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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북성포구

 

인천은 예전에 제물포라 불렸습니다. 인천 곳곳에 포구들이 있었습니다. 그 포구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천역 뒤로 가면 북성포구가 있습니다. 인천의 옛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북성포구도 사라질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북성포구를 만나러 갑니다.

 

 

 

인천역을 나와서 오른쪽으로 돌아 직진합니다. 고가도로가 나옵니다. 고가도로 아래를 지나서 우회전해서 직진. 그러면 대한제분 공장이 나옵니다. 곰표밀가루로 알려진 회사입니다. 공장 입구에 복성포구라는 입간판이 크게 서 있습니다. 공장 옆길을 따라 들어가면 북성포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공장이 있어서 멈칫할 수 있는데 그냥 들어가면 됩니다. 대형화물차가 많으니 조심.

 

 

 

 

 

 

 

 

 

공장 옆길로 걸어갑니다.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수로가 길게 들어와 있습니다. 작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습니다. 야적장과 공장에서 작업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북성포구는 수도권 최대 포구이자 어시장이었습니다. 지금은 적막감이 가득합니다.

 

 

 

 

 

통나무들이 쌓여 있는

 

 

 

 

 

 

공장

 

 

 

 

 

지금도 북성포구에는 고깃배들이 들어옵니다. 북성포구는 파시가 유명합니다. 파시는 고깃배가 들어오면 배 위에서 생선을 사고파는 것을 말합니다. 배 들어올 때만 잠깐 장이 열리는 것입니다. 어부들이 잡아온 수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것이니 저렴하고 싱싱합니다. 물때 맞춰서 배들이 들어오고 나갑니다. 파시 열리는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보기

북성포구에 관해서 검색하다 파시 열리는 시간이 나온 신문기사가 있어서 옮겨왔습니다.

 

 

 

 

 

 

포구 주변은 휑합니다. 어구들 쌓여있는 것을 보면 여기서 뭐가 이루어지긴 하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북성포구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집니다. 1929년에서 1931년 사이 일제는 수산물 유통을 위해 북성동 해안 일대를 매립합니다. 대규모 수산물공판장, 어시장, 어업용 제빙공장을 만듭니다. 1970년대 연안부두로 어시장이 옮겨가고, 1980년대부터 야적장과 공장이 들어서면서 포구의 기능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지금도 포구에는 몇몇 횟집이 영업 중입니다. 북성포구 간판에서 안으로 더 들어가면 횟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대략 보셔서 아시겠지만 그렇게 깔끔한 스타일은 아닙니다. 한잔하러 안으로 들어갑니다.

 

 

 

 

 

 

 

좁은 골목 끝으로 갑니다. 북성포구에서 유명한 여우* 횟집을 갑니다. 횟집 아주머니는 몇 명이냐고 묻습니다. "혼자서 먹을만한 게 있을까요?" 역시 예상대로 1인분은 안 판다네요. 다른데 가보랍니다. 그 옆 횟집에 가서도 혼자 먹을만한 게 있을까요? 물으니 역시 까이고. 그러면서 입구에 있는 미소횟집으로 가랍니다.

 

 

 

 

 

미소횟집으로 왔습니다. 다른 횟집과 비교해서 손님이 없네요. 주인아주머니 한 분만 있습니다. 조심스레 묻습니다. "혼자서 소주 한 잔 하려는데 가능할까요? 회 종류는 상관없고 아무거나 주셔도 됩니다" 그렇게 썩 내켜하시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그래도 나가라고 하진 않습니다. 다행히 자리에 앉습니다.

 

 

 

 

 

다른 건 안되고 병어가 가능하다는 말씀. 다른 선택지도 없었습니다. 메뉴판이 없거든요. 여름이라 병어가 제철이고 해서 감사한 마음에 먹기로 합니다. 기본 밑반찬으로 멍게, 밴댕이회가 나왔습니다. 김치, 쌈 등도 내어주시려는데 제가 먹지 않으니 안 주셔도 된다 했습니다. 회 먹을 때는 회에만 집중하는 걸로. 제철 밴댕이가 고소했습니다. 멍게 위에 있는 것이 밴댕이. 

 

 

 

 

 

병어회가 푸짐하게 나왔습니다. 병어는 뼈째회(세꼬시)로 나옵니다. 회 양이 꽤 푸짐합니다. 멍게, 밴댕이, 병어까지 소주가 술술 들어갑니다. 

 

 

 

 

 

해 질 녘 인천의 작은 포구에서 맞이하는 술 한잔의 여유가 좋습니다. 분위기에 취해서 좀 많이 마셨어요. 북성포구가 사라질 수도 있답니다. 북성포구 일대 준설토투기장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갯벌을 메우고 주변 호안을 정비하는 공사입니다. 공사가 시작되기도 했고요.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 매립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북성포구의 역사성, 주변 자연환경의 파괴를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덧 해는 저물고 하늘은 붉은 노을로 물들어갑니다. 북성포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이들이 모여있습니다. 저도 그 무리 속에 들어가 해저무는 북성포구 모습을 담아봅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북성포구만의 느낌이 있습니다. 술을 많이 마셨나 봅니다. 사진이 다 흔들렸더군요. 

 

 

 

 

 


야적장에서도 작업이 한창입니다.

 

 

 

 

 

인천역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인천역 앞에 차이나타운이 있습니다. 술 한잔 했더니 짬뽕이 땡깁니다. 시간은 아직 9시가 안 되었고 차이나타운에 아직 영업하는 식당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다행히 중국음식집 하나가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짬뽕가격도 착하네요. 짬뽕이 그렇게 맛있지 않았습니다. 

 

 

 

인천역 근처에 있는 북성포구를 다녀왔습니다. 한때는 인천을 대표하는 포구였는데 지금은 시간이 멈춘듯한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북성포구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으면 좋겠습니다. 뭔가를 번쩍번쩍하게 만들자는 것은 아니고요. 옛 포구의 정취를 남기면서 잘 보존하였으면 합니다. 그냥 매립되어 사라지기에는 북성포구가 품고 있는 시간의 역사성이 아쉽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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