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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2코스 (http://www.trail.or.kr/)

도보여행의 인기가 높습니다. 차타고 후다닥 갔다오는 것이 아닌 천천히 자연과 호흡하면서 걷는 느림보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걷기 여행 코스가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여러 걷기 여행 코스 중에서 특별하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코스가 있습니다. 누구나 걷고 싶어하는 그 길 지리산 둘레길로 향합니다.


장맛비가 끊이지 않고 내리던 어느 여름날 걷고 싶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이 가고 싶어졌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하루. 지리산이 가까운 곳도 아니고 고민고민만 하던 그 때. 두드리면 열린다고 좋은 코스가 나타났습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둘레길 2코스의 종착지이자 3코스의 출발지인 인월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 이거야. 새벽같이 폭우가 쏟아지던날. 터미널에서 인월행 첫차에 오릅니다. 버스는 함양(경상도)를 거쳐 인월(전라도)에 도착합니다. 서울은 폭우가 쏟아지지만 인월은 비온 뒤 쾌청함을 자랑합니다.

 
 



인월에 도착해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지리산둘레길 인월센터로 갈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여행정보를 좀 얻어볼라 했더니만 어라 매주 월요일은 쉰다네요. 오늘은 월요일인데. 그래도 걸음은 멈출 수 없습니다. 인월센터 연락처 063-635-0850. 근무시간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센터 앞에서 잠시 방황하는데 사진 속의 아저씨가 부릅니다. 둘레길에 관한 글을 쓰는데 사진 모델이 되어달라네요. 인물을 알아보네요. 잠시 모델이 되었고 사진 보내주겠다고 해서 명함까지 줬는데 소식이 없네요. 


 

 

 

인월은 둘레길 2코스의 종착점이자 3코스의 출발지입니다. 금계로 향하는 3코스는 난도가 좀 있습니다. 길이가 19.3㎞ 예상소요시간은 8시간. 하루 안에 걷기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운봉으로 향하는 2코스를 역방향으로 가기로 결정합니다. 2코스는 9.4㎞의 거리에 4시간이 예상합니다. 둘레길의 화살표를 따라가면 됩니다. 순방향은 빨간색 화살표 역방향은 검은색 화살표입니다..



 

푸르른 들판이 보기만 해도 시원시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주도 올레길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현재까지 11개 코스를 걸었습니다. 제주도 올레길에서의 바닷바람과는 다른 지리산 깊은 곳에서부터 불어오는 또 다른 청명함이 느껴집니다.



 

인월에서 출발하여 처음으로 맞이하는 마을인 '달오름마을'입니다. 마을이름이 이쁩니다. 마을 곳곳에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이 친숙하고 다정자감합니다. 달오름마을은 농림수산식품부가 뽑은 지방관광명소 Rural 20 프로젝트에 선발된 마을입니다. 'Rural-20' 프로젝트가 뭐냐면 한국적인 모습이 살아있는 농어촌 체험마을을 엄선해서 외국인들에게 한국 농어촌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달오름마을에서는 전통문화와 유기농산물을 이용한 체험도 가능합니다. 흥부잔치비빔밥 요게 별미라는데 그냥 지나가네요. 그리고 이곳에서 민박도 가능합니다. 3코스 출발지가 지척이니 기점으로 삼아도 좋을 듯합니다.



 

달오름마을을 지나면서 산길로 접어듭니다. 비가 온 뒤여서 나무들이 뿜어내는 상쾌한 공기는 매연에 찌든 폐를 깨끗하게 정화를 해줍니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온 영향으로 계곡에 물이 불어 났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징검다리처럼 지나갈 수 있었을 텐데 물이 콸콸콸 흘러갑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거기다 2코스는 평지라고 해서(실제로 2코스 후반부만 산길이에요. 지금 저는 역방향으로 진행 중) 일반 운동화 신고 와서 그냥 물속에 들어갈 수는 없고.

신발 벗고 양말 벗고 맨발로 물길에 들어갑니다. 발목 정도 잠기더군요. 시원한 계곡물이 짜릿합니다. 다시 신발을 신으려는 순간 하얀 나비 한 마리가 제 신발에 앉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나비와 이야기 나눕니다.



