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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냥 확

너 이거 왜 좋아? 라고 물으면.. 그냥...
너 이거 왜 하는거야? 라고 물어도.. 그냥..

우리 생활속에서 알게 모르게... '그냥' 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우리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사는게 너무 복잡합니다.. 저도 '그냥' 이라고 대답을 잘 하는 듯 하구요... 저는 제주도로 향합니다... 그냥.. 제주도가 보고 싶어서.. 그리고.. 제주도에서 그냥 또 만납니다.. 그냥.. ㅋㅋ



사진은 제주 올레길 8코스 중문해수욕장

그냥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다요.. 그래도.. 노숙은 할 수 없으니.. 만약을 대비하여.. 게스트하우스 전화번호만 몇 개 메모했습니다..

올레길 8코스 완주 했습니다.. 그런데... 해는 저물고 있고.. 8코스 끝 지점인 대평 동네에서 숙박할 곳을 찾아보니.. 방이 없네요.. 여기서 살짝 당황...^^..  다음날 가파도를 가기로 했으니.. 무작정 대정 모슬포로 버스를 타고 갑니다.. 모슬포 동네가 크니까 잘 때 있겠지 하고 말이죠..

모슬포에 도착을 하고.. 국밥집에서 밥 먹으면서.. 메모한 것을 살펴봅니다.. 대정 모슬포 부근의 전화번호 중에서 제일 위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를 눌러댑니다.. 주인장이 받는대.. 어째 좀 이상합니다...




방 있어요? 하고 물으니.. 있답니다...

얼마에요? 라고 물으니.. 그냥 오랍니다.. 그리고 알아서 내랍니다...  속으로 이건 또 뭐야? 했지요... ㅋㅋ
어디로 가면 되나요? 했더니.. 바닷가쪽으로 쭈욱 오랍니다..

국밥 다 먹고.. 바닷가를 따라 쭈욱 걸어갑니다.. 시내를 벗어났기에.. 주변은 어둡습니다.. 그래도 커다란 보름달이 저를 비춰주니... 마음은 밝습니다.. 이 때.. 보름달 진짜 컸는데.. 살다살다 이렇게 큰 보름달은 처음 봤네요.. 파도소리를 들으며.. 20분 가까이 걸으니.. 주인장이 말한 건물이 보입니다... 그리고 저를 반겨줍니다..

그렇게해서 도착한 게스트하우스.. 'A 그냥'




주인장과 그의 후배 둘이서 저를 반깁니다.. (주인 아저씨라고 하기도 그렇고... 형님이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사장님도 아닌것 같고.. 편의상 주인장이라고 하겠습니다..) 저를 2층으로 안내합니다...


웃음 띤 얼굴의 주인장과 간단한 인사를 합니다.. 주무시려고 했다가.. 제가 전화 해서..  저를 기다렸다고 하시네요.. 너무 늦게 가서 미안한 마음도 들더군요.. 

게스트하우스에는 주인장, 후배.. 그리고 손님은 저 하나였습니다.. 이렇게 남자 세 명.. 뭔지 모를 어색한 분위기도 흐르네요.. ㅋㅋ 주인장은 저의 잠자리를 봐줍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대... 이게 또 재밌네요.. 이렇게 남자 둘의 수다는 12시 가까이 이어집니다...




이렇게 하고 잤습니다.. 기름값이 비싸다보니.. 보일러는 켜지 않고.. 전기장판을 깔고 잡니다.. 첫날은 저의 전기장판 조작 미숙으로 좀 춥게잤는데.. 다음날 머물때는 아주 후끈하게 잘 잤습니다... ㅎㅎ


A 그냥 게스트하우스는.. 게스트하우스가 아닙니다... 그넘 뭐냐고 물으시겠지요.. ㅋㅋ.. 주인장께서.. 사진을 찍기 위해 제주도에 내려와 있는 것이라 합니다.. 집값이 싸니까.. 위에서 보시는대로.. 1채를 통체로 빌리고.. (위에서 본 2층 건물.. 1년에 년세로.. 백만단위에요..).. 사진도 찍고.. 쉬면서 보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주인장 혼자 지내기에는 빈 공간이 많다보니.. 여행자들을 위해서.. 쉼터 겸 숙박시설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수익에 중심을 둔 게스트하우스가 아니기에.. 운영 방식은 독특합니다... 

일단 게스트하우스에 도착을 하고.. 머물기로 했으면... 자기가 왔다는 것을.. 칠판에 써 놓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자개상이 반갑습니다.. 노트북은 그냥 편하게 쓰면 됩니다.. 올레길 안내책자도 있고.. 자개상 왼쪽으로 올려져 있는 종이들에 주목을 합니다..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실.. 사용요금입니다.. 통에 써 있죠.. 내키는만큼 넣으세요

A 그냥 게스트 하우스에는 정해진 이용요금이 없습니다.. 자기가 내고 싶은 만큼 내고 가면 됩니다.. 주인장 말로는 돈없으면 그냥 가도 된다지만(설마 이런 사람은 진짜 없을 것 같고.. 있으면 안되겠죠..).. 자기가 알아서 내면 됩니다.. 게스트하우스를 떠날 때.... 상 위에 있는 봉투에 돈 과 방명록을 함께 넣으면 끝..



방명록은 이렇게 쓰구요...





A 그냥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별로 어렵지 않죠?... 말은 이렇게 써 놨지만.. 주인장이 알아서 해주는 경우가 많았구요.. 혹시 주인장 없으면.. 알아서 이대로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이틀밤을 머물면서 느낀것은 손님을 손님처럼 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 후배, 동생 처럼 대하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제주도에서 생활하는 이야기 등.. 편하게 이야기 주고 받게 된 것이지요..





