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본전돼지국밥
부산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여행자는 돼지국밥, 밀면이 먼저 생각납니다. 다른 지역에도 돼지국밥, 밀면 식당이 있지만, 부산에서 먹는 그 맛이 잘 안납니다. 부산 다녀올 때면 돼지국밥이나 밀면은 꼭 먹고 옵니다. 이번 부산 나들이길에는 돼지국밥을 먹고 왔습니다. 부산역 옆 본전돼지국밥입니다.
김해에서 친구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처음 계획은 부산에 전날 내려가서 여기저기 다니다가, 결혼식 참석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정이 생겨서 결혼식만 보고 와야 했습니다. 부산까지 먼 길 내려갔는데, 결혼식만 보고 온다는게 아쉬웠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뭐라도 하나 먹어야겠습니다. 부산역 옆에 있는 돼지국밥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합니다. 결혼식 뷔페에서 그렇게 많이 먹어놓고선 또 먹는 위대함이란.
부산역을 나와서 오른쪽으로 50~60m 정도 가면 여러 곳의 식당이 줄지어 있습니다. 그중에 돼지국밥집도 몇 곳 있습니다. 그중에서 유독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식당이 있습니다. 본전돼지국밥입니다. 언제 가도 본전돼지국밥집에는 손님이 많습니다. 대기가 길어서 다른 집에서 먹고는 했는데, 오늘은 저 줄에 동참해보고 싶었습니다. 오후 4시 정도라서 줄이 길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10여 명이 서 있네요.
본전돼지국밥은 주차장이 없답니다. 대기표, 번호표 이런거 없이 식당 앞에 줄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국밥이라는 음식이 그렇게 길게 먹는 것이 아니기에, 대기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본전돼지국밥은 체인점이 아니랍니다. 워낙 인기 있는 곳이라 사칭하는 곳도 있나 봅니다. 유사품에 주의하시고요.
줄서기 10여 분 정도 지나서 식당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식당은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자리도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국밥집 특유의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좋습니다. 서빙하는 직원분이 컨트롤을 잘 하십니다. 빈자리 났다고 무작정 손님 받는게 아니고, 적당히 치고 빠지고 완급 조절을 합니다.
벽면에는 유명인들의 싸인, 사진 등이 걸려 있습니다. 차림표를 봅니다. 역시나 돼지국밥이 맨 위에 있습니다. 8천 원입니다. 차림표 위에 가격을 덧붙였습니다. 최근에 가격을 올리셨나 봅니다. 검색해보니 2년전쯤에는 7천 원이셨네요.
백선생님이 어느 방송에서 돼지국밥집에서 있어 보이려면 수백(수육백반)을 시키라고 하라는 것이 기억에 납니다. 수육이 따로 나오는 것입니다. 수백에 나오는 돼지고기가 좀 더 예쁘고 좋은 부위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격도 비싼 것이고요. 아무튼 저는 돼지국밥입니다. 수백은 다음에.
직원분이 저보고 혼자 왔느냐고 묻습니다. 그렇다 하니 합석 가능하겠냐고 합니다. 뭐 어려울 거 없지요. 그래서 낯선 아저씨와 합석합니다. 아저씨도 저도 서로를 그렇게 의식하지는 않습니다. 그 아저씨도 당연한 듯 밥 시켜서 잘 드시네요. 테이블 위에는 쌈장, 소금, 후추 등 기본양념들이 있습니다. 깔끔합니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식당 구경하고, 잠시 멍 때리며 있는 순간 기본 반찬이 나옵니다. 국밥 먹는데 반주 한잔 없으면 섭섭합니다. 부산에 왔으니 대선도 함께합니다. 순하네요.
돼지국밥의 영혼의 단짝 정국지 무침이 먼저 보입니다. 어떤 곳은 정구지만 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곳은 무쳐서 나왔습니다. 정구지는 부추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돼지국밥집에서는 괜히 있어보이려고 정구지라고 합니다. 김치는 살짝 숨이 죽은 겉절이 있습니다. 김치는 길게 나온 후에 직원분이 손님 앞에서 가위로 잘라줍니다. 국밥집에서 흔히 보는 깍두기는 없습니다.
돼지국밥이 나왔습니다. 따로국밥입니다. 국 따로, 공기밥 따로 나옵니다. 국밥에서 올라오는 향이 좋습니다. 국물을 떠먹어보니 맑습니다. 깔끔한 돼지고기 국물 오랜만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는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숟가락을 푹 넣어서 바닥을 긁으며 위로 올려봅니다. 돼지고기의 여러 부위가 보입니다. 고기양도 꽤 많이 있습니다. 든든한 한 끼입니다.
돼지국밥의 역사를 찾아봤습니다. 6.25 전쟁 북에서 온 피난민의 음식이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원래 이북에서는 돼지고기를 많이 먹었답니다. 순대국도 많이 먹었고요. 이남에서 국밥하면 소고기국밥이 더 많았지, 돼지고기국밥은 그렇게 흔하지 않았다하 고요. 북에서 먹던 순대국밥이 부산의 돼지국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돼지국밥 하면 부산만의 음식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부산이 워낙 큰 도시니까요. 하지만 경상남도 곳곳에서 돼지국밥을 먹고, 유명한 곳도 많습니다. 특히 저는 밀양의 돼지국밥을 좋아합니다. 제가 돼지국밥 맛을 처음으로 안 곳이 밀양이기도 합니다.
각설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돼지국밥을 먹습니다. 저는 국밥 먹을 때 가능하면 뭘 안 섞습니다. 국밥 본연의 맛을 좋아합니다. 이번에 국밥 먹을 때 처음에 밥만 말아서 먹었습니다. 그러다 정구지를 넣어서, 맛의 변주를 주고 싶었습니다.
꾹꾹 말아서 후루룩. 부산까지 와서 돼지국밥 한 그릇 못 먹고 갔으면 억울할 뻔 했습니다.
부산역 본전돼지국밥집은 부산역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습니다. 거기에 깔끔한 맛이 더해지니, 손님이 끊이지 않는 듯합니다. 오랜만에 부산 나들이길 마무리가 좋았습니다. 부산에 맛있는 돼지국밥집이 참 많다고 하지요. 맛있는 곳 있으면 추천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본전돼지국밥 영업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입니다. 명절 당일에만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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