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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

호두는 묘한 매력을 가진 열매입니다. 우리가 먹는 것은 보드라운 알맹이지만 그 알맹이를 먹기 위해서는 껍질을 까고 또 까야합니다. 껍질은 또 단단합니다. 쉽게 깨지지도 않습니다. 정월 대보름에 부럼으로 호두를 깬다고 하지만 자칫하다가는 치과의사만 좋은 일 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호두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좋은 것만을 전해주는 호두입니다.

무풍

 

저는 지금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에 와 있습니다. 무풍은 현재 행정구역으로는 무주군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의 무주와는 국적이 달랐습니다. 무풍은 신라의 땅이요 무주는 백제의 땅이었습니다. 

무풍면은 사과와 호두의 고장입니다. 가는 곳곳마다 사과나무와 호두나무가 보입니다. 지금쯤이면 한창 사과를 수확하고 있겠군요. 물론 오늘의 주인공 호두도 수확을 하고 있을 것이고요. 사진 가운데 트럭하나가 보입니다. 트럭 위에 평평한 땅에서 있는 나무는 사과나무이고 그 위에 산사면에 있는 것은 호두나무입니다. 




어르신

 

호두나무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처음 사진에서 본 하얀 트럭 있는 곳까지 오니 어르신 한 분이 커다란 장대를 이용해서 호두를 따고 있습니다. 나무 높은 곳에서 자란 호두를 장대로 툭 치면 나무 아래로 호두가 떨어집니다. 그것을 찾아서 담는 것입니다. 어설픈 도시총각이 보기에 호두 따는 재밌어 보이기만 합니다. 하지만 잠시 후 상황은 달라집니다. 




대추

 

사과 과수원을 지나 호두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가에 대추나무가 있습니다. 거의 10년 전쯤에 저희 집 마당 한쪽에 대추나무가 있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대추가 풍성하게 달리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 병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추나무를 보면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대추나무 주인 없다고 대추 따면 안 돼요.




무주


 

호두나무에 가까이 왔습니다. 호두나무는 추위에 약한 편입니다. 연평균기온이 11~13℃ 정도가 호두 재배에 적합한 기온입니다. 황해도 이남지역에서 호두나무가 자랍니다. 호두 원산지가 지금의 페르시아지역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이해됩니다.   

호두나무 뿌리는 심근성입니다. 그래서 토심이 깊고 배수가 잘 되고 유기질이 많은 토양에서 잘 자랍니다. 산성토양을 싫어합니다. 여름철은 서늘하고 겨울에는 온화한 산간지방으로 비가 적게 오는 곳이 호두 재배에 유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주, 영동, 김천, 천안 등에서 호두를 많이 생산합니다. 




낚시

 

갑자기 웬 안테나?라고 하시겠군요. 이것은 안테나가 아니고 호두를 따기 위한 도구입니다. 낚싯대 모양의 1m 남짓의 막대를 쭉 펴면 10m가 넘는 호두 수확기구가 됩니다. 끝에는 갈고리가 달려 있어서 호두 가지를 잡고 당기면, 호두가 떨어집니다. 호두, 잣 같이 높은 나무에서 자라는 작물은 수확하기가 힘듭니다. 




수확


 

호두 수확 장면.




나무


 

이것이 호두열매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황톳빛의 호두와 다릅니다. 호두는 겉껍질과 속껍질이 있습니다. 겉껍질은 초록색입니다. 초록색의 겉껍질을 벗겨내면 황톳빛의 호두가 나타납니다. 동양에서 호두의 겉껍질은 하늘을 속껍질은 땅을 의미합니다. 껍질 속의 알맹이는 사람을 상징하고요. 서양에서는 호두를 비롯한 견과를 맺은 나무를 주피터신이나 제우스신에게 바쳤다고 할 정도로 호두는 동서양 모두 귀한 열매로 대접받아왔습니다.

중세 사람들은 호두나무를 악령이 깃든 나무라고 생각했답니다. 호두나무에서 독한 물질이 나와서 주변의 식물들을 말려 죽인다는 것입니다. 진짜 악령이 깃든 것이 아니고 호두나무가 크기 때문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 호두나무는 잎이 넓게 퍼집니다. 그러면 그늘이 짙게 드리워질 것이고 호두나무 주변에 있는 작은 식물들은 빛을 보지 못해 말라죽을 수 있습니다. 



 

새알


 

호두알의 크기를 짐작해 보시고요. 호두 열매가 새의 알과 비슷합니다. 