 

다시 산길을 전진합니다. 산길이라고는 하지만 잘 닦여진 등산로입니다. 등산로를 벗어나면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포장길이 나옵니다. 출발해서 30분 정도 지나면 흥부골 자연휴양림이 나타납니다. 달오름마을이 있는 지역이 흥부와 놀부가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곳입니다. 

우리가 어려서 배우기는 흥부의 착한 마음을 배워야 한다고도 했지만 요즘은 반대로 놀부의 태도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놀부처럼 살아야 성공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 휴양림을 지나는데 다람쥐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녀석이 제가 오는 줄 알고 반가워서 마중 나왔나 봅니다.




 

흥부골 자연휴양림을 지나서 산길이 이어집니다. 자갈밭이 이어집니다. 이 정도는 껌이죠. 순간 빗방울이 두두둑 떨어져서 렌즈에 빗방울 맺혔습니다. 두두둑 오는 듯하더니 금세 지나갑니다.  



 

출발한 지 50분 정도 되니 커다란 호수가 나타납니다. 고요하고 잔잔한 수면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얼굴하나야 손바닥 둘로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 같으니 두 눈을 감을 수밖에"라는 정지용 시인의 '호수' 시가 떠오릅니다. 눈을 감고 마음의 창을 열어 봅니다.

이 호수는 옥계저수지입니다. 신라시대 거문고의 대가였던 '옥보고'라는 사람이 이곳에 자리 잡고 거문고 곡 30곡을 만들어 내었다고 합니다. 물이 맑아 옥계청류라고도 불렸다는군요. 옥계청류는 지금 봐도 수긍이 갑니다. 곡 안 써지는 작곡가는 옥계저수지로.  




출발 1시간이 지나고 대덕리조트를 지납니다.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면 인월면에서 운봉읍으로 행정구역이 바뀌게 됩니다. 운봉까지는 5.7㎞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군하동길을 따라가면 군화동이 나옵니다. 표지판에는 군하동이라 되어 있지만 둘레길 홈페이지에는 군화마을 나옵니다. 1961년 대홍수 때 소멸된 화수리 이재민들의 가옥을 군인들이 주둔하면서 13 가구를 건립합니다. 이주 후 마을 이름을 ‘군인들이 지은 화수 마을’이란 뜻으로 군화동(軍花洞)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을 입구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서 있고 정자도 남아 있습니다. 가방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돌립니다.

 

 



작은 시내를 따라 나 있는 뚝방길을 따라 걷습니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요. 가끔씩 지저귀는 새들만이 저를 반겨줍니다. 지리산 둘레길은 잠시나마 내 것이 됩니다. 욕심쟁이. 




푸른 들판 사이로 잠자리 한 마리가 살포시 앉습니다. 다른 걷기 여행 코스도 그렇겠지만 둘레길은 빨리 걸을 수 없게 만드는 자연의 친구들이 많습니다. 낯선 여행자의 발걸음 소리가 친구들에게는 시끄러운 소음이 되지는 않을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딛으며 주위를 찬찬히 살펴봅니다. 풀 하나 벌레 하나도 친구가 됩니다. 



출발한 지 1시간 30분. 저는 역방향으로 가니까 2코스를 순방향으로 오는 분들에게는 목적지까지 1시간 30분 정도 남은 때 국악의 성지를 찾게 됩니다. 원래 코스에서 안쪽으로 들어가야 됩니다. 저길 가? 말어? 순간의 망설임이 생깁니다. 결론은 아니 가면 안 되니 안 갈 수가 없겠구나입니다. 

운봉은 춘향가와 흥부가의 무대가 되는 곳입니다. 동편제의 발상지이기도 하고요. 이 지역에서 수많은 명인, 명창을 배출하였습니다. 국악의 성지에서 국악공연도 하고 체험도 있다는데 오늘은 월요일 정기휴관입니다. 그래도 외부의 모습은 둘러볼 수 있습니다. 국악의 성지 제일 위에 사당이었던가? 내려다보는 남원 일대의 모습이 장관입니다. 어딘가에 포근히 안긴 기분입니다. 






