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아무리 오더라도 여름은 여름입니다. 여름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시선을 자연으로 옮겨봅니다. 자연 속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오르는 한 가지 연꽃입니다. 7월말에서 8월달로 이어지면서 여기저기서 연꽃이 활짝 피어납니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연꽃들 개화가 좀 늦어질 것 같다고도 하지만 연꽃은 사랑스럽게 피어납니다. 연꽃보러 경기도 시흥 관곡지로 향합니다.
오늘은 회사 안 가고 쉬는 날 오전에 이것저것 밀린 일들을 좀 하고 숨을 고릅니다. 오랜만에 보는 햇볕이 반갑습니다. 집에만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잠시 떠나보기로 합니다. 어디를 가볼까? 오호 연꽃. 그리고 관곡지입니다.
4호선 안산역에 도착을 해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집니다. 버스 타고 30여분 가는 도중에도 비는 계속 됩니다. 버스타고 오면서 창 밖을 바라봅니다. 푸르름이 가득한 것이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입니다. 경찰서도 지나고 시청도 지나는데 주변에 논밭이 많이 보입니다. 수도권의 도시가 아닌 시골 모습입니다. 그래서 기분좋습니다.
비는 계속옵니다. 저는 우산이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누구? 나는야 비를 피해가는 럭키가이. 버스에서 내리니 비가 싹 그칩니다. 버스에서 내려 어디로 가야 하나 잠깐 방황합니다. 곧바로 '관곡지'로 향하는 이정표를 찾았습니다. 700m를 걸어가라더군요. 뭐 이정도는 누워서 떡먹기 입니다. 생각보다 빨리 '관곡지'를 만납니다.
관곡지에서 지(池) 하면 연못일 텐데 연못은 안 보이고 한옥만 보입니다. '안동권 씨 화천군파 종중소유'라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안내판 설명을 보니 관곡지는 조선전기의 명신(名臣)이며 학자로 이름이 높은 강희맹 선생이 중국 남경 전당강의 연꽃씨를 가져다 심은 곳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연꽃이 심어진 곳이라는 얘기. 이후 강희맹이 사위 권민형에게 이곳을 전해주었고 이후로 안동권 씨 문중에서 관리하고 있답니다. 집안에는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어 들어가지 못합니다.
주변을 좀 볼라 했더니만 소나기가 다시 옵니다. 정자에 앉아서 비 소리 들으며 그치기를 기다립니다.
그칠 듯 말 듯 한 비는 어느새 멈춥니다. 집안을 둘러봅니다. 재미난 조형물들이 있습니다.
이 연못이 '관곡지(官谷池)'입니다. 가로 23m 세로 18.5m. 그런데 연꽃이 안 보입니다. '꼭 꽃을 봐야 하는 것은 아니야 마음속으로 꽃을 피우면 되지' 하는 가식적인 말을 중얼거립니다. 관곡지를 한 바퀴 돌아봅니다. 꽃이 피긴 했지만 몇 송이 없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끝? 이라고 하면 재미없습니다. 담장 너머로 관곡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디넓은 연꽃밭이 보입니다. '연꽃테마파크' 연꽃이 저를 손짓합니다. 이리 오세요.
시흥연꽃테마파크입니다. 약 20㏊(약 6만 평) 정도 된다고 합니다. 연꽃테마파크에서는 연꽃뿐만이 아니라 시흥농업기술센터에서 연구하고 관리하는 다양한 수생식물들도 볼 수 있습니다. 시흥시 관내에서는 4개의 영농법인이 연근과 연잎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연꽃테마파크에서도 연을 수확하고요. 시흥농업기술센터에서는 연차, 연막걸리 연근발효음료, 연근추출물주름개선화장품 등 연을 이용한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연꽃테마파크를 돌아보는데 아직 연꽃이 만개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음 주는 되어야 연꽃을 좀 더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늘 보십시오. 먹고름이 짙게 드리운 것이 비가 금방이라도 올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비가 오진 않았습니다.
맑고 밝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꽃이 잎을 뚫고 나온 것일까요? 옆잎 위로 물방울이 맺혀 있었습니다. 물들이 모여서 무거워지면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도 들립니다. 처음에는 귀신 있는 줄 알았습니다. 아~ 이 소심함. 만약 비가 온다면 연잎 하나 꺾어서 쓰면 어떨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연꽃테마파크라고 해서 연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식물들도 볼 수 있습니다. 특이한 모양의 박들을 자라게 한 것도 있었고요. 왼쪽 아래 기다란 것들은 뱀인 줄 알았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오른쪽 위에 있는 것은 도토리 모양입니다.
연꽃테마파크 안에 작은 온실이 하나 있습니다. 온실에는 자생화식물원이 있습니다. 작고 아담한 꽃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연꽃도 피고 연못도 꽃을 피우고.
잠자리 한 마리가 얌전히 있습니다. 사진기를 마구 들이대는데도 가만있습니다.
이것은 가시연이래요.
검은색의 꽃 봉오리가 독특해서 찍어봤습니다.
개구리밥인가요? 푸른색이 이뻐서.
연꽃씨는 수명이 길어서 3천 년이 지나도 발아할 수 있다네요. 연꽃의 꽃말은 순수, 군자, 신성, 청정입니다.
노란색도 있네요.
연잎은 물에 젖지 않습니다.
허전히 무너져 내린 내 마음 한 구석 그 어느 그늘진 개흙밭에선
감돌아 흐르는 향기들을 마련하여
연꽃이 그 큰 봉오리를 열었다.
<김관진의 '연'>
오리입니다. 꽥꽥
농업기술센터에서 오리농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수생식물과 벼를 심어 놓았고 그 사이를 오리들이 다닙니다. 귀엽습니다. 8월 12일부터 14일까지는 시흥에서 갯골축제가 열립니다. 8월 13일에는 연을 주제로 한 '전국 연음식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하니 함께 둘러보면 좋을 듯합니다. 10월에는 연근 캐기 체험도 있을 예정입니다.
전철로 4호선 안산역에서 내립니다. 안산역 1번 출구로 나와서 지하도를 통해 길을 건넙니다. 버스정류장에서 61번 버스를 타고 30여분 가서 성원, 동아 아파트 정류소에서 내립니다. 61번 버스는 부천과 안산을 오고 갑니다. 부천역에서도 탈 수 있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후 길 따라 앞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관곡지 이정표가 보입니다. 700m 걸어가면 됩니다.
7월 말에서 8월 초에 걸쳐서 전국 각지에서 연꽃축제가 열립니다. 태안 청산수목원, 무안 백련지, 김제 청운사, 강릉 풍호마을, 남양주 봉선사, 일산 호수공원 등에서 열리니 가까운 곳에 있다면 연꽃 보러 나들이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연꽃 보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입니다. 진흙 속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청아함 저와 닮은 모습입니다. 아름다운 연꽃과 함께 삶의 맑고 고움을 한껏 담아 보시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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