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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구둔역

 

덜컹덜컹 기찻길을 달리는 기차가 주는 감성이 있습니다. 기차는 우리나라 구석구석으로 뻗어 나갑니다.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변하면서, 기차가 다니지 않는 기차역이 있습니다. 폐역된 것이죠. 기차는 다니지 않지만 예쁜 분위기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는 기차역이 있습니다.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구둔역입니다. 

 

가족들과 강원도 홍천으로 나들이 가는 길입니다. 고속도로 타고 홍천으로 바로 갈 수도 있겠지만 샛길로 접어듭니다. 양평 구둔역을 가보기로 합니다. 구불구불 시골길을 따라갑니다. 마을도 잘 보이지 않는 이런 곳에 기차역이 어디 있긴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이어집니다. 언덕 위에 구둔역이 보입니다. 옛 모습 그대로입니다. 

 

 

 

 

기차도 다니지 않는 구둔역이 유명해진 것은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의 배경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건축학개론에서 예쁘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구둔역 소개할 때 '첫사랑의 추억'이라 적고 있습니다. BTS 2021 시즌그리팅 굿즈, 아이유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 재킷 사진을 구둔역에서 촬영했습니다. 

 

 

 

 

아이유 앨범 재킷 사진 촬영 장면. 30초 지점부터 구둔역과 아이유를 볼 수 있습니다. 아이유 어쩜 이리 예쁘니. 

 

 

 

 

 

 

 

 

대합실로 들어가는 문은 잠겨 있습니다. 창을 통해 안의 모습을 살펴봅니다. 낡은 기차 시간표, 여객 운임표를 보니 시간이 멈춘 듯합니다. 

 

 

 

 

구둔역은 일제강점기 철도 역사건축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대합실은 들어갈 수 없지만 철길로 갈 수 있습니다.  

 

구둔역은 청량리, 원주, 안동, 경주를 잇는 중앙선 철길 위에 있는 역입니다. 1940년부터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중앙선은 처음에 경경선이라 불렸습니다. 서울과 경주를 잇는 기찻길이었기 때문입니다. 도로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내륙지방 주민들의 소중한 교통로였습니다. 

 

도로망이 발달하면서 기차 이용객이 줄었고, 기찻길을 직선화하고, 전철화하면서 구둔역으로 기차가 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결국 2012년 폐역되었습니다. 구둔역에서 약 1㎞ 떨어진 일신역이 구둔역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일신역에는 하루 4번 기차가 정차합니다. 

 

 

 

 

역사 옆으로는 미술 작품을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붉은 벽돌로 만든 이것은 '미래를 약속하는 시간, 고백의 정원'이라 이름이 있습니다. "지금은 사랑時, 용기分, 고백秒"라 적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며 고백의 시간을 가진다면 구둔역은 더욱더 특별하겠습니다. 사랑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커플이 찾으면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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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전동차가 있습니다. 구둔역에는 전철이 다니지 않았으니, 이 전동차는 전시용인 것 같습니다. 겉에 칠이 벗겨지고 많이 낡아 있는 모습이 아쉽습니다. 이 전동차는 한때 레일 위를 열심히 다녔을 텐데 말입니다. '병점' 이라 쓰인 것으로 봐서 경부선을 다녔을텐데, 저도 한 번은 타지 않았을까 상상도 해봅니다. 옛날에는 전철 앞에 카페처럼 되어 있던데, 지금은 전철만 덩그러니 있습니다. 

 

 

 

 

전철 옆에 종(鐘)이 있습니다. 줄을 잡아당기니 종소리가 땡 하고 크게 울려서 놀랐습니다. '행운의 시간. 환상열차의 종소리'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구둔역에서 종소리를 울리는 지금이 당신에게 행운이 찾아오는 그 시간입니다." 종소리와 함께 행운을 빌어보시고 퍼트려 보시길 바랍니다. 