국악의 성지에서 나와서 비전마을로 들어섭니다. 비전마을 앞에도 커다란 나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흐릿했는데 한 낮이 되면서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기 시작합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 자는 아저씨 한 분의 모습이 부럽습니다. 마을이 비(碑) 앞에 있다고 해서 비전(碑前) 마을입니다.



 

 

지리산 둘레길이 대중적으로 급속도로 널리 알려진 것은 1박 2일 프로그램 영향도 있습니다. 1박 2일 멤버들이 각 코스별로 돌면서 코스를 소개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걷고 있는 둘레길 2코스는 아름다운 청년 이승기 씨가 걸었던 길입니다.




1박 2일 방송 이후 둘레길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둘레길이 몸살을 앓았다고도 하던데요. 다른 이들과 둘레길 주변의 마을분들 둘레길 자체에 피해를 주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비전마을은 소리의 마을입니다. 국악의 성지가 있고 수많은 명인, 명창을 배출하였습니다. 이곳은 가왕 송흥록 선생, 명창 박초월 선생이 태어난 생가입니다. 생가에 들어가서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어디선가 명창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송흥록 선생은 조선말기 동편제 판소리의 시조로 불리며 가왕(歌王)이라 일컫는 분입니다. 19세기 판소리 명창 8인 중에 한 명으로도 꼽힙니다. 진양조장단을 완성하고 산유화조를 도입하는 등 판소리사에 큰 공헌을 한 분입니다. 사진 속에 명창 하는 동상이 송흥록 선생입니다.

1913년에 태어난 박초월 선생은 김소희, 박록주와 함께 1930년대부터 우리나라 여류 판소리를 대표하는 명창입니다. 서술과 구성이 있는 소리로 서민적 정서를 잘 표현하셨다고 전해집니다. 춘향가, 수긍가 보유자로 지정받기도 했습니다. 요즘 나가수의 귀요미로 뜨고 있는 조관우 씨의 할머니입니다.




황산대첩비가 보입니다. 황산대첩은 고려말 이성계가 이곳 남원시 운봉읍 화수리에서 왜구를 크게 물리친 것을 기념하여 세운 비입니다. 조선 선조 10년(1577)에 세운 것인데 일제강점기에 파괴되어 파편만 남아 있던 것을 1977년에 다시 복원합니다. 사적 제104호.




시냇물을 따라 걷습니다. 





새 한 마리가 물속에서 먹이를 찾고 있나 봅니다.





지리산 산줄기를 병풍 삼아 푸른 들판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제 황금들녘으로 변하겠지요.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합니다. 소나기가 후두둑 금방이라도 내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먹구름은 이내 물러가고 환한 여름 태양빛이 계속 비춥니다. 2코스는 식당이 잘 안 보이더군요. 2코스를 가신다면 물, 간식 등은 미리 준비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더운데 목이 마른데 가게가 없더라고요. 맥주 생각이 간절했어요. 




서림공원으로 이어집니다. 목적지(2코스 출발지)가 가까워집니다. 돌장승이 있습니다. 방어대장군이라고 쓰여 있고요. 남자, 여자가 각각 있는데 이 장승은 여자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돌장승은 마을의 악한 기운을 막기 위해서 만든 것입니다.





2시간 30분에 걸쳐서 둘레길 2코스를 완주하였습니다. 일단 주린배를 채우고자 시작점 근처에 있는 식당에 무작정 들어가서 물냉면 하나 후루룩 먹습니다. 마침 운봉장날(1, 6장)이기에 장 구경도 합니다. 장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더라고요. 2코스 시작점에서 장터까지 10여분 걸어가야 합니다. 운봉우체국 앞에서 남원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남원시내로 이동합니다. 남원에 도착해서 광한루 갔다가 추어탕 먹고. 남원역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저는 2코스를 거꾸로 걸었습니다. 인월에서 운봉까지 전체적으로 코스가 평이합니다. 특별히 험한 길이 있지는 않았고요. 거리가 짧은 편이라 당일치기로 다녀와도 충분히 가능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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