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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진골목식당

 

대구광역시 홈페이지에 대구 10 미(味)가 있습니다. 대구의 10가지 맛있는 음식을 이야기하는데 그중 첫 번째가 육개장입니다. 기차 타고 떠난 대구 당일치기 투어의 점심은 진골목식당 육개장입니다.

 

대구에 맛있는 육개장집이 많습니다. 저도 몇몇 식당에서 먹어보았습니다. 진골목식당은 처음입니다. 진골목식당은 여행 동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에 선택하였습니다. 수요미식회를 비롯하여 여러 매체에 소개가 되었기에 어떤 곳일지 궁금하였습니다. 진골목이라는 이름처럼 골목 사이사이를 찾아서 들어가야지 식당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식당 앞에 메뉴판이 있습니다. 육개장만 파는 곳은 아닙니다. 메뉴 속 다양한 음식이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육개장과 육국수가 경합을 펼치지만 저의 최종 선택은 육개장입니다. 육국수는 육개장 국물에 면을 넣은 것입니다. 안주거리로 호박전을 선택하였습니다. 호박전이 별미입니다. 

 

 

작은 골목골목을 지나 식당 앞까지 왔습니다. 식당 간판만 없으면 일반 가정집 분위기입니다. 마당에는 여러 조리도구가 뒤엉켜있는 것이 잔치 음식 준비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진골목'은 긴(long) 골목을 경상도 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대구 시내 중심가인 종로 뒤에 난 작은 골목입니다. 서울 종로 피맛골과 느낌이 비슷합니다. 대구에도 종로가 있습니다. 종로는 조선시대에는 대구의 중심지였습니다. 근대화 이후에는 부자들이 많이 살던 곳이기도 합니다.

 

 

 

식당에 들어와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여러 개의 방이 있고 방마다 테이블이 있습니다. 식당이라기보다는 할아버지 댁에 온 기분이 듭니다. 커다란 늙은 호박이 곳곳에 쌓여 있는 것도 눈길이 갑니다. 진골목식당의 호박전은 저 늙은 호박으로 만든 것입니다. 본격적인 점심시간 전이어서 그런지 손님이 많지는 않습니다.

 

 

음식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 천장을 올려다봅니다. 대들보와 서까래가 집을 든든하게 잡아주고 있습니다. 나무와 나무가 이어지는 한옥에서 먹는 밥 한 끼는 어떨까 기대합니다. 

 

진골목에는 부자들이 많이 살았었답니다. 그중에서 달성 서 씨의 집성촌이었답니다. 진골목식당은 서병원이라는 사람이 살던 집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약 700평 정도 되는 저택입니다. 진골목식당과 함께 주변에 다른 식당과 다방이 서병원의 저택 자리에 들어서 있습니다.

 

 

반찬은 간소합니다. 간이 강하지 않습니다. 밋밋하다고나 할까요? 육개장 반찬에 멸치볶음이 나오는 게 독특합니다.

 

 

 

 

 

 

드디어 육개장이 나왔습니다. 빨간 국물이 주는 강렬함이 좋습니다. 국 위에 간 마늘과 후추가 살짝 올려져 있습니다. 국물을 떠먹습니다. 그렇게 맵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육개장 안에는 커다란 파가 숭덩숭덩 가득 담겨 있습니다. 고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고기 없이 커다란 파만 있다는 것이 당황스럽습니다. 육개장을 오래 끓이면서 고기가 다 녹아들어 갔나?라는 우스개 생각도 해봤습니다. 비주얼적으로 호불호가 갈리겠더군요.

 

육개장이 대구에서 시작하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구에 경상감영이 있었기에 정기적으로 소를 잡았고 소고기를 국을 끓여내었다는 것입니다.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 1920년대 잡지 별건곤에서는 육개장을 대구의 별미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육개장 국물이 왔으니 밥 한 공기 풍덩 말아봅니다. 국밥은 밥 말아서 푹푹 떠먹어야 제맛 아니겠습니까? 옛날에 양반들은 국에 밥을 말아먹는 것을 상스럽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국 따로 밥 따로 먹었답니다. 6.25 전쟁 때 대구에서 피난민이 모여들고 명문가 사람들이 국 따로 밥 따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따로국밥이라는 음식이 대구에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밥을 꾹꾹 말아서 먹습니다. 국물이 진득하면서 달큼한 맛이 있습니다. 파에서 우러나는 맛입니다. 파는 밥하고 섞이면 물아일체로 하나가 됩니다.

 

 

호박전은 늙은 호박을 채를 썰어 전을 만든 것입니다. 늙은 호박 자체도 노랗고 노릇노릇 구워내니 더 노랗습니다. 호박이 가진 달큼함과 함께 아삭한 식감이 좋았습니다. 술안주로도 제격입니다. 

 

 

 

이렇게 진골목식당의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습니다.

 

 

 

얼큰하고 개운한 육개장이 혹한 혹서 날씨와 함께하는 대구 사람들에게 든든한 영양분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대구의 중심에 있고 대구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육개장이 특별한 별미로 다가옵니다. 대구광역시 중구청에서 운영하는 근대골목투어길에 만나실 수 있습니다. 식당 골목 앞 미도다방에서 후식으로 차 한잔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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