비닐

 

호두의 겉껍질을 벗기니 속 껍질이 보입니다. 초록색의 겉껍질은 쉽게 벗겨집니다. 호두는 생명과 불멸의 상징입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사람들은 결혼식날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좌석 주위에 호두를 뿌렸습니다. 지금도 이탈리아의 결혼식에서는 아들 딸 많이 낳으라는 의미로 신랑, 신부에게 호두를 던진다는군요. 이탈리아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결혼식이 끝나면 폭죽과 함께 꽃, 색종이를 던집니다. 호두를 던지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바구니

 

방금 나무에서 수확한 호두가 가득입니다. 이 호두는 포대에 담겨서 무게를 측정합니다. 농협에서 수매합니다. 바로 판매에 들어가기도 하고 저온 창고로 들어가 보관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호두가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습니다. 천안 광덕사에 최초로 호두나무를 심었다고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합니다. 4세기말에 중국에서 들어왔다고도 합니다. 신라시대 민정문서(755년, 경덕왕 14년)에 호두나무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농사직설,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임원경제지, 목민심서 등의 책에 호두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호두

 

동의보감에서는 호두가 살이 찌게 하고 몸을 튼튼하게 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고 합니다. 또한 폐의 기운을 모으고 해수와 천식을 다스리며 신장을 보하고 요통을 고친다고 적혀 있습니다. 미국의 스티브 G. 프랫이 쓴 '난 슈퍼푸드를 먹는다'에 호두가 등장합니다. 책에서는 호두가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일주일에 호두 몇 알씩 먹는 것만으로도 심장마비 효과를 51%까지 줄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호두 농사짓는 분이 말씀하시길 하루에 3개 이상은 먹지 말라는군요.




호두나무

 

호두는 열매만 유용한 것이 아니고 나무도 좋은 목재로 사용이 됩니다. 호두나무는 질감이 단단하고 색이 아름답습니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기 때문에 가구에 많이 사용됩니다. 가구 디자이너들이 좋아하는 나무라는군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호두나무를 이용하여 총의 개머리판을 만들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일본에 호두나무가 남아나질 않았다네요.




청개구리

 

호두나무에 농약을 칠 일이 거의 없기에 생명이 살아 숨십니다. 청개구리가 폴짝. 
 



잎

 

유럽에서는 호두나무 잎과 관련된 전설이 있습니다. 성모마리아가 베둘레햄으로 가는 도중에 비가 내렸는데 호두나무 잎이 비를 막아주었다고 합니다. 호두와 관련해서 여기저기 살펴보면 유럽에서 호두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사랑 관련해서도 호두가 역할을 하더군요.

유럽의 만성절(萬聖節 성인대축일. 모든 성인들의 완전한 덕과 위대함을 찬미하는 축일) 때 호두를 가지고 사랑 점을 치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불 속에 호두를 던집니다. 호두가 터지는 정도에 따라 상대방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게 된답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신혼부부가 첫날밤에 호두를 불 속에 던진답니다. 조용히 타면 결혼생활이 평탄한 것이고 튀면 좀 시끄럽겠구나 생각한다는군요. 로마인들은 호두가 딱딱한 껍질 안에 있기에 호두를 생명과 불멸의 상징으로 여겼고요. 그래서 크리스마스, 결혼식 등 중요한 날에는 풍요와 자손번영의 상징으로 호두나무를 헌정했었다 합니다.



세트


 

우리나라에서도 정월대보름에는 부럼으로 호두를 깨뭅니다. 그리고 껍질을 밖에다 버립니다. 그러면 한 해 부스럼을 앓지 않는다는 풍습이 있습니다. 부럼을 깨물 때 나는 소리에 부스럼 귀신이 도망간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호두를 알면 알수록 호두라는 열매가 대단한 가치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단순히 호두과자, 호두파이로 먹기만 하는 열매가 아니라는 것이죠. 소변도 잘 보게 해 주고 기침과 가래의 치료에도 좋고, 부스럼 치료에도 좋고요. 더 나아가서는 성장기 아이들의 두뇌발달, 어르신들의 치매예방에도 좋은 열매입니다. 호두의 기름은 여자들의 피부, 아이들의 아토피 치료에도 도움을 주고요.

문제는 좋은 호두를 찾는 일인데 외국산 호두는 알맹이만 들어와서 기름기가 빠지고 퍽퍽합니다. 수입산은 법적으로 딱딱한 껍데기체로 들어올 수 없다는군요. 그래서 알맹이만 들어옵니다. 배 타고 먼 거리를 오기 위해서 어떤 처리를 했을지도 의문이고요.

무주 호두가 더 궁금하시다면 http://www.mujuhodu.com/ 를 찾아주시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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