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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성판악

여러가지로 답답한 일상 .. 한라산을 가보고 싶었습니다.. 눈 덮힌 백록담이 보고 싶었습니다.. 겨울날씨가 매섭지만 한라산에 오르면, 마음이 시원하게 뚫릴 것만 같았습니다.. 항공사 마일리지도 있고.. 그래 떠나는거야...

그래서 제주도에 기분좋게 도착을 하지요.. 그런데 어째 날씨가 맑지가 않네요.. 비도 좀 내려주시고.. 아무틑 제주도 모처에서 1박을 하고나서.. 이른 아침.. 출발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한라산은 그렇게 쉽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라오니스.. 죽을 뻔 했어요..


성판악


제주도 한라산을 오르는 공식적인 등산로는 5개가 있습니다... 성판악, 관음사, 어리목, 영실, 돈내코 .. 등산 전문가들은 이들 외의 코스로도 간다지만.. 일반인들은 절대 해서는 안되구요..

정상인 백록담을 갈 수 있는 코스는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입니다.. 둘 다 등산시간은 비슷합니다.. 4시간 정도.. 정상 찍고 내려오는대.. 8시간 정도 걸립니다. 성판악이라 함은.. 등산로 중간에 성판악(성널오름) 이라는 절벽을 지나기 때문입니다.. 관음사코스는 등산 출발지에 관음사라는 절이 있어서구요..

어리목, 영실, 돈내코 코스는 해발 1700m의 윗세오름까지만 갑니다.. 백록담은 못보고.. 백록담 뒷통수를 올려다보기만하지요.. 대신 이들 코스는 등산시간이 짧고.. 볼거리가 많아서 좋습니다..





등산


아침에 눈을 떴는데도 비가 오네요.. 날씨가 좋지 않아서.. 혹시 한라산 등산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한라산 성판악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해봤습니다.. 직원이 받더니.. 이 정도 날씨에 등산 못 하면 어쩌냐는.. 다소 어이없다는 듯 전화를 받네요.. 거 참.. 물어볼수도 있는거지.. 대신.. 정상은 바람이 심하다며 짧게 한 마디 해줍니다.. 심하대요..


한라산


성판악 코스 입구까지 버스로 갈 수 있습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사이를 516도로(1131번 도로) 중간에 위치하여.. 제주시내, 서귀포시내와의 접근성이 좋습니다.. 한 시간에 4대 정도 다닙니다.  

저는 제주시청 앞에서 버스를 탑니다... 제주시외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제주시청을 거쳐 가거든요.. 시청 앞이 번화가라서 놀기도 좋고.. 아침에 밥 먹기에도 좋습니다.. 산에 오르려면 잘 먹고 가야지요.. 계획은 해장국 한 그릇 하려 했지만.. 분식집에서 찌개 한 그릇 먹고 갑니다..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고..


1500원을 내고 승차한 버스는 30분 후에 성판악 입구에 내려줍니다..






한라산


한라산은 당일 산행이 원칙입니다.. 그래서 정해진 등산시간이 있습니다.. 요즘 같은 겨울은 진달래밭대피소까지 12시에 도착을 해야 됩니다.. 그리고 정상인 백록담에서는 1시 30분에는 내려와야 합니다..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강제로 하산을 시킵니다.. 등산시간이 늦어지고. 해가 지면.. 위험하기 때문이지요..

성판악 입구에서 진달래밭대피소까지는 3시간 정도 생각해야 합니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영양 보충도 하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8시 이전에는 등산 출발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삼나무


성판악 코스 초반에는 숲길을 걷게 됩니다.. 나무데크나 자갈길이라서 걷기에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삼나무가 쭉쭉 뻗어 있고.. 양 옆으로는 조릿대들이 넓게 펼쳐 있습니다.. 바람에 사사삭 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습니다... 



대피소


성판악 입구에서 출발한지 1시간 정도 되니..  대피소가 나옵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간식도 먹으면서.. 숨을 고릅니다...  여기까지는 등산로가 완만합니다.. 대피소 이후부터 돌 위를 걷게 되면서 슬슬 등산의 맛이 납니다..



조릿대


눈도 보이기 시작하구요..  대피소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사라오름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보입니다.. 신비의 호수 사라오름..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아이젠을 착용하기로 합니다.. 등산 하면서 보니.. 일반 운동화나 단화 신고 산에 오른 분들이 종종 보이더군요.. 운동화지만 아이젠이라도 준비 하기도 했던데.. 등산 할 때.. 최소한 등산화는 제대로 신어야 합니다... 겨울산에 아이젠은 필수구요..


 


겨울


요런 눈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돌도 많고..



설경


진달래밭 대피소가 가까워짐을 느낍니다.. 그만큼 정상도 멀지 않았다는 것이구요.. 그런데.. 날씨는 맑아질 기미가 안보이네요.. 백록담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하이얀 설경이 주는 순수한 마음은 마음속을 환하고 깨끗하게 해주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난 순수하니까.. ㅋㅋ



한라산


진달래밭 대피소 앞에 있는 안내판입니다... 성판악 등산로에 대한 정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시간 확인 잘 해주시구요..



