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
부산, 김해 나들이길입니다. 지난밤 김해 친구집에서 늦게까지 먹고 푹 잤습니다. 새날이 밝았습니다. 부산 삼락동으로 넘어와 재첩국으로 해장합니다. 밥 먹었으니 산책하면서 소화를 시켜야겠습니다. 을숙도로 향합니다.
이날 세 명이 움직였습니다. 셋 다 을숙도는 처음입니다. 을숙도에 철새가 많이 찾아온다는 정도만 알고 출발합니다. 저는 보조석에서 창밖을 바라봅니다. 낯선 풍경 낯선 지명을 만나면 새로운 곳에 왔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여행의 재미입니다.
낙동강하구둑으로 접어듭니다. 하구둑은 지리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납니다. 강의 하류에 해수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염해 피해를 줄이고 교통로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니 환경파괴, 수질오염의 부작용이 생깁니다. 2022년 2월 낙동강 하구둑으로 단절된 물길을 35년 만에 열어서 뉴스에 나왔습니다. 생태계 복원을 기대합니다.
우리가 타고 온 차는 주차장 입구에서 소독약으로 샤워합니다. 공원으로 들어갈 때도 발판 소독을 합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예방을 위한 것입니다. 도시 사람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입니다. 조심히 다녀야겠습니다.
을숙도(乙淑島)는 새가 많이 살고 물이 맑은 섬이라는 뜻입니다. 乙(새 을), 淑(맑을 숙). 부산광역시 사하구 하단동에 속합니다. 낙동강이 운반해 온 토사의 퇴적에 의해 형성된 모래섬입니다. 동양 제1의 철새도래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179호 낙동강하류철새도래지에 속합니다.
을숙도 안내도를 보니 철새공원, 부산현대미술관,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철새 탐조대 등이 있습니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사람들 움직임이 많아 보이는 철새공원 쪽으로 걸어갑니다.
2월 말 봄기운이 샘솟을 때입니다. 이날은 하늘도 화창하고 기온도 따뜻했습니다. 바람 쐬러 나온 시민들이 많습니다. 돗자리 펴놓고 볕 바라기 하는 분도 있고, 아이들과 공차고 뛰어노는 가족도 보입니다 사람들의 표정에서 여유가 느껴져서 보기 좋습니다. 남자 셋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계속 오고 갑니다. 나이대들이 있으니 대화의 주제가 현실적입니다. 부동산, 차, 교육 등 저는 잘 모르고 관심이 없어서 고개만 끄덕입니다.
김해국제공항이 가까워서 비행기 날아가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김해에서 서울 가는 비행기 값이 고속열차보다 싸네요. 비행기 값이 싼 것인가요? 고속열차가 비싼 것인가요?
낙동강하구에코센터로 향합니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낙동강 하구 습지의 생태를 조사, 관리, 교육하는 기관입니다. 낙동강 하구의 인문, 생태 정보를 알기 쉽게 전시한다 소개하고 있습니다. 입장료 없고 오전 9시부터 입장 가능합니다.
포토존
을숙도는 낙동강이라는 큰 강의 하구에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퇴적물이 쌓이며 비옥한 땅이 되었습니다. 갈대와 수초가 무성합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기에 먹잇감이 충분합니다. 겨울에도 얼지 않기에 철새들이 날아와 생활하기에 조건이 좋습니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들어서면서 놀랐습니다. 동식물이 천장에 매달려 있습니다. 물고기는 아래에 있고 새들은 날아가고 있습니다. 중간에 갈대가 있고요. 낙동강 일대 생태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생명이 살고 있다는 것은 자연이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바닥에 있는 새 발자국을 따라 걸으며 에코센터 이곳저곳을 살펴봅니다.
을숙도 실시간 탐조대는 조이스틱으로 CCTV 방향을 조절하면서 을숙도를 관찰합니다. 줌 기능도 있습니다. 화면을 통해 철새가 있는 곳도 찾아보고 새들이 무엇을 하는지 몰래 지켜봅니다.
