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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지리산을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지리산은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쉽게 갈 수 없는 산인 줄 알았습니다. 큰 맘 먹고 지리산 등산 시작합니다. 드디어 정상인 천왕봉이 보입니다.

 

밤 12시쯤에 동서울터미널에서 백무동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릅니다. 새벽 3시 30분에 백무동에 도착해서 등산 시작합니다. 장터목 대피소까지 4시간 걸렸습니다. 장터목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며 숨을 고릅니다. 천왕봉까지 남은 거리는 1.7㎞. 평지라면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하지만 여기는 어디? 지리산. 다리에 힘 팍 주고 출발합니다.




새벽에 올라올 때는 깜깜하기도 했고 산속을 걸어서 지리산을 잘 못 느꼈습니다. 세상이 밝아지고 높은 곳에 올라오니 주변이 보입니다. 첩첩산중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산이 이어지고 또 이어집니다.

외로이 서 있는 고사목이 쓸쓸해 보입니다. 1950년대까지 숲이 울창했었답니다. 자유당 때 어느 권력자의 친척이 거목들을 무단으로 베어냅니다. 나무 팔아먹은 것이죠. 이게 문제가 되니 흔적을 없애기 위해 불을 지릅니다. 그 뒤로 숲은 사라지고 고사목만 남았습니다.




오르막길 돌길








저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천왕봉인가? 생각하며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먼 곳 어디가를 바라보는 아저씨 한 분의 모습에 눈길이 갑니다. 다른 산 보다도 지리산은 마음을 내려놓고 상념에 젖어 들게 합니다. 지리산이니까.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는 '선인(仙人) 유람길'이라는 테마를 더했습니다. 최치원, 김종직, 조식 등 당대의 학자들이 지리산 찾은 것을 알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등산로도 만들고 좋은 신발, 장비 갖추고 오릅니다. 저 시대는 어떻게 올랐을지 궁금합니다. 특히 신발. 발이 온전했을까요?




10월 말 천왕봉 가는 길에서 가을을 느낍니다. 색이 살짝 변한 것이 단풍 절정은 지난 것 같죠? 하산길인 중산리 등산로에서는 단풍으로 물든 지리산의 가을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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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목에서 제석봉까지 700m 20분 걸렸습니다. 제석봉은 지리산에서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입니다. 봉우리 근처에 산신에게 제를 올리는 제석단이 있습니다. 늘 물이 솟아나는 샘터가 있어 천혜의 명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하늘이 가까워집니다. 하늘 바라보는데 뚜렷한 경계가 보입니다. 뭐지? 구름 때문인가? 지상과 천상을 나누는 경계인가? 햇님은 하늘 위로 점점 올라가고 경계는 지워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습니다.




고사목과 잎이 다 떨어진 나무








아슬아슬하게 올려진 바위




서리가 내렸습니다. 가을이지만 천왕봉 일대 기온은 영하로도 떨어진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해가 떠오르면서 온기가 있다고는 하지만 확실히 공기가 차갑습니다. 옷을 더욱더 단디 여미게 됩니다.




깊고 넓은 숲에 다양한 동물과 식물이 살고 있을 것입니다. 지리산 주변에 사는 분 중에 지리산에 호랑이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는 신문 기사도 있습니다.








통천문을 지납니다. 말 그대로 하늘로 통하는 문입니다. 천왕봉까지 500m 남았습니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통천문까지 약 40분 걸렸습니다.




통천문부터 천왕봉까지 올라가는 길이 급경사입니다. 울퉁불퉁 바위 사이를 오릅니다.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쉽게 오를 수 있으면 지리산이 아닙니다. 정신줄 꽉 붙잡고 힘을 냅니다.




칠선계곡상단을 지납니다. 해가 떠오르고 시간이 좀 지나서인지 지리산 일대가 더욱더 환해졌습니다. 숨은 점점 가빠집니다. 가파지다가 아니고 가빠지다가 맞는 말.








정상이 멀지 않았습니다.




여기는 지리산




지리산 종주는 꿈입니다.








드디어 해발 1,915m 지리산 천왕봉에 도착했습니다. (현대 과학기술로 다시 측정하니 1,916.77m로 나왔답니다. 공식 높이는 1,915m입니다)

백무동에서 5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장터목 대피소부터는 1시간 걸렸고요. 벅차오르는 감동이 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잠도 못 자고 이 고생을 사서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천왕봉에 오르니 답이 딱 나오네요. 지리산이니까. 제 자신에게 잘했다 수고했다 토닥여 줍니다.

정상석 사진을 정면에서 제대로 찍고 싶은데 쉽지 않습니다. 천왕봉 앞으로 인증사진 찍으려는 사람들 줄이 길게 이어집니다. 저도 길게 합류합니다. 앞뒤 사람이 서로 찍어주고 찍고 합니다. 꽃다발 들고 찍는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100대 명산 마지막으로 지리산 오른 것이라는군요. 주변 사람이 손뼉 쳐주고 축하해줍니다.

눈살 찌푸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어느 아주머니 사진 찍어 드리기로 합니다. 자기 예쁘게 포즈 잡기 전에 찍는다고 불평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자기 독사진 찍는데 사람들이 가리니까 다 숙이세요라며 외칩니다. 산에 자랑하러 왔나 봅니다.




정상석 뒤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적혀 있습니다. 예부터 삼신산이라 해서 금강산, 한라산, 지리산을 꼽기도 했습니다. 한국 5대 명산, 7대 명산을 꼽아도 지리산은 꼭 포함됩니다. 백두대간이라는 이름으로 백두산과 지리산이 연결되고요. 지리산은 우리나라의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명산이요 영산입니다.




천왕봉에서 바라본 하늘








천왕봉




천왕봉이 감동이지만 계속 머무를 수 없습니다. 하산해야 합니다. 중산리 버스 정류장에서 서울 올라가는 버스표를 예매했습니다. 중산리까지 가야 하는데 길이 여러 갈래입니다. 장터목 대피소 말고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로터리대피소 거쳐서 가는 길이 짧습니다. 그런데 등산로 색깔이 검은색입니다. 매우 어려운 코스라는 뜻입니다.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장터목 대피소로 향합니다.




까마귀








저분은 뭘 하고 계실까?




가까이서 보면 거칠지만 넓게 보면 푸근하고 부드러운 지리산입니다.




하늘에 떠 있는 기분








지리산의 가을




구름에 휩싸이는 천왕봉. 올라가면서 본 천왕봉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묘한 신비감이 있습니다.




장터목 대피소까지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천왕봉 찍고 다시 대피소까지 오는 데 약 2시간 걸렸습니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당 충전하고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대피소에서 라면 끓여 먹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산꾼은 아니어서 장비가 없습니다. 라면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저는 빵으로 때웁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장터목 대피소에서 숙박할 수 없었습니다. 2022년 7월부터 다시 숙박할 수 있습니다. 숙박 가능 인원의 30%만 받습니다.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은 경상남도 산청과 함양의 경계입니다. 지리산의 뜻은 다름을 아는 것 차이를 아는 것 그리고 그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뜻도 있고요. 지리산을 다녀오면서 좀 더 성숙해졌음을 느낍니다. 착각이거나 오바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리산 그리고 천왕봉을 다녀왔다는 것은 제 삶의 큰 힘이 된 것은 분명합니다.

10월 말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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