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유화초 전복죽
동해안 따라서 여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영덕과 포항의 바다를 만났습니다. 포항에 도착한 후 혼자서 많이 마셨더니 속이 쓰립니다.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서 뭔가를 먹어야 했습니다. 포항까지 왔는데, 아무거나 먹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찾아보다가 죽도시장 안에 있는 유화초 전복죽을 발견합니다.
죽도시장은 포항에서 제일 큰 시장입니다. 포항의 시장이 아닌, 전국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큰 시장입니다. 일요일 죽도시장은 주차부터 전쟁입니다. 죽도시장 공영주차장을 갔는데, 차들이 입구부터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거기다가 내비게이션이 방향을 잘못 알려줘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죽도시장 가다가 오거리 공영주차장이 생각났습니다. 오거리 공영주차장은 차가 적어서 쉽게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오거리 공영주차장에서 유화초 전복죽까지 걸어갑니다. 길을 잘 모르니 지도 앱을 보며 찾아갔습니다. 5분 정도 걸렸습니다. 보니까 사설 주차장이 많더군요. 죽도시장이 원래 주차가 쉽지 않은가 봅니다. 죽 먹고 나오다가 사장님에게 식당 주차장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유화초 전복죽은 별도의 주차장이 없다 시네요. 저처럼 별도로 주차하고 가야겠습니다.
식당은 죽도시장 중심에서는 다소 떨어진 비교적 한적한 곳에 있었습니다. 식당 앞에는 SBS 삼대천왕 프로그램에 나왔다고 크게 홍보하고 있습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식당의 유명세에 비하여 손님이 별로 없습니다. 두 테이블에서만 식사하고 있습니다. 일요일 점심시간인데, 손님이 없어서 의아했습니다. 평일이 더 많을 수도 있겠죠? 먹으면서 보니까 포장해 가는 손님이 꽤 많았습니다. 식당 분위기는 좀 어수선합니다. 벽면에는 낙서들로 가득합니다. 정돈되지 않은 모습. 죽집이기보다는 동네 분식집 분위기입니다.
이 집은 전복 음식만 하는 곳입니다. 전복이 지금은 흔한 식재료이지만 과거에는 왕이나 먹던 귀한 식재료입니다. 귀한 전복을 쉽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입니다. 전복죽은 특과 일반이 있습니다. 이왕 먹는 거 제대로 먹자는 생각에 특을 주문합니다. 특과 일반은 죽의 양은 같답니다. 특은 전복이 더 많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아주머니(할머니라고 하기는 그렇고) 사장님이 혼자 죽 만드시고, 계산하고 서빙하고 바쁘십니다. 제가 갔을 때도 주방에서 죽을 만들고 계셨습니다. 언제 주문해야 타이밍을 몰라서 멍하니 앉아있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주문하고 죽이 나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죽이라는 음식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유화초가 무슨 뜻인지 궁금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사장님 이름이었습니다. 이름이 참 예쁘십니다. 사장님은 자신의 전복죽이 특허를 받았다고 자랑하셨습니다.
식당 입구에서 보셨지만, 이 집은 SBS 삼대천왕에서 소개한 프로였습니다. 2017년 설날 특집으로 겨울 보양식 맛집 중 한 곳으로 나왔습니다. 방송에 나왔다고 백종원 씨가 다녀갔다고 해서 다 맛있는 집은 아니라는 것은 다 아실 것입니다. 이런 음식도 있다는 정보를 전해주는 것입니다. 전복죽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가 되긴 합니다.
주문하고 한 10분 정도 되었을까요? 드디어 전복죽이 나왔습니다. 와우~ 이거 비주얼부터 먹어주는 게 있습니다. 전복죽 위에 올려진 전복부터 쟁반 위에 올려진 다양한 반찬까지 어떤 맛일지 기대감을 높여줍니다. 전복죽 가격만 보고는 가격이 좀 있네?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받고서는 그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
전복죽집에 왔으니 죽을 크게 보셔야겠습니다. 죽 위에 올려진 가루는 아마씨 가루입니다. 아마씨 가루라는 게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가 아니어서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아마씨 가루 덕분인지 좀 더 고소한 맛이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그릇이 꽤 커 보입니다. 실제로는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국그릇과 짜장면 그릇 중간 정도
특을 주문해서 그런지 전복이 아주 실하게 들어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죽집 가면 전복이 있는지 없는지 찾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다릅니다. '나 전복죽이요'라고 외치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이거 특입니다. 일반 주문하고 전복이 왜 적어요 이러지 마시고요.
죽과 함께 나오는 반찬이 제 입맛에 맞았습니다. 사장님이 반찬을 직접 만드신다고 합니다. 반찬 중에서 멍게젓과 꼴뚜기젓이 특징입니다. 꼴뚜기젓은 많이 먹었는데 멍게젓은 제가 썩 좋아하지 않아서 좀 남겼습니다. 사장님이 멍게젓이 그냥 있는 것을 보고 왜 안 먹냐고 뭐라 하십니다. 젓갈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셨습니다. 다른 반찬은 리필이 되는데 젓갈은 리필이 안 됩니다.
다른 반찬도 좋지만 저는 사실 이 물김치 하나만 있어도 충분했습니다. 반찬이 대부분 강렬한 맛인데 비해 물김치는 순한 것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전복죽 맛은 어떻냐고요? 저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전복죽이 크림처럼 부드러웠습니다. 죽이 아닌 수프를 먹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 튼실한 전복과 함께 먹는 전복죽이 좋습니다.
식당에 손님이 다 나가고 사장님하고 저 둘만 남았습니다. 사장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십니다. 손님 중에 죽이 맛있으니 다른 곳에 매장 내고 싶다는 손님이 있는가 봅니다. 지금은 다른 곳에 매장 낼 여력이 없지만 언젠가는 낼 수도 있답니다. 사장님에게 저도 매장 내게 해주세요라고 말을 했습니다.
이 집 전복죽이 맛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겠지만 큰 전복을 사용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유화촌 전복죽은 8미 짜리를 사용한답니다. 해산물은 큰 게 맛있습니다.
참고로 전복은 1kg에 몇 미가 올라가느냐로 크기를 가늠합니다. 8미짜리는 큰 전복입니다. 30~40미 전복은 라면에 들어가는 작은 전복이고요. 같은 1kg이라도 큰 전복이 값이 비쌉니다. 식당 앞에 전복껍데기를 모아 두셨습니다.
포항 죽도시장에 있는 유화초 전복죽에서 전복죽을 먹었습니다. 역시 맛있고 영양 있는 것이 뱃속으로 들어가니 쓰린 속이 진정됩니다. 해장음식으로 죽이 참 좋더군요. 유화초전복죽은 죽도 좋았고, 함께 나온 반찬도 제 입맛에 잘 맞았습니다. 다음에 포항 가면 다시 방문해보고 싶은 곳입니다. 사장님이 매장 낼 때 연락해 주셔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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