시 멈칫 거리는 듯 합니다.. 요럴 때.. 몸보신 좀 잘 하셔서.. 원기왕성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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