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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이승만 별장 
 
제주도 여행길 가볼 만한 오름을 찾아보다가 민오름을 발견합니다. 민오름에 이승만 별장이 있다고 합니다. 중산간 오름 안에 대통령의 별장이라. 호기심이 마구 생깁니다. 숨겨진 곳이어서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6월의 어느 날 이야기입니다. 
 

 
제주도에 민오름이란 오름이 5개 정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오늘 찾아갈 곳은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민오름입니다. 내비게이션에 송당리 민오름 넣고 출발. 중산간 도로를 따라가는데 길이 낯익습니다. 도착하고 보니 비밀의 숲으로 유명한 안돌오름 근처더군요. 민오름 도착. 관광지가 아니다 보니 별도의 주차장은 없습니다. 적당히 빈 곳에 주차. 출입금지라 쓰인 바리케이드.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공간입니다. 
 
 
 
 
 

 
민오름은 아무 때나 갈 수 없습니다. 5월부터 10월 중 화요일, 목요일 오후 2~4시 사이에만 방문할 수 있습니다. 수요일은 방문 시간이 아닙니다. 민오름 가는 길에 목장이 있습니다.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해 외부인을 통제합니다. 제주도 출발 전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확실히 하고 싶었습니다. 검색하다가 전화번호를 발견합니다. 064-710-6704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에서 전화를 받더군요. 민오름 방문할 수 있을지 궁금해서 전화했다고 말을 건넵니다.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 주시더군요. 번호 받고 전화를 했습니다. 아저씨가 받습니다. 민오름 관리하시는 분인 것 같습니다. 민오름 가려 한다고 말씀드리니 정해진 기간에 오면 괜찮다고 답을 주시네요. 제주특별자치도 직원이 알려준 휴대전화 번호가 알림판에 있는 번호입니다.  
 
 
 
 
 

 
허락도 받았고 안도의 마음을 가지고 민오름에 왔습니다. 출입금지를 넘어 걷습니다. 통제하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한데 없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일직선으로 쭉 뻗은 길을 계속 걷습니다. 오롯이 혼자의 시간. 초반에는 도로의 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걸을수록 자연의 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만 들립니다. 작은 돌멩이 지날 때 삭삭 소리가 내가 걷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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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이로 소들이 저를 바라봅니다. 경계의 눈빛일 수도 있겠지만 호기심의 눈빛으로도 보입니다. 
 
 
 
 
 

 
초원에서는 말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풀을 뜯어 먹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말과 소가 많다고 하지만 이렇게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분이 좋아지는 풍경입니다. 말처럼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싶습니다.
 
 
 
 
 
 

 
멀리서 바라만 봐야 합니다. 출입금지.
 
 
 
 
 

 
 
 
 

 
일직선으로 쭉 가다 보니 맞게 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주변에 사람도 없고 안내문도 없으니 좀 답답합니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켜봅니다. 민오름 옆에 귀빈사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일직선으로 쭉 가면 됩니다. 맞게 가고 있습니다. 
 
 
 
 
 
 

 
입구에서 10여 분 걸었습니다. 앞으로 갈 수 없는 장애물이 있습니다. 여기를 넘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깐 고민되더군요. 저 앞에 길의 끝이 보이고 안내문도 있습니다. 사람 하나 정도는 지나갈 수 있는 틈이 있습니다. 직진.
 
 
 
 
 

 
등록문화재 관람 협조 사항. 제주 이승만 별장 내부 관람을 원하면 사전에 연락하는 이야기. 제가 사전에 전화했던 전화번호가 적혀 있네요. 제주 이승만 별장은 국가 지정 등록문화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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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늘로 뒤덮인 길 끝에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습니다. 위아래로 가지를 길게 뻗은 모습이 범상치 않습니다. 어두운 길 끝에 있기에 나무의 모습이 더욱더 선명합니다. 귀빈사 입구에 있는 팽나무입니다. 
 
 
 
 
 

 
귀빈사 팽나무 보는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팽나무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팽나무가 귀빈사를 지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무에서 전해오는 포스가 상당합니다. 수령이 100년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귀빈사 있기 전부터 있었다고 하고요. 높이는 12m 정도. 
 
 
 
 
 

 
이 건물이 바로 귀빈사(貴賓舍)입니다. 대지 660㎡, 건물 면적 234㎡(약 70평) 단층 건물입니다. 직사각형으로 단정하게 지어진 건물입니다. 오래된 건물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1957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대통령 별장이 제주도 중산간에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금도 중산간으로 오기가 쉽지 않은데 1950년대는 더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로도 잘 없었을 것이고요.
 
