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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영란횟집 민어


홍도, 흑산도 1박 2일 여행을 마치고 목포로 돌아왔습니다. 원래는 2박 3일 일정이었는데,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서, 일정이 축소되었습니다. 목포를 그냥 떠나기는 아쉽습니다. 맛있는 것 먹고 가야겠습니다. 여름 목포에 왔으니 민어가 땡깁니다. 목포 민어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영란횟집으로 향합니다.

 

흑산도에서 목포까지 뱃길로 2시간입니다. 흑산도에서 목포까지 오는데 뱃길 파도가 잔잔합니다. 예비풍랑주의보 내렸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뭔가 속은 것 같습니다. 다음날부터 며칠 동안 비 오고 바람 불고 날씨가 좋지 않았습니다. 자칫 흑산도에 갇혀서 못 나올 뻔했습니다. 뭘 모르는 육지사람 생고생할 뻔했습니다.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10여 분 걸어서 민어의 거리까지 왔습니다. 민어의 거리라고 해서 매우 크고 복잡한 거리는 아닙니다. 민어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7개 식당이 모여 있습니다. 민어의 거리가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40년 이상 영업한 곳들이 있는 것으로 봐서 유래가 길 것으로 봅니다.



민어의 거리에서 만난 민어.






민어의 거리 안으로 조금만 걸어 오면 영란횟집이 보입니다. 영란횟집은 몇 년 전에 와본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다른 곳을 가볼까 하고 검색을 해봤습니다. 이 집을 가야겠다고 필이 오는 곳이 없습니다. 아는 곳에서 편하게 먹자는 마음에 영란횟집으로 갑니다. 앞에 2팀 정도 대기가 있네요.



영란횟집은 목포민어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입니다. 목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알려진 식당입니다. 그만큼 찾는 손님도 많습니다. 식당 옆에 대기실도 있고, 식당 앞에 널찍하게 전용 주차장도 있습니다. 어지간한 방송 프로그램에는 한번씩 다 출연했습니다. 목포음식 명인의 집이고요. 목포시청에서 목포의 11개 식당을 '목포음식 명인의 집'으로 선정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영란횟집의 민어회를 즐겨 드셨다 합니다. 식당으로 오신 것은 아니고, 포장해서 드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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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횟집은 손님이 가득합니다. 여행자뿐만 아니라 목포 동네 사람들도 많이 보입니다. 빈자리가 없습니다. 대기하는데 2층에 자리가 있다고 해서 올라갔습니다. 몇 명이세요? 혼자에요. 혼자? 손님 받는 아주머니께서 살짝 놀란 눈빛을 보입니다. 저는 워낙 익숙한 상황이라 모르는 척하고 2층으로 올라갑니다.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자개장이 눈길을 끕니다. 좌식, 입식 다 있습니다.



테이블에 하얀 종이가 깔립니다.



뭘 먹을지 정하고 왔지만 그래도 메뉴판 스캔합니다. 민어가 가격만 놓고 보면 저렴하진 않습니다.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마음은 코스로 먹고 싶지만 혼자여서 단품으로 갑니다. 민어회 한 접시 주문합니다. 가격은 오르지 않았네요. 몇 g 나오는지 적어주면 더 좋겠습니다.



생수 아니고 끓인물 주는 식당이 좋습니다.



민어회는 금방 나왔습니다. 민어회만 높게 쌓은 것은 아닙니다. 양배추로 산을 만들고 그 위에 민어회가 올려져 있습니다. 붉은빛이 은은하게 도는 민어회 자태는 볼 때마다 좋습니다.

민어회는 숙성회입니다. 민어라는 생선을 바다에서 잡아 올리면 금방 죽습니다. 바다에서 민어를 잡자마자 활어로 먹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히다지만, 보통 사람은 맛볼 수 없습니다. 민어는 활어로 유통하기 어렵고, 빙장을 하여 유통합니다. 민어회 파는 식당마다 숙성해서 손님상으로 나옵니다. 잘 숙성해서 나온 민어회는 부드럽습니다.



민어회 먹는 소스는 3가지가 나옵니다. 간장에 고추냉이는 쉽게 보시는 것이고요. 왼쪽 위 소스는 영란횟집만의 특제 소스입니다. 고추장 느낌이지만 초장은 아닙니다. 매콤보다는 달달합니다. 오른쪽 위는 된장에 참기를 넣은 것이고요. 보통 횟집에서 회 먹을 때 나오는 빨간 초장은 없습니다. 세 가지 소스를 비교해가면서 먹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된장이 제일 좋습니다.



특제소스. 제 입맛에는 달아서 많이 먹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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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생선입니다. 껍질, 내장까지 다 먹습니다. 민어회를 주문하면 껍질과 부레도 함께 나옵니다. 껍질을 불에 그을려서 나옵니다. 식감이 좋습니다. 쫄깃하고 고소합니다.



민어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부레입니다. 부레를 먹어야 민어 한 마리 다 먹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레는 물고기 공기주머니입니다. 부레를 녹여서 아교 접착제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부레의 인기가 많다 보니 많은 양이 나오지 않습니다.민어 부레의 식감은 묘합니다. 처음에는 껌처럼 질긴 식감인데 몇 번 씹다 보면 후루룩 넘어갑니다.



민어회 한상차림. 보통의 횟집에서 볼 수 있는 곁들이 음식(스끼다시)은 없습니다. 곁들이 음식 좋아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뭔가 아쉬움이 있겠지만, 저는 딱 먹을 것만 나오는 이 구성이 좋습니다. 민어 자체가 맛있습니다. 쌈도 안 싸 먹습니다. 양념장도 잘 안 찍습니다. 소주 한 잔 넣고 민어회 한 조각, 부레 한 조각 먹으면 꿀맛입니다.

처음부터 민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20년 전쯤에 제주도에서 민어를 처음 먹었습니다. 흐물흐물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게 뭔 맛이야? 그랬죠.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귀한 생선입니다.



민어회 다 먹고 났는데 뭔가 아쉽습니다. 배도 덜 부르고. 이럴 때는 뭐다? 탕입니다. 회 먹는다고 탕 서비스로 나오는 거 아니고 추가로 주문해야 합니다. 양은냄비에 민어 뼈, 내장, 채소가 담긴 탕이 왔습니다. 기름기 가득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고소합니다. 매운탕이라고는 하지만 제 입맛에는 그렇게 맵진 않습니다. 매운탕까지 개운하고 든든합니다.



공깃밥 대신 막걸리



다 먹고 나왔습니다. 민어거리 한번 봐주고요.



목포역까지 걸어갑니다. 인공폭포의 물줄기가 시원합니다.






목포역 가는 길 화려한 조명이 길을 밝혀줍니다.



목포역은 호남선의 시작이면서 끝입니다. 목포역에 오면 괜히 남행열차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어제 아침에는 밝은 목포역을 보았고, 홍도에서 하룻밤 자고 다시 목포역을 만납니다. 목포가 반갑습니다.



목포역에서 출발합니다. 떠날 때는 늘 아쉽습니다.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을 나와 영란횟집에서 민어회를 먹고 목포역까지 갔습니다. 집에 오니 밤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목포에 오면 먹을 게 많아서 뭘 먹어야 하나 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중에서 민어회는 혼밥, 혼술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여름에는 좋은 거 먹고 기운 내야 합니다. 잘 먹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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