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눈꽃세상으로. 제주도 1100 고지 휴게소. 제주도 겨울 가볼만한곳

제주도 1100 고지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가장 남쪽에 있습니다. 위도가 낮으니 언제나 따뜻할 것이라는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주도는 겨울이 춥습니다. 눈도 많이 옵니다. 제주도 1100 고지 주변 설경이 아주 예쁩니다.  

대정, 안덕 일대에서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제주 국제공항으로 가야 합니다. 시간 여유가 있습니다. 한 곳 정도 돌아보고 가도 되겠더군요. 협재해수욕장 쪽으로 해서 맑은 바다를 보고 마음을 달래 볼까? 지난번에 가려다 못 간 방주교회를 거쳐서 가볼까? 이리저리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다가 1100 고지 휴게소가 생각났습니다. 

전날 눈이 많이 와서 1100 도로가 통제되었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햇빛이 드는 것이 통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다가왔습니다. 서둘러 검색을 해보니 길이 열렸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홈페이지에서 교통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100도로는 제주도 서쪽 1100 고지(해발 1,100m 지점)를 지나가는 도로입니다. 경사도 있고, 커브도 많습니다. 평상시에도 운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날씨가 좋지 않으면 차량 운행은 더더욱 힘들어지고, 차량 운행을 통제합니다. 바닷가 쪽은 동백꽃도 피고, 화사한 분위기인데, 산이 깊어질수록 눈의 세상이 됩니다. 

 

 

그렇게 1100 고지에 도달합니다. 제주도에서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차로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지점은 함백산 정상입니다. 함백산 정상은 해발 1,510m입니다. 1100 고지 휴게소는 20년 전 가족 여행 왔을 때 찾았던 곳이라 좋은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그때 1100 고지 표석 앞에서 찍은 가족사진은 지금도 거실에 잘 있습니다. 

 

 

앞에 건물이 휴게소입니다. 휴게소 안에서는 식당과 매점이 있습니다. 

엄청난 차량이 휴게소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차가 많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모여들었지? 하는 궁금증만 가득할 뿐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저도 좀 그렇죠?

 

 

휴게소 앞 주차장만 차가 가득한 것이 아닙니다. 도로도 난리입니다. 주차한 차량들과 이동하려는 차로 인하여, 도로가 마비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1100 고지 버스에는 240번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습니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과 중문 제주 국제 컨벤션 센터 사이를 12회 운행합니다. 1100 고지 주변으로 어리목과 영실이라는 멋진 등산로가 있습니다. 어리목과 영실은 윗세오름에서 만납니다. 백록담까지는 갈 수 없습니다. 어리목 코스로 다시 다시 오르고 싶습니다. 올해 도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버스 정류장 뒤로 보이는 눈꽃 풍경도 보기 좋습니다.

 

 

차에 내려서 구경하면 좋겠는데, 차가 워낙 많아서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차에 앉아서 눈꽃세상 구경을 합니다. 이날 아침은 푸른 잎의 동백꽃을 봤는데, 점심 때는 하얀 눈 세상을 만나다니 봄과 겨울을 왔다 갔다 하는 기분이 듭니다. 

 

 

저 멀리 한라산 자락이 이어집니다. 

어른이 되고나서 눈 오는 게 반갑지 않았습니다. 눈 올 때는 하얗지만 눈이 녹으면 거리가 지저분해집니다. 교통 체증도 심합니다. 지난번 눈 많이 왔을 때는 퇴근길 집에 오는데만 3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보다 더한 경우도 많았고요. 그래도 하얀 눈 세상을 보면, 삭막했던 마음은 이내 가라앉습니다. 순수한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봅니다.

 

 

제주도 겨울의 매력은 눈꽃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늘이 저를 가 여히 여기셨는지, 때마침 주차장에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서둘러 주차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발목 깊숙하게 푹푹 빠집니다. 눈밭에 푹푹 빠져도 재밌고 기분 좋습니다. 수없이 눈을 만났지만, 이렇게 깊은 눈밭을 거니는 것은 오랜만입니다. 많은 사람이 제주도의 겨울을 즐기고 있습니다. 