 

 

 

 

역사 앞으로는 커다란 향나무와 은행나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수령이 상당해 보이는 것이 구둔역의 시작부터 함께했을 것 같습니다. 향나무는 소원나무로도 불리며, 소원을 적은 카드가 가득하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찻길을 안내해주던 나무였지만 지금은 쓸쓸하게 서 있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8월 여름이었습니다. 10월에 들어섰으니 은행잎이 점점 노랗게 물들어가겠군요. 노란 은행잎으로 나무도 물들고, 나무 주위에 금빛 주단으로 뒤덮이는 모습을 함께한다면, 사랑의 추억이 더욱더 찐하게 다가오겠습니다.  

 

 

 

 

 

 

 

 

석불역, 매곡역으로 이어지는 기찻길은 끊어져서 갈 수는 없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9개의 진지를 구축해서 구둔역이라 불렸습니다. 습지가 있어 질퍽질퍽하기에 구질구질하다하여 구질현, 구존치라 불렸습니다. 일본인들이 구즌이라 썼고, 구즌을 둔이라 읽어 구둔이 되었습니다. 

 

 

 

 

강릉, 안동, 부산까지 향하는 안내판은 녹이 슬어 있습니다. 옛날에는 청량리에서 부산까지 8시간, 청량리에서 강릉까지 6시간 가까이 기차를 타고 갔던 때가 있었습니다. 고속열차가 다니는 지금과 비교하면 옛날이야기입니다. 오랜 시간 비바람을 맞으며 녹이 슨 안내판은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구둔역이 널리 알려진 것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영향이 가장 클 것입니다. 영화 자체가 흥행했고, 주인공이 구둔역에서의 모습이 예쁘게 나왔습니다.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이 기찻길 위를 거니는 장면 기억하는 분 많을 것입니다. 손이 닿을 듯 말 듯 한 애틋함이 있습니다. 건축학개론이 2012년 작품이더군요. 이제훈, 수지 두 배우는 늙지도 않습니다. 건축학개론에 조정석, 유연석 두 배우도 나왔습니다. 10년 후 두 배우가 다시 만나리라 생각했을까요? 

 

 

 

 

건축학개론하면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떠오릅니다. 예전에 회사에 20대 아르바이트생들이 왔습니다. 아르바이트생들과 이야기하다 김동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친구들이 김동률을 모르더군요. 전람회는 더더욱 모르고. 기억의 습작 노래는 어디선가 한번 들어봤다는 정도. 세대가 변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90년대 중반에 나온 노래이니 20대들은 모를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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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올랑말랑 했는데, 구둔역에 도착하니 푸른 하늘이 짠하고 펼쳐져서 더없이 기분 좋게 기찻길 구경을 했습니다. 관광객이 많아서 시끌벅적한 분위기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사람이 없더군요. 조용조용 거닐면서 기찻길의 추억을 쌓아갈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커플 데이트하기에 좋겠습니다. 레일 위 걸으면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고요. 예쁘게 사진 찍기도 좋고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저도 첫사랑 그녀를 생각하면서 레일 위를 걸어가 봅니다. 

 

 

 

 

구둔역은 기차도 다니지 않고, 철길만 덩그러니 있지만, 그래서 더 좋은 기차역이지 않을까 합니다. 세상과 끊어진 기찻길이지만 다른 방향으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기찻길이니까요. 아날로그 감성도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렇게 기찻길에는 낭만과 추억이 있습니다. 

 

 

 

 

 

구둔역에서 차로 10분 정도 가면 지평면 시내가 나옵니다. 막걸리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지평막걸리 드셔 보셨을 것입니다. 지평막걸리가 양평군 지평면에서 만든 것입니다. 지금은 공장을 옮겼지만, 막걸리는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평에는 한국전쟁 당시 지평리 전투기념관도 있습니다. 기념관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 가면 용문면입니다. 용문면에 맛집이 많습니다. 설렁탕, 만두, 국밥 맛집이 유명합니다. 카페도 많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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