주인장은 제주도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하였습니다... 제주도에 머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맘껏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본업인 사진도 하고.. 그리고.. 이거.. 클래식 기타... 육지에 있을 때.. 클래식 기타를 해보고 싶었는데.. 생각처럼 많이 연습을 못했답니다..

제주도에 내려와서는 하고 싶을 때.. 그냥 맘껏 칠 수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실제로.. 다음날 아침에 클래식 기타 선율에 잠에서 깨었죠.. 대정 바닷가 앞에..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 없이.. 맘껏 치고 또 칩니다..




부엌도 있구요.. 배고프면 냉장고에서 아무거나 꺼내 먹어도 된다고 하였지요.. 라면 끓여먹어도 된다고 했는데.. 안 먹었어요.. 자전거도 있구요.. 주인장의 주 교통수단이 자전거였습니다...  이야기 들어보니.. 자전거도 거의 전문가 수준이던데요.. 자전거도 타고 싶을 때.. 씽씽 마구 달린답니다..  세탁기도 있습니다... 그냥 쓰면 됩니다.. 별도의 이용요금 있는 거 아니구요..





다음날 아침.. 일어나... 창문을 열어봅니다...  신선한 공기가 딱 하고 들어오는데.. 어찌나 좋던지.. 그런데.. 저 앞으로.. 모슬포 여객터미널이 공사중이라네요... 시간이 지나면.. 좀 번잡하겠습니다.. 저 자동차들은 동네 주민들 것이구요..



어제 걸었던 길도 뒤돌아 보구요...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여행자들이 잠자는 곳은 2층이구요... 1층은.. 이렇게 빈 공간으로 남겨두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앞으로는 올레길 10코스가 지나고 있습니다... 올레길 걷는 사람들이 편하게 들어와서 쉬었다 가라고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이 공간 역시.. 그냥 들어왔다가... 쉬었다 가면 됩니다..




각종 차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차 드시고 나서... 역시나 돈은 내키는만큼 내고 가면 됩니다..





1층에서 머물렀으면... 요렇게 방명록을 적어주는 센스




벽에는 주인장이 찍은 사진들이 붙어 있습니다.. 주인장은 프랑스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왔다합니다... 대부분의 사진이 프랑스에서 찍은 것들입니다... 제주도에는 올해 초에 내려왔던지라.. 아직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하였다고 합니다.. 사진들 하나하나.. 선명하고.. 생생했습니다.. 

주인장이 프랑스 이야기를 많이 해줬는대... 프랑스가.. 굉장히 매력적인 나라로 보이더군요.. 벽에 붙은 사진 말고.. 다른 사진책들도 많이 있습니다.. 역시.. 그냥 보면 되구요.. 컴퓨터도 있으니.. 그냥 쓰면 됩니다...




첫째날은 아침 일찍 나가느라.. 밥을 못 먹었는대... 둘째날은 주인장이.. 밥을 차려주어서 먹게 되었습니다...  동네 주민들이 주신것도 있고..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하고 하니.. 식비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짜장밥.. 화려하진 않아도.. 정성 가득한 밥.. 배불리 먹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날 아침을 든든히 먹고.. 신나게 올레길 10코스를 걸었지요.. 게스트하우스는 올레길 10코스 종점 부근에 있습니다.. 종점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지나가는 길에.. 살짝 들러서.. 사람이 있나 봤더니.. 없내요.. 그냥 뒤돌아서려는 순간.. 어디선가 자전거 무리가 오는것이 보였습니다..

주인장, 주인장 후배, 그리고.. 어느 이름모를 여행자 세명이서 어딘가를 갔다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들의 한 손에는 떡볶이, 한 손에는 삼겹살이 있었구요... 눈치 없는 척 하며.. 자리에 합석을 합니다.. 그렇게 모여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걸칩니다... 뭐 여행이 이런거 아니겠습니다.. 만남이 있는.. 그래서 즐거운.. ㅎㅎ




남은 10코스를 마무리 짓고... 집으로 올라와야 하기에... 삼겹살 먹다가.. 중간에 나왔습니다.. 소주 많았는대.. 두고 오려니 아쉽네요.. ㅎㅎ.. 10코스 종착지까지는 20분 가까이 걸어가면 됩니다.. 걷는 도중.. 어디선가 악기 소리가 들립니다...


트럼펫인가요? 악기 이름은 잘 모르지만.. 하루일을 마치고.. 촌부가 마무리로 한 곡조 뽑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닷가에서.. 유유자적 소리를 뽑아내는 저 모습.. 어쩌면.. 제가 바라는 모습일수도 있지요.. 멋있었습니다..

다음지도에는 이곳의 위치가 나오질 않는군요.. 대신 연락처를 올려놓습니다... 위치를 말씀드리면.. 대정읍내에서.. 모슬포항을 지나서.. 송악산 방면으로.. 바닷가를 따라 넒다란 길이 있습니다.. 올레길 10코스구요.. 그 길을 따라 20분 가까이 걷다보면.. 바닷가쪽으로는 모슬포 여객터미널 공사현장이 보이고.. 그 맞은편에.. 이층집으로 된 게스트하우스가 보입니다..


'A 그냥 확' 이곳에서 이틀밤을 묵었습니다.. 우연한 만남이었습니다..  정신적으로 새롭게 느낀느 것도 있었습니다.. 주인장.. 육지에서 돈 많이 벌고 살 수도 있었겠지만.. 제주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주인장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주인장의 용기도 부럽구요..

우리네 인생.. 따지고 보면.. 복잡할 것도 없는대..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은 아닌가.. 뒤돌아봅니다..  인생 뭐 있습니까? 그냥 확.. 질러봅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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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이 운영하는 카페를 보니.. 다른 곳으로 이사 가셨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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