 

 

1100 고지 휴게소에서 눈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챙겨보아야 할 것도 있습니다. 사진 오른쪽에 보면 동상을 눈여겨 봅니다. 동상의 주인공은 산악인 故 고상돈입니다. 고상돈은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하였습니다.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여기는 정상!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라고 외친 것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1979년 알래스카 메킨리 산 원정길에 명을 달리하셨습니다. 고상돈의 고향이 제주도입니다. 사진 가운데 비석은 산악인 고상돈 기념비입니다. 

 

 

백록상도 빼놓지 않고 봐야합니다. 한라산 정상에 백록담이 있다는 것은 다 아실 것입니다. 백록은 하얀 사슴이라는 뜻입니다. 한라산에 사는 신선은 백록을 타고 구경하러 다니고, 백록담의 맑은 물을 백록에게 먹인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흰 사슴을 왕에게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니, 전설 속의 동물만은 아닌 듯합니다. 지금 한라산에 사슴은 없고 노루는 많습니다. 한라산 등산길에 노루를 만나면 놀랍기도 하면서 무척 반갑습니다.

 

 

하얀 눈 세상 속에 있으니 백록의 의미가 더욱더 확실합니다. 백록은 한라산 정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1100 고지에서 만나는 백록은 신묘한 기운을 담고 있습니다. 비록 동상이라 움직일 수는 없다고 하지만, 백록의 정신은 한라산 구석구석을 마구 뛰어다니고 있을 것입니다.

 

 

경사진 곳에는 천연 눈썰매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제주도는 별도의 눈썰매장은 없습니다. 눈이 오면 천연 눈썰매장이 곳곳에 만들어집니다. 마트에서 플라스틱으로 만든 눈썰매를 판매합니다. 제주도에서는 눈이 많이 오면, 집에 있던 눈썰매를 꺼내, 자신들만이 알고 있는 천연 눈썰매장으로 향합니다. 1100 고지에도 이미 여러 명이 와서 눈썰매를 타고 있습니다. 저도 타고 싶었습니다. 비료포대라도 있으면 합류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게 눈꽃세상을 구경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도로가 너무 복잡하니 경찰이 교통상황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도로 양 옆으로 주차한 것이 불법주차이기에, 주차한 차들에게 주차 단속할 것이라 방송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오니 막혀있던 상황이 조금씩 풀립니다. 마지막까지 눈꽃을 두 눈에 가득 담습니다. 

 

 

좀 더 오랫동안 있으면 좋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함이 아쉬웠습니다. 더 늦기 전에 서둘러 1100 고지 휴게소 부근을 빠져나옵니다. 제주시 방면으로 내려가는데, 운전이 많이 신경 쓰였습니다. 사람들이 아무 곳이나 주차하고, 사진 찍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좋은 풍경을 두고 그냥 가지 못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무단으로 주차하고, 도로를 횡단하는 모습은 위험해 보였습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운전하면서 눈으로 제주도의 겨울 풍경을 담아봅니다. 사진은 옆자리에 앉은 친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혹시 1100 고지로 향하는 1139번 도로, 516도로라고도 불리는 1131번 도로를 가신다면 집중해야 합니다. 길이 좁고 곡선주로가 많기 때문입니다. 보조석에 앉은 사람도 집중해야 합니다. 갑자기 멋진 풍경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집중하고 있다가 멋진 풍경이 나오면 바로 사진으로 담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제주도 1100 고지 휴게소에서 만난 겨울풍경입니다. 휴게소에는 발목까지 푹푹 빠지도록 눈이 가득 쌓였습니다. 눈 쌓인 풍경을 만나기 위해, 많은 사람으로 휴게소는 북적였습니다. 이런 풍경을 보고 쉽게 지나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주도의 겨울은 환상적이고 순수하고 아름답습니다. 겨울에 제주도 가셨다면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여 보심이 좋겠습니다. 차량 통행 유무 확인하시고, 안전 운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