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술 박물관
연말인지라 여러 가지 모임이 많은 때입니다. 모임의 종류가 많다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모이고 먹을거리가 있다면 술 한 잔 정도는 마시게 됩니다. 술이라는 게 묘합니다. 건강 때문에 먹지 말라고도 하지만 그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하지만 먹고 싶습니다. 지금 새벽인데 벌써부터 술 생각나면 안 되는데 날이 추우니 더 생각납니다.
우리 인류에서 술은 빠질 수 없습니다. 특히 풍부한 음식 문화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술은 풍부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술이 만들어져 왔고 마셔왔습니다. 지금이야 공장에서 뚝딱하고 만들지만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맛있게 익어갑니다. 그 정성을 느껴보고자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배다리 술박물관으로 향합니다.
지하철 3호선 원당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배다리 술 박물관'에 도착을 합니다. 입구에서부터 커다란 술독이 반겨주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술 주(酒)도 술 잔 모양이군요. 배다리 술 박물관의 시작은 1915년에 박승언 옹이 '인근상회'라는 이름으로 만든 양조장입니다. 이후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5대에 걸쳐서 양조장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술을 계속 만들고 있고, 박물관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100년을 이어온 술맛 기대가 됩니다.
배다리는 지명입니다. 한강에 홍수가 나면 여러 척의 나룻배를 이어서 다리를 만들었다는군요. 배로 만든 다리 배다리입니다. 박물관은 크게 3곳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술의 역사를 알 수 있는 1 전시장, 술 빚는 과정을 알 수 있는 2 전시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식당이 있습니다 입장료는 없습니다. 공짜.
박물관 안으로 들어옵니다. 입구에서부터 박물관의 역사를 알게 해주는 신문 스크랩, 상장, 기념패 등이 보입니다. 술을 만드는 도구들, 술을 운반했던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은 소주고리입니다. 청주를 소주고리에 넣고 끓여서 받아 낸 것이 소주입니다. 소주는 원래 증류주입니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소주는 여러 가지 감미료를 넣고 화학적으로 처리한 희석식 소주입니다. 막걸리의 오덕도 눈길이 갑니다.
허기를 면해준다.
취기가 심하지 않게 합니다.
추위를 덜어줍니다.
일하기 좋게 기운을 복돋아 줍니다.
평소에 못하던 말을 하게 하여 의사를 소통시켜 줍니다.
저는 2전시장으로 올라왔습니다. 이곳에서는 술을 만드는 다양한 도구들 술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옛날 술을 담은 항아리, 미군들이 버리고 간 스페어깡(철제 휘발유통)에 담습니다. 스페어깡이 인상적입니다. 술이라는 것이 어디에 담기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막걸리를 소주잔에 먹으면 뭔가 이상합니다.
막걸리병이 가득입니다. 막걸리는 우리의 전통술입니다. 단점이라면 먹고 뒤끝이 안 좋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장기간 보관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운송 시 변질될 우려도 높고요. 그래서 각 지역별로 막걸리를 제조하는 양조장이 있고 그것은 막걸리의 맛을 풍부하게 해주는 기회가 됩니다.
막걸리에 지역별 특산물을 첨가하면 막걸리의 화려한 변신을 볼 수 있습니다. 밤, 잣, 복분자 이런 것들은 막걸리와 제법 잘 어울립니다. 제가 본 특이한 막걸리로 매생이 막걸리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막걸리는 그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융합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 막걸리가 인기 있는 이유인 듯합니다.