진달래밭


눈덮힌 진달래밭 대피소의 모습입니다.. 등산 출발해서 중간에 사라오름 다녀 온 시간 포함해서 2시간 30분이 지나 대피소에 도착을 했습니다.. 대피소가 어찌나 반갑던지요.. ㅎㅎ..


 


도시락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시간이 점심시간이구요.. 날씨가 좋은 때는 백록담에서 밥을 먹을 수 있겠지만.. 겨울에는 추위 속에서 먹긴 힘들겠죠.. 백록담 보고 온다 쳐도.. 2시간 정도는 장소나 날씨 때문에 뭘 먹기가 힘듭니다..

뜨거운 물만 부면 되는 누룽지, 순두부 찌개 등은 미리 갖고 왔고.. 김밥은 아침에 제주시청 앞 분식집에서 샀어요.. 한라산이라는 음료수도 딱 한 잔.. 아니 두 잔 만 합니다.. 한라산에서 한라산을 마시니 한라산이 더 맛있네요.. ㅋㅋ



대피소


진달래밭 대피소에서는 많은 사람 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궂은 날씨에 등산하겠다고 온 사람들도 참 대단합니다... 대피소에서 컵라면처럼 간단한 먹을거리와 등산용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컵라면은 1,500원.. 초코바 1,000원.. 커피 500원입니다... 

왼쪽 상단에 보면 '금연 취사 금지' 라고 되어 있습니다... 취사금지.. 불 때서 밥 해먹지 말라는 것은 알겠고.. 금연금지.. 담배 피우라는 건가요? ㅋㅋ ..



설경


12시가 다 되어가니.. 이제 출발하라는 안내 직원의 말이 들립니다.. 출발입니다.. 이제부터 눈물나는 고생이 시작됩니다..


한라산


설경


겨울

설경은 이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등산

안개가 점점 짙어집니다... 바람은 거세어집니다... 눈은 많이 쌓여 있습니다.. 한발한발 내딛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눈꽃


백록담


진달래밭 대피소부터 백록담 정상까지는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어요.. 그냥 서 있기에도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카메라를  꺼내 들 수가 없겠더라구요..  

무서웠습니다...

남자가 쪽팔리게 무섭다니라며 웃으실 수도 있겠지만... 무섭다는 표현을 이렇게 써야만 할 정도 눈바람은 강력했습니다.. 앞은 보이지 않고.. 사방에서 다가오는 눈은 저를 사정없이 때립니다... 바람은 안경까지 날려버릴 기세였습니다.. 안경을 벗고.. 앞을 보니.. 눈앞이 반짝반짝 거리더군요.. 이거 뭐지?

모진 바람에 정신 줄 놓으면 바로 저세상으로 갈 것 같았습니다... 눈으로 가득 쌓인 등산로.. 등산로라는 길은 무의미해졌고.. 바람에 실려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여기서 돌아서 내려가야 하나? 포기해야 하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어군요.. 아니야.. 나는 할 수 있다구.. 그래 가자..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 디디면.. 정상이 올거야..






바람이 어떻길래 난리냐고 생각하신다면.. 동영상 봐주시구요.. 해발 1800~1900m 사이 일텐데요..  정상부근(1950m)은 이것보다 몇 배 더 바람이 더 강했어요.. 이거 찍은 것도 용하네요.. 30초 남짓의 동영상 찍는 것도 겨우 했을 정도에요..



백록담


그렇게 묵묵히 오르고 올라.. 정상에 도착을 했습니다... 백록담을 찍으러 가야 하는대.. 가까이 갈 수가 없었어요.. 저 난간 뒤가 백록담이에요.. 한라산 정상부근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서 있는 것 조차 힘들게 만듭니다... 사진 찍으려고 왔다갔다 할 수가 없었어요..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정상

그래도 한라산에 왔음을 알리는 인증샷은 남겨야겠지요? ㅋㅋ.. 한라산 동능정상만 후다닥 찍었습니다... 사진 속의 저분은 제가 아니구요..



제주도


성판악코스는 관음사코스로 이어집니다...  관음사를 향해 다시 내려갑니다.. 성판악쪽으로 다시 내려갈수도 없겠더라구요.. 다음에 관음사쪽 이야기를 하겠지만.. 관음사쪽의 바람은 덜 했습니다...  휴~



해발

1000m 에서 1800m 까지의 표석들입니다.. 눈 쌓인 모습에서 날씨의 변화를 느끼실 수 있으시겠지요?



백록담


한라산이 매번 춥고 오르기 힘든 산은 아닙니다... 제가 타이밍이 안 맞았을 뿐이지요.. ㅎㅎ .. 위에 있는 사진은 예전에 후배가 찍은 백록담 사진입니다.. 하얗게 눈 덮힌 모습이 이쁘죠? ㅎㅎ..  제 블로크 카테고리 '제주도 / 한라산 오름' 을 보시면.. 한라산의 이쁜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제주도를 좋아합니다.. 한라산을 좋아합니다.. 제주도에 잠시 서식했을 때는 1년에 몇 차례씩 오르곤 했습니다. 한라산은 부드러움 속에 강렬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라산이 좋은가 봅니다..

비록 죽을것 같은 고생을 한 한라산 등산이었지만.. 겨울 한라산은 다시는 안온다고 말은 하지만.. 내년 이맘 때..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다시 알아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저는 오늘 산타할아버지 되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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