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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금둔사 매화

 

2월의 끝도 멀지 않았는데 다시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올해는 눈도 많이 오고, 추위도 예년보다는 강렬합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를 것이고, 꽃은 피어납니다. 남쪽에서는 심심치 않게 개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전라남도 순천 금둔사 매화를 만나러갑니다.

 

 

 

설날이 지난 2월 중순의 어느 날 금둔사를 찾았습니다. 금둔사라는 절이 있는지 이번에 알았습니다. 순천 하면 송광사와 선암사라는 대찰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우연히 금둔사 매화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반도에서 가장 빨리 매화가 피어난다는 것입니다. 제주도가 상대적으로 따뜻해서 제일 먼저 피어나는 것이지만, 육지만 놓고 보면 금둔사가 가장 빠르다는 것입니다. 

 

 

 

 

 

낙안읍성에서 선암사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금둔사 이정표가 보입니다. 오르막을 올라야 하더군요. 눈길을 차로 올라가는 것이 위험하다 판단이 들었습니다. 길가에 주차할 공간이 있어서, 차를 두고 걸어 올라가기로 합니다. 하얀 눈을 처음으로 밟는으며 영광을 가졌습니다. 

 

 

 

 

 

큰길에서 2~3분 정도 오르면 일주문이 나옵니다. 일주문 앞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금전산 금둔사입니다. 금둔사에서 금(金)은 부처님. 둔(芚)은 싹이 돋는다는 뜻입니다. "일체 중생은 각기 불성을 갖추고 있기에 스스로 조건만 맞추어주면 누구나 부처님이 된다"는 뜻입니다.

 

금둔사 안내문에는 백제시대에 만들어졌다고 적혀있는데, 포털사이트 검색으로는 창건 시기를 알 수 없다고 나옵니다. 1530년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금둔사 재금전산(金芚寺 在金錢山)’이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후 폐찰 되었던 금둔사는 1984년 지허선사에 의해서 태고종 사찰로서 다시 태어납니다.

 

 

 

 

 

 

일주문을 지나니 금둔사 매화에 대한 안내문이 있습니다. 금둔사 홍매는 납월매(臘月梅)라고도 불립니다. 납은 승려의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뜻입니다. 불교에서 음력 12월을 납월이라 합니다. 1월부터 3월까지 금둔사에서 납월 홍매가 피어납니다. 우리가 춥다고 오들오들 떨 때부터 금둔사에서는 홍매가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꽃구경을 왔다고는 하지만 절에 왔으니 부처님에게 먼저 인사를 드려야겠지요. 대웅전에 들어가서 불공을 드립니다. 일주문에 있을 때와 대웅전 앞에 있을 때 날씨가 다릅니다. 이날은 날씨가 종일 변덕이었습니다. 눈이 왔다 바람 불었다가도 갑자기 햇볕이 들고요. 무사히 마칠 수 있는 게 처음부터 불공을 드렸기 때문인가 봅니다. 

 

 

 

 

 

대웅전 옆으로 반짝거리는 나무가 있습니다. 눈 때문에 반짝거리나? 하고 봤는데 눈이 아닙니다. 꽃이 핀 것입니다. 하얀꽃이 주변을 환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반가웠습니다. 하얀 꽃이 피어난 나무로 향합니다. 

 

 

 

 

 

대웅전 옆에 피어난 꽃은 청매(靑梅)입니다. 꽃이 하얀데 무슨 청매냐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꽃은 하얗지만 꽃받침이 푸른색을 띠기에 청매라 불립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작은 꽃잎 하나하나가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특히나 이날은 눈이 내려 세상이 하얗고 순수해지는 날이었습니다. 매화가 하얀 눈과 함께해서 그런지 더욱더 곱게 느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한 송이 포근하게 보듬어 주고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금둔사 매화

 

매화는 이른 봄의 추위를 이겨내고 먼저 꽃을 피웁니다. 그래서 매화를 모든 꽃의 맏이라고도 합니다. 매화의 아름다움은 지조의 상징으로 많은 시문에 나타납니다. 분위기 좀 아는 문인들은 눈이 덮여 있는 나무가지에서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고 감탄하였습니다. 저도 옛 선비의 풍류를 느껴봅니다.