요즘은 막걸리의 영양적인 측면에 관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막걸리 1병에 들어 있는 유산균이 일반 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유산균의 100배에 달한다고도 하고요. 비타민 B, 콜린, 나이아신, 식이섬유도 풍부하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과음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2전시장에서 술 만드는 순서를 재현하고 있습니다. 술 만드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온갖 정성이 들어가야 제대로 된 술맛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술을 만드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술의 발효제라 할 수 있는 누룩을 만듭니다. 누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술의 도수가 결정이 됩니다. 누룩의 재료로 밀, 쌀, 보리, 녹두 등을 사용합니다. 술밑을 만듭니다. 고두밥(지에밥)을 짓는 것입니다. 술밑은 유산균을 발효시키고 효모를 증식시킵니다. 술밑과 맑은 물을 이용하여 발효를 시킵니다. 발효가 끝난 술밑에 용수를 박아 술을 거릅니다. 이후 소주를 내립니다. 술 만드는 과정을 보기도 하고 술 만들기 체험도 해봤지만 그 과정이 녹록지 않더군요.
커다란 술독
소주고리
중국 명나라 때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술잔입니다.
1전시장으로 이동합니다. 1 전시장은 술의 역사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곳입니다. 먼저 관혼상제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중요한 때가 되면 술을 올려 예를 다하곤 했습니다. 성년이 되고 결혼할 때 사람이 하늘로 올라가고 제례를 행할 때 그 자리에는 술이 꼭 있었습니다.
배다리 술도가의 시작은 인근상회였습니다.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배다리 술도가는 한국 현대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2명과 관련이 깊습니다. 박정희와 정주영입니다. 박정희가 고양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하고 실비옥이라는 술집에 들렀답니다. 거기서 배다리 막걸리(고양 막걸리)를 먹고 그 맛에 반했다는군요. 이후 박정희가 죽기 직전까지 배다리 막걸리를 청와대에서 먹었다 합니다. 배다리 막걸리에서는 대통령 전용 막걸리를 만들어서 공급을 했고요. 박정희 모습이 제법 리얼합니다.
현대그룹 회장 정주영이 북한에 갈 때 고양막걸리를 갖고 가서 김정일과 마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막걸리 이름을 통일막걸리라고 했다는 것이고요.
다양한 술 주전자.
1층으로 내려오면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습니다. 주전자로도 팔고 병으로도 팝니다. 해물, 김치 등으로 만든 전, 두부김치 등의 안주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막걸리집에서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저는 오전부터 혼자 술 먹기는 뭐해서 막걸리 2병 사들고 집에 와서 먹었습니다. 혼자 다니면 이게 불편해요. 혼자 먹으라면 먹을 수도 있긴 한데.
오덕(五德)
취하되 인사불성일 만큼 취하지 않음이 일덕(一德)이요,
새참에 마시면 요기되는 것이 이덕(二德)이며,
힘 빠졌을 때 기운 돋우는 것이 삼덕(三德)이다.
안 되던 일도 마시고 넌지시 웃으면 되는 것이 사덕(四德)이며,
더불어 마시면 응어리 풀리는 것이 오덕(五德)이다.
놀고 먹는 사람이 막걸리를 마시면 속이 끓고 트림만 나며 숙취를 부른다 해서 근로지향(勤勞志向)의 반유한적(反有閑的)이요. 서민으로 살다가 임금이 된 철종이 궁안의 그 미주(美酒)를 마다하고 토막의 토방에서 멍석 옷 입힌 오지 항아리에서 빚은 막걸리만을 찾아 마셨던 것처럼 서민지향의 반귀족적(反貴族的)이며 군관민(軍官民)이 참여하는 제사나 대사 때에 합심주로 막걸리를 돌려마셨으니 평등지향의 반계급적(反階級的)이라는 것이 삼반(三反)을 의미한다.
젊은 층의 술 선호도 변화와 주요 수출국인 일본에서의 저가막걸리 등이 그 원인이라고 합니다. 이번 기회에 막걸리에 대한 연구를 재 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막걸리는 우리의 삶과 함께해 온 술입니다. 둥글둥글한 느낌의 막걸리는 따뜻합니다. 오랜 시간 함께 한 막걸리는 전통의 힘이 있습니다. 배다리 술박물관을 둘러보면서 막걸리를 마시지 않아도 막걸리의 깊은 맛과 여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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