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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성공회 성당

천주교 성당, 기독교 교회를 생각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는지요? 학창 시절 책에서나 나오던 고딕, 로마네스크 등의 용어가 어렴풋이 생각나면서 서양의 건축물이 그려집니다. 서양에서 들어온 종교인지라, 서양의 건축 형태로 짓는 것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렇게 건물을 지었을까요? 글쎄요.

강화도 고려궁지를 둘러보고, 바로 앞에 있는 성공회 성당으로 향합니다.


 

성공회 강화성당.

성당이라며? 그런데 입구는 우리가 늘 보아오던 그런 성당의 모습이 아닙니다. 성당 이름이 한자로 적혀있고, 삐걱거리는 나무 문 위에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원이 그려져 있고요. 불교적 느낌도 살짝 느껴지고 서원에 온 것 같기도 하고요. 내가 맞게 온 것인가?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문을 열고 살며시 들어가면 범종을 만나게 됩니다. 십자가도 그려져 있고요.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기도문도 새겨져 있습니다. 원래 교회나 성당에 종이 있긴 합니다. 영화에서 보면 줄 당기면 교회 첨탑의 종이 울리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범종이라니 이것은 불교에서나 보던 모습입니다.

지금도 주일에 예배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종을 울린다고 합니다. 사실 이 종이 만들어진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1989년 교인들이 성금으로 만들어진 종입니다. 처음에는 영국에서 갖고 온 종이 있었습니다. 일본애들이 대동아 전쟁하면서 전쟁물자 공출해간다면서 종 떼어갔다네요. 




 

천주성전 

성당 맞습니다. 이곳이 성공회 강화성당입니다. 천주성전이라는 글씨만 빼고 보면 이곳이 성당인지 쉽게 알지 못할 것입니다. 이 성당은 대한성공회 초대 주교인 코프(Corfe, C. J.)에 의해 1900년에 지어졌습니다. 코프 주교는 영국에서 주교 서품을 받고 우리나라에 왔습니다. 그가 처음으로 세례를 준 것이 1896년입니다. 주교 축성을 받은 지 7년 만입니다. 강화도에서 최초로 세례가 이루어졌고 성당도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올해는 성당이 만들어진지 114년째네요. 대부분이 원형 그대로입니다. 창문도 100년 넘은 게 있다고 합니다..





 

이때가 평일이어서 성당 내부로 들어가는 문은 잠겨 있어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대신 창문 너머로 성당 안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십자가가 서 있고, 촛불이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나무로 된 바닥과 창호지로 곱게 발린 문창살이 보입니다. 오래 세월을 함께 했음직한 책장에는 주보, 성경책 등이 곱게 꽂혀 있습니다. 지금도 주일이면 미사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낡은 책장이지만 잘 정돈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창문에 비친 파란 하늘이 예뻐서.



 

혹시 내부 모습이 궁금한 분이 있으실 것 같아서 사진 훔쳐왔습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http://ko.wikipedia.org)




 

하단에는 붉은 벽돌이 쌓여있고 그 위에 기와가 올려져 있습니다. 성공회 성당을 짓기 위해서 당대 최고의 도편수를 영입합니다. 그 도편수는 좋은 나무가 필요했고 결국 백두산의 적송을 사용합니다. 성공회 제2대 주교인 터너가 직접 백두산으로 갔다고 합니다.

 

백두산에서 적송을 구하긴 했습니다. 이걸 갖고 오는 게 문제인데요. 두만강을 따라 서해로 나오고 다시 바닷길로 강화도까지 갖고 왔다는군요. 강화도까지 오는데 6개월이 걸렸고 이것을 말리는데 또 6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나무 하나는 정말 야무진 것으로 사용했나 봅니다. 성당이 아직도 쌩쌩하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100년 전 성공회 강화성당을 지을 때보다 과학기술이 더 발달했는데 건물 짓는 것은 더 엉망일까요? 숭례문 복원공사가 '개판'으로 이루어진 것을 보면 정말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건물 뒷면입니다. 건물 위 십자가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그러면 성공회는 무엇인지 살짝 짚고 넘어가 봐야겠습니다. 성공회는 영국이 고향인 기독교 종파입니다. 제가 세계사 시간에 배울 때는 영국 국교회라고도 했던 것 같은데 정식 명칭은 성공회입니다. 성공회가 탄생한 것은 영국 왕 헨리 8세에 의해서입니다.

16세기 영국은 교황의 영향력에 있었습니다. 헨리 8세는 그의 부인인 캐서린 왕비가 맘에 안 들었습니다. 둘이 갈라서고자 교황에게 혼인 무효소송을 냅니다. 당시 교황 법에 따라 이혼이 안됩니다. 헨리 8세가 박차고 나와서 독립을 하고 성공회를 만듭니다. 이혼도 이혼이지만 교황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의지가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성공회'라는 것은 '하나요, 거룩하고 공변되고 사도적인 교회'라는 교회에 관한 신앙고백 가운데 성(聖), 공(公) 두 글자를 따온 것입니다. 성공회는 구교와 신교의 장점을 끌어안고자 했고 융합과 소통을 중요시합니다. 그렇기에 이런 한옥성당을 만들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영국 알마 수녀 기념비입니다. 알마 수녀님은 1896년부터 강화도 온수 성당에서 간호사로 근무하였습니다. 그러다 1906년 전염병 때문에 소천하셨습니다. 

 


 

사제관입니다. 사진을 이렇게 찍어놓고 보니 시골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한옥집입니다.


 

 




성공회 강화성당은 사적 제42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종교에 대해서 아는 것도 그다지 없습니다. 다만 여행자로서 인간으로서 절, 성당, 교회 다니는 것은 좋아합니다. 이런 종교적 성지를 찾게 되면 마음이 진정된다고 할까요? 괜히 착해지는 것 같고 그분들이 저를 용서해 줄 것만 같고요. 실제로 잘못한 건 없지만 (워낙 순수하게 사는 착한 아이인지라)

성공회 강화성당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살며시 자리 잡은 성당. 성당이라고 해야 성당인 줄 알지 그냥 보면 박물관이나 절집 같기도 한 강화성당입니다. 실체를 보지 않고 생각만으로는 이질감이 드는 것이 하나로 합쳐지고 그것이 100년을 넘게 이어왔다는 것에서 존경심까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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