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서경들마을(http://www.2000jang.com/)
겨울이 다가오면서 기온은 내려갑니다. 추운 몸 뜨끈하게 하기 위하고픈 마음에 술 한 잔 생각납니다. 물론 과음은 안되고, 적당히. 우리나라는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술 문화도 발달했습니다. 지역마다 집집마다 특색 있는 술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가양주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세월 우리 곁에 있던 술을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자신이 사라지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요 근래 우리 술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오고 있습니다. 술을 대규모로 만들기도 하겠지만,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의 장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좋은 술은 좋은 재료에서부터 시작하듯이, 명품 쌀의 고장 이천에서는 이천쌀로 술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이천의 서경들마을에서 한 잔 하시겠습니다.
경기도 지정 슬로푸드 마을 서경들 술마을입니다. 동네 주소가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서경 1리입니다. 원래 마을의 형태가 소가 누워있는 모양이어서 쇠경이라고 하였고, 이후 서경으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150여 가구가 모여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입니다. 콩, 쌀, 고추농사를 주로 짓고 있습니다.
술마을이라고 해서 술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 농촌체험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체험으로는 전통방식으로 장 만들기가 있습니다.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이 아닌, 슬로푸드로서의 전통음식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절마다 다양한 농작물을 수확하는 체험이 가능합니다. 술 만들기는 서경들마을에서 의욕적으로 시작한 체험 프로그램이고요.
전통주 체험장
전통주를 만들어 볼까요?
술의 종류는 수없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술은 막걸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경들마을에서 만드는 전통주는 막걸리입니다. 재료는 쌀, 물, 누룩, 효모 등입니다. 유인물 뒤로 보이는 PET병에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막걸리가 보입니다. 술 만들기 전부터 그 향기와 빛깔에 취기가 오릅니다.
서경들마을에서는 영농조합을 만들어 운영 중입니다. 서경들 영농조합법인 김종섭 대표가 마을 소개와 체험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는 콩 농사가 잘 된다고 합니다. 콩을 이용하여 장 만들기를 시작한 것이 영농조합의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경기도청의 슬로푸드 사업,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등에 선정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였고 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술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전통주의 재료는 쌀입니다. 쌀은 마을에서 생산한 쌀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쌀 8㎏을 잘 씻어서 세 시간 정도 불립니다. 물을 빼냅니다. 물을 빼내지 않으면 고두밥이 질어집니다.
고두밥을 짓습니다. 고두밥이라는 것은 밥을 되게 지어 고들고들하게 지은 밥을 말합니다. 고두밥으로 하는 것은 발효를 잘 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쌀 안에 수분이 많으면 발효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됩니다. 잘 씻은 쌀을 스팀을 이용하여 25~30분 정도 찝니다. 시간이 되어 익은 쌀을 펼칩니다. 이때 밥알이 일반 쌀처럼 손에 들러붙지 않아야 잘 된 것입니다.
물에 누룩을 넣습니다. 원래는 전통 누룩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체험할 때 술이 제대로 만들어지질 않는다 합니다. 그래서 개량누룩을 사용하게 됩니다. 개량누룩 속에는 효모가 들어있습니다. 누룩은 술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발효제입니다.
고두밥과 누룩을 섞습니다. 그러고 나서 발효를 시키면 됩니다.
발효과정을 거쳐서 술이 되기까지는 1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다고 체험을 1주일 동안 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고두밥과 누룩을 섞은 것을 조그만 플라스틱 통에 넣어서 나눠줍니다.
집에 갖고 가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고두밥과 누룩이 든 용기를 그대로 집에 갖고 가서 상온에 두면 됩니다. 3~4일 동안은 뚜껑을 열고 저어주고, 그 이후로 3~4일 정도는 상온에 그냥 두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총 일주일 후에 발효된 원액 1 : 물 2.5 정도를 섞어주면 적당한 도수의 술이 됩니다. 쌀 8㎏로 술 원액 20ℓ 정도 나온다고 합니다.
통에 담을 때는 원액 그대로 담습니다. 단맛을 내는 첨가물을 넣지 않습니다. 특별히 단맛을 원하시면 꿀, 과일 등을 적절히 섞으면 됩니다. 저도 해 봤습니다. 제때 잘 저어줬어야 했는데, 퇴근 시간이 늦다 보니 며칠 까먹고 해서 술이 잘 안 되었어요.
술 만들기 체험에 왔으면, 막걸리 한 잔 정도는 해 줘야지요. 마을에서 직접 만든 막걸리 한 잔 마셔 봅니다. 물론 제가 한 잔만 마시지는 않았겠지요. 역시 이천이 쌀이 좋아서 그런지, 막걸리도 술술 잘 넘어갑니다. 인공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지는 막걸리 맛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쌀은 밥으로만 먹어야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여, 쌀 소비량이 줄고 있습니다. 이때 쌀로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어야 하고, 쌀 막걸리가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안주는 마을에서 직접 만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두부입니다. 두부만 보면 고등학교 때 선생님 한 분이 생각납니다. 그분 말씀이 나중에 술 먹게 되면 안주는 꼭 좋은 거 먹어야 한다. 정 없으면 두부라도 먹어라. 두부 좋다. 이런 말씀이었습니다.
서경들마을에서는 장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콩만 길렀는데 소득향상을 연구하다가 콩을 가공해서 판매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메주도 만들고, 장도 만들어 판매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마을 부녀회에서 공동으로 콩을 재배하고, 방부제 및 화학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된장, 고추장, 간장, 청국장 등등 다양한 제품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일 년에 20여 톤의 콩을 생산하는데, 이중 절반 가량이 청국장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합니다.
서경들마을의 장은 이천시 공식 지역특산물로 지정이 되었습니다. 매해 2월 초에서 3월 사이에는 '팔도 장담그기 행사'를 개최합니다. 8도의 장맛을 비교하고, 행사 후에는 지역 내 불우시설에 장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입문의는 홈페이지 http://www.2000jang.com/
전통장 숙성실에서는 체험객들이 만든 고추장, 된장 등이 항아리 속에서 푸근하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숙성실 오른편을 보시면 메주도 달려 있습니다. 역시 메주 만들기 체험을 하고 숙성이 되고 있는 것이고요.
술맛이 괜찮으셨나요? 이천의 너른 뜰에서 자란 좋은 쌀은 술맛을 더욱 좋게 합니다. 서경들마을에서 이번에는 술 만들기 체험을 했지만, 메주를 만들고 장을 만드는 체험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메주도 만들고, 메주에 매달 새끼로 만들고 하는 체험은 온 가족이 함께하기에 좋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날씨 추우면 애주가들은 저녁 시간에 한 잔 더 생각이 날 것입니다. 이왕이면 우리의 전통술 직접 만들어서 드신다면, 그 술은 자신만의 특별한 술로서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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