망원경을 통해 멀리 있는 새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망원경으로 바라보니 연구원이 된 것 같습니다. 창 너머로 습지가 펼쳐집니다. 커다란 창에는 새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투명방음벽, 건물 유리창 등에 부딪혀서 죽는 새들의 수가 하루에 약 2만 마리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스티커를 붙였다고는 하지만 철새가 많이 오는 곳이어서 그런지 사고가 없을까 걱정됩니다.
다양한 도요새를 만납니다. 기다란 부리로 갯벌 속의 작은 생명을 잡아먹습니다. 도요새를 잘 아는 것은 아닌데 어딘지 모르게 친숙합니다. 생각해보니 조용필의 마도요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마도요 우리는 서로 앞서가려 하지만, 마도요 젊음의 꿈을 찾는 우린 나그네'
누구의 알일까요?
을숙도의 발자취를 따라가 봅니다.
1904년 을숙도가 섬으로서 등장합니다. 그전에는 뻘 바닥이거나 모래섬 수준이었으리라 짐작합니다. 1916년이 되어서야 지도에 나타납니다. 태어난 지 100년 남짓 된 아기 섬입니다. 처음에는 하단도(下端島)라 불렀습니다. 1961년도에 들어서 을숙도라는 이름을 갖게 됩니다.
을숙도에서는 약 400명 정도의 주민이 농사를 짓고 살았습니다. 파, 땅콩 등을 주로 재배했습니다. 1987년 낙동강하구둑이 완공되고, 을숙도 주민들은 육지로 이주합니다. 하구둑 건설 이후 섬의 지형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수몰되거나 육지화되고 환경이 변합니다.
을숙도 생태계복원, 낙동강의 역사, 지역문화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대동여지도를 통해서 영남지방의 산맥과 물줄기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김정호가 전국을 답사하고, 목판이 불타고 했다는 이야기는 허구에 가깝습니다. 그렇더라도 김정호가 지도 만들기 위해 헌신한 것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대동여지도를 보면 낙동강 하구에 칠점, 명지 두 섬만 보입니다. 19세기 후반에는 을숙도가 없었던 것이죠.
낙동강 유역의 습지를 볼 수 있는 지도입니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는 습지에 대해서 다양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습지는 버려진 땅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축축하게 젖은 땅에서 농사 지을 수도 집도 지을 수도 없습니다. 습지를 메워서 단단한 땅으로 만드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습지는 생명의 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습지가 있기에 생태계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을숙도를 벗어나 김해국제공항으로 향합니다. 주차장에서 나오는데 차에 소독약이 뿌려졌습니다. 창밖으로 낙동강이 보입니다. 저는 수도권에 살아서 한강은 익숙합니다. 낙동강은 멀게 느껴집니다. 미지의 느낌도 있습니다. 이번에 부산, 김해 나들이하면서 낙동강을 여러 번 지나치면서 친해졌습니다. 을숙도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김해국제공항이 보입니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어떻게 될지도 지켜보아야겠습니다. 부산, 울산, 대구 등 광역시급 도시가 모여 있는 지역이니 국제공항 하나 제대로 있는 것도 필요합니다. 인천까지 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김해국제공항은 군사지역이라서 확장이 어렵다더군요. 친구 중 한 명은 비행기 타고 서울로 향합니다.
지도를 보면 낙동강 하구에 여러 섬이 모여 있습니다. 삼각주가 발달한 것입니다. 하천에서 떠내려온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지형입니다. 낙동강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적도 토사 유입량이 많아 삼각주가 발달합니다.
뉴스에서만 보던 낙동강 하구 을숙도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입니다. 낙동강의 힘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여행자 입장에서 부산하면 해운대, 광안리, 남포동 등만 생각했습니다. 낙동강을 통해 부산의 힘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사상역에서 지하철 타고 대연역으로 향합니다. 유엔기념공원을 참배하고 홍매화를 만납니다.
https://raonyss.tistory.com/2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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