 
 
 
 

 
 
 
 
 

 
등록문화재.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제주 이승만 별장
 
 
 
 
 
 

 
이승만 별장은 국립제주송당목장 안에 있었습니다. 국립제주목장, 송당목장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민간에 매각하여 제주축산개발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6·25 전쟁 당시 한국군 사령관인 밴 플리트 장군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동양 최대 미국식 목장을 짓는 것을 제안합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답사 후 부지 선정하고 목장을 만들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7년, 1959년 두 번 방문하였습니다. 1960년 4·19가 일어났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왔다 갔으니 이승만 별장으로 불리게 된 것이고요. 처음에는 특호관사라고도 했습니다. 4·19 이후 아무도 찾지 않으니 방치되었습니다. 최근에 다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제주시에서도 관리를 하려는 모습이고요.
 
 
 
 
 
 

 
목장 관계자분과 통화할 때 건물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문이 잠겨 있어서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창문으로 내부 모습을 살펴봅니다. 당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구들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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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기쁨이 동시에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쌍 희(囍) 자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귀빈사 이승만 별장은 1957년 미국 공병대가 지었습니다. 자연석 현무암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한국의 주택이기보다는 서구의 주택 모습입니다. 안내문에는 서구 모더니즘 건축이라고도 적혀 있습니다.  
 
 
 
 
 
 

 
6월 산수국이 피고 있습니다. 
 
 
 
 
 

 
건물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보통 건물이라면 한번 쓱 보고 뒤돌아 나올 수 있습니다. 여기는 좀 더 머물고 싶더군요. 숲속 작은 평지에 아늑하게 자리한 건물과 멋있는 팽나무가 주는 느낌이 특별합니다. 이런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집 주변을 계속 돌아다니면서 바라봅니다. 
 
 
 
 

 
 
 
 
 

 
나무도 지팡이의 힘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팽나무를 올려다봅니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다양합니다. 그래서 귀빈사를 어떻게 할지도 고민이 있나 봅니다. 국가 원수와 관련 있으니 기념관을 만들자고도 합니다. 현대 제주도의 가장 큰 아픔인 4·3과의 연관도 있고 다른 과오가 있으니 돈 들여 복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도 합니다. 
 
여행자로서 저는 이대로 두면 좋겠습니다. 기념관이다 뭐다 만들어서 여러 사람이 찾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겨지길 바랍니다. (그러면 이 포스팅도 하지 말아야 하는데. 변방의 소심한 블로그라 알려지진 않겠죠 😅)
 
 
 
 
 

 
 
 
 
 

 
귀빈사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느낍니다. 바로 나갈까 하다가 민오름 정상을 가보기로 합니다. 빽빽한 숲을 걷는 기분이 상쾌할 것 같습니다. 
 
 
 
 
 

 
많이 찾는 오름은 아닌지라 등산로가 정비되어 있진 않습니다. 정상까지 오솔길이 나 있습니다. 날 것의 느낌이 있습니다. 힘들긴 했어도 미지의 공간을 탐험한다는 재미가 있습니다.
 
 
 
 
 

 
귀빈사에서 10분 정도 오르면 민오름 정상입니다. 오름 정상에서 조망이 터지지 않습니다. 수풀이 가득합니다. 고생해서 올라온 보람이 작아지네요. 어쩌면 이게 진짜 오름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관광객들 많이 찾는 오름은 너무 정신없습니다. 사람들의 발걸음 때문에 오름도 힘들어합니다. 
 
 
 
 
 

 
 
 
 
 

 
다시 걸어 나갑니다. 새로운 명소를 알고 간다는 마음에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귀빈사를 포스팅해야 마나 고민했습니다. 저만 조용히 알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욕심쟁이 우후훗) 그보다도 왠지 여기는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축 방역 문제도 있고요. 이 사람 저 사람 우르르 찾는다면 귀빈사가 가진 본연의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1월부터는 못 들어가니 지금 포스팅해도 괜찮지 않을까란 마음입니다. 귀빈사 가는 길 진짜 비밀의 숲을 만났습니다. 
 
가축 전염병 상황에 따라 출입이 완전 통제될 수 있습니다. 사전에 연락해보고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064-710-6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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