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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망양정

관동팔경이 있습니다. 관동지방의 아름다운 여덟 곳의 명소를 뜻합니다.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정수 정철의 관동별곡과 궤를 같이합니다. 관동팔경에는 통천 총석정, 고성 삼일포, 청간정, 양양 낙산사, 강릉 경포대, 삼척 죽서루, 울진 망양정, 울진 월송정이 속합니다. 울진 여행길에 망양정과, 월송정을 만났습니다. 이중 망양정을 소개합니다. 

울진으로 떠나기 전. 망양정에서 일출을 보는 것을 생각해봤습니다. 망양정에 오니, 다음 날 아침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접했습니다. 일출 보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울진읍에서 저녁으로 회국수를 먹고 망양정으로 향합니다. 울진군청에서 자동차를 타고 남쪽으로 10분 정도 내려가면 망양정 앞에 도착합니다. 망양정해수욕장 부근에 주차하고 240m를 걸어 올라갑니다. 



망양정까지 숲길이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저녁이고, 흐린 날씨여서 그런지 망양정으로 향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망양정에 다다릅니다. 조용히 숲길 걷는 것이 좋습니다. 



망양정에 도착했습니다. 조선시대 관동팔경에 나온 곳이기에 오래된 건물일 줄 알았습니다. 막상 가까이서 본 망양정은 새것의 느낌이 있습니다. 망양정이 처음 만들어진 곳은 여기가 아니랍니다. 

망양정은 고려시대에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비바람을 맞으면서 낡아지면서 허물어졌습니다. 조선 철종 11년(1860)에 현 위치로 이전하였습니다. 그 후 허물어져서 1958년에 중건하였습니다. 다시 심하게 낡아서 2005년에 완전히 해체하고 새로 지었습니다. 



망양정 정자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정자 안에는 망양정에 대한 여러 글귀를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정철의 관동별곡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자와 고어가 섞여서 읽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현대어로 해석된 것을 옮겨와 봅니다. 

하늘 끝을 끝내 보지 못하고 망양정에 오르니, (수평선 저 멀리)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성난 고래(파도)를 누가 놀라게 하였기에, (물을) 불거니 뿜거니 하면서 어지럽게 구는 것인가? 마치 은산(파도)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흘러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백설(포말)은 무슨 일인가?

잠깐 동안에 밤이 되어 물결이 가라앉기에, 해 뜨는 곳의 가까운 거리에서 명월을 기다리니, 상서로운 달빛이 (구름 틈으로) 보이다가 이내 숨는구나. 구슬을 꿰어 만든 발을 다시 걷어 올리고 옥돌 같은 고운 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아오를 때까지 꼿꼿이 앉아서 바라보니, (저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흰 연꽃 같은 달덩이를 어느 누가 보내 주시었는가? 

이렇게 좋은 세상을 남들 모두에게 보이고 싶어라(온 백성에게 좋은 정치를 베풀고 싶어라.). 신선주를 가득 부어 달에게 묻는 말이, “옛날의 영웅은 어디 갔으며, 신라 때 사선은 그들이 누구이더냐?” 아무나 만나 보아 (영웅과 사선에 관한) 옛 소식을 묻고자 하니, 선산이 있다는 동해로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망양정의 아름다운 풍경은 조선의 왕들도 좋아했던가 봅니다. 숙종과 정조의 어제시가 있습니다. 숙종은 “여러 골짜기 겹겹이 구불구불 열리고, 놀란 파도 큰 물결은 하늘에 닿아 있네. 지금 이 바다를 술로 만들 수 있다면 어찌 한갓 삼백 잔만 마실 수 있으리오" 라고 시를 지었습니다. 숙종은 관동팔경 중에서 망양정의 경치가 제일이라면서 '관동제일루' 현판을 하상하였습니다. 

정조는 “일기가 창망할 때 바닷가로 나오니, 뉘라서 이곳에 망양정을 알 수 있으리. 흡사 공부자의 집 구경하듯이, 종묘며 관청 담들이 뚜렷이 구분되어 있구나"라는 시를 남겼다. 이밖에도 매월당 김시습,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 등의 시도 있습니다. 



망양정(望洋亭)은 큰 바다를 바라보는 정자라는 뜻입니다. 해가 떠오르지도 달빛이 비치지도 않지만 바다가 눈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지금 망양정이 있는 곳이 옮기고 새로 지은 것이기에, 망양정을 예찬하는 글 속의 풍경과는 다를 것입니다. 그런거 차치하고 동해의 넓고 넉넉한 품을 눈으로 가득 담아봅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망양정 해수욕장이 보입니다. 해수욕장까지 걸어 내려갑니다. 망양정에서 해맞이광장과 울진대종까지도 걸어갈 수 있습니다. 이정표상으로 230m라고 되어 있습니다. 걸어가 볼까 하다가 시간도 늦고해서, 바다를 먼저 보고 싶은 마음에 해수욕장으로 갑니다. 



울진망양정해수욕장이 있고, 기성망양해수욕장이 있습니다. 둘 다 '망양'이 들어가기에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여기는 '울진망양정해수욕장'입니다. 기성망양해수욕장은 망양정해수욕장에서 차로 20분 정도 내려갑니다. 기성망양해수욕장 부근이 본래 망양정이 있던 자리라고 합니다. 망양정 옛터라고 해서, 정자를 새로 지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해수욕장이 개장하기 전이어서, 해수욕장에 사람이 없었습니다. 비 오는 저녁 시간대라 더더욱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덕분에 저 혼자 해수욕장 전세 내고 맘껏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거칠게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다가오는 파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해수욕장에 자갈이 많았습니다. 



망양정해수욕장 상징조형물 '파도의 향기'. 정철의 망양정에서 바라봤을 파도치는 모습, 망양정해수욕장 옆으로 흐르는 왕피천, 왕피천에 사는 은어를 함께 표현했습니다. 맑은 물에만 산다는 은어는 만나보고 싶습니다. 



망양정 이정표에서 봤던 해맞이광장은 망양정해수욕장 구경 후 자동차로 이동했습니다. 해수욕장에서 몇 분 안걸리더군요. 주차하고 걸어 올라가야 했습니다. 소망 전망탑에 오르니, 난간에는 소원이 적혀있는 나무판(?)이 매달려 있습니다. 저도 하나 적어보고 싶은데, 판이 없네요. 소망 전망탑에 올라가서 바라보는 바다풍경도 좋습니다.




울진대종입니다. 2005년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개최를 기념하면서 만들었습니다. 무게가 2,005관(7,500kg)입니다. 2억 원 들었다는군요. 종을 쳐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까이 가보니,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해맞이광장을 나와 숙소로 향합니다. 해안도로를 타고 갑니다. 번잡하지 않은 작은 길을 따라, 길을 따라 이어지는 동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향기는 여행자의 기분을 즐겁게 해줍니다. 울진이기에 대게문양이 길을 따라 이어지는 것도 소소한 볼거리입니다. 



관동팔경 중 하나로 알려진 울진 망양정을 찾았습니다. 정선, 김홍도 등 당대의 명 화가들이 망양정을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그 그림을 찾아보니, 지금의 망양정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당시 왕부터 수많은 시인묵객에 이르기까지 망양정을 예찬한 이유를 알겠더군요. 그때와는 망양정 자체도 그렇고, 주변풍경도 그렇고 많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너른 동해를 보면서, 한 템포 쉬어가고자 하는 여유를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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