 

 

 

 

 

청매에 감탄하면서 고개를 돌리니 홍매가 보입니다. 대웅전 중심으로 왼쪽에는 청매, 오른쪽에 홍매가 피어난 것입니다. 금둔사에서 납월 홍매라고 불리는 6그루가 먼저 개화 소식을 알립니다. 아직 그렇게 많이 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예쁘게 피어있는 납월홍매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나뭇가지 위에 눈 쌓인 거 보이시죠? 이 추운 날 꽃망울 터트리냐고 고생했겠습니다. 홍매의 분홍빛이 무척 강렬합니다. 날씨가 추워서, 먼저 나와 부끄러워서 붉을까요? 빨갛게 달아오른 아이의 얼굴이 이렇게 붉을까요? 농익은 여인의 향기가 이럴까요? 아이에서 여인까지 폭넓게 상상이 이루어집니다. 그만큼 홍매를 바라보는 마음이 두근두근 거립니다. 

 

 

 

 

 

금둔사의 홍매는 금둔사를 재건한 자허스님이 심은 것입니다. 1985년 산아랫마을에서 600년 묵은 노거수의 씨앗을 받아다 심은 것이랍니다. 그중에서 6그루가 살아남아 계속해서 꽃이 피어난다고 합니다. 스님의 정성이 담긴 매화는 세월이 이어지면서, 튼튼해지고 아름다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금둔사에는 보물급 유물이 있습니다. 대웅전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보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앞에 있는 것은 금둔사 삼층석탑. 뒤에 있는 금둔사석조불비상입니다. 삼층석탑은 보물 제945호입니다. 양식으로 보아 9세기경 통일신라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석탑의 조각에 눈길이 갑니다. 뒤에 있는 석조불비상은 보물 제946호입니다. 부처 머리 위에 지붕돌이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통일신라시대에 만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 아래 홍매가 피어난 것이 보입니다. 대웅전 뒤로 있는 건물입니다. 

 

 

 

 

 

홍매 보러 가는 길에 또 다른 청매도 만납니다. 

 

 

 

 

 

 

동백은 좀 더 있어야겠습니다. 







 

 

 

 

 

 

금둔사 100여 그루의 모든 매화에서 꽃이 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나무 전체적으로 피어나서 울긋불긋하면 보기 좋을 것입니다. 지금 막 피어나는 여린 꽃망울을 가진 매화가 반갑습니다. 추운 겨울의 기다림을 이겨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100여 그루의 매화를 관리하기도 쉽진 않겠습니다. 

 

 

 

 

 

매화 가득한 절이기에 벽화도 매화입니다. 

 

 

 

 

 

금둔사 홍매. 여린 가지에서 피어나는 꽃잎의 자태가 곱습니다. 

 

 

 

 

 

 

눈이 덮인 홍매

 

 

 

 

 

약수 한잔 마십니다. 

 

 

 

 

 

 

절 입구에 '천강월 잎차'에 대해서 적고 있습니다. 자허 스님이 차 재배에 관해서는 경지에 이른 분이랍니다. 차 마시는 곳이라는 이정표가 있어서 올라왔더니, 문은 잠겨 있고 아무도 없습니다. 손이 얼어서 잠시 녹일까 했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얼었던 손을 녹여주는 것은 홍매였습니다. 차 마시는 곳 앞에도 여러 그루의 홍매가 있습니다.

 

 

 

 

 

비록 눈 오고 찬 바람 불어서 손은 얼었지만 홍매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추운 줄로 모르고 계속 사진 찍어봅니다. 2월 중순에 많이 추워서 꽃이 더욱 피어나려다가 쏙 들어갔겠습니다. 

 

 

 

 

 

꽃씨 하나가 꽃잎 위에 살며시 내려앉았습니다. 너는 어디서 날아왔니? 너도 꽃구경 왔니?

 

 

 

 

 

순천 금둔사 매화는 1월부터 꽃을 피웠고, 2월 중순에도 꽃망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월은 돼야 좀 더 만개한 매화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둔사 전체적으로 매화가 가득 피어나면, 또 하나의 아름다운 꽃 세상이 되어 있겠습니다. 3월에는 선암사에도 매화가 예쁘게 피어납니다. 금둔사에서 선암사까지 3월이면 그윽한 매화 향기가 순천에 가득하겠습니다. 겨울도 이제 끝이 보입니다. 따뜻한 햇살 속 매화 향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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