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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촌놈이 본 제주도 음식

나의 원래 집은 경기도 송탄(평택)이지만
지금은 사정상 잠시 제주도에 내려와 있습니다.
제주도 먹거리에 대해서 몇 자 끄적거려 봅니다.


우리 부모님께서는 1986년도에 제주도에 관광 다니면서
제주도에서 한끼도 밥을 제대로 못 먹었다는 얘기를 종종 하십니다.
사실적으로다 제주도 음식 맛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제주도만의 문화적 특성입니다.
제주도는 전라도처럼 농수산물이 풍성하게 나오는 지역이 아니라
화산회토의 척박한 지형을 갖고 있는 지역입니다. 바람도 많이 불고
즉 먹고 살기 힘든 지역이었죠...
당장 한끼한끼 먹고 살기도 바쁜데, 맛 있는 것 찾아서 만들어 먹을만한 여유가 많이 없었죠

요근래 제주도에 있는 많은 음식점들은 육지부 특히 전라도 쪽에서 많이들 내려오셔
음식점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제주도 맛이라기 보다는 약간의 육지 사람들 입맛에 맞춰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제가 먹고, 보고 듣고 느끼면서 맛 본 음식들 중에서
제주도만의 음식이면서 제주도를 알기 위해서 꼭 먹어야 할 음식 3가지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첫째가 물회...
물회는 제주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죠...
동해안에도 있고, 물좋은 생선이 나오는 곳이면 물회가 있습니다.
물회를 모르는 분들에게 부가적인 설명을 하자면
해산물을 시원한 국물(?)에 넣어서 먹는다고 할까요? 생선이외에 야채도 좀 들어가구요
제주도에서는 한지, 소라, 자리돔 등을 이용해서 물회를 많이 먹습니다.
자리돔 같은 경우는 그냥 세꼬시(뼈체로 잘라서) 먹게 됩니다.


제주도 물회의 특징은 된장국물에다만 한다는 것이죠...
물회뿐만이 아니라 제주도 음식은 된장을 많이 사용합니다.
식당에 가면 기본적으로 나오는 국물이 대부분 된장국입니다. 여름, 겨울 가리지 않죠
간혹 육지에서 내려오신 분들 중 식당에서 멀건 된장국 주는 것 보고 당황하시기도 하더군요...
제가 알기로 제주도에 고추를 비롯한 양념류들이 1960년대까지도
제주도로 많이 들어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주도음식은 양념이 별로 안들어가고 맹숭한 맛이 있기도 합니다.
해물탕 (제주도에서는 해물뚝배기라고 하죠)에도 고추장보다는 된장을 많이 사용합니다.
콩잎에 고기 싸먹기도 합니다.

물회는 해안가 어디를 가더라도 다 맛이 좋습니다.
제주시에서는 탑동부근, 서귀포는 보목(쇠소깍) 부근 등으로 많이들 먹으러 갑니다.


둘째가 고기국수 입니다.
국수는 국수인데, 앞에 고기가 들어갔네요...
제주도 하면 돼지고기가 많이들 생각나시죠. 제주도는 돼지고기를 많이 먹습니다.
들판에 나가보면 소, 말 등이 많은데 실제로 제주도 시내 다니다보면
소고기나 말고기집은 별로 없지만,  돼지고기 집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돼지를 기른 이유는 돼지의 분비물을 거름으로 사용하기 위한 이유가 크다고 합니다.
흔히들 똥돼지 하는데, 현재 제주도에서 똥돼지는 없습니다. 똥돼지는 옛날 얘기죠...
제주도 돼지고기가 맛있는 이유는
제주도가 돼지기 성장하기에 좋은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꼭 똥돼지, 흑돼지가 아니더라도 제주도에서 나온 돼지 고기는 맛이 좋습니다.


고기국수 얘기하다가 돼지로 넘어갔군요
고기국수는 쉽게 말해 순대국물에 우동 면발을 집어 넣은 국수라고 보면 됩니다.
국수위에 편육이 함께 하죠...
돼지고기의 누린내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잘 못드시기도 하시지만
제주도 오시면 꼭 찾아서 드셔보세요

제주도 돌아다니다 보면 국수집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국수를 많이 먹는 이유 역시 제주도는 벼농사가 잘 될 수 없는 지형적 조건으로
잡곡을 많이 기르게 되었는데,
잡곡을 이용해서 먹을 수 있는것을 찾다보니 국수를 많이 먹게 되었지요.
잡곡을 이용해서 빙떡, 보리빵 등을 만들어 먹었고, 지금도 많이 먹고 있습니다.
아무 국수집이나 들어가서 고기국수 한 그릇 드셔보세요
참고로 삼성혈 부근의 파도식당, 삼대국수, 제주경찰서 후문 골막국수 가 유명합니다.


세번째가 몸국인데
제주도의 육개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재료는 다르지만요
몸국은 돼지를 삶은 물에 모자반이라는 해초를 넣어서 끓인 일종의 탕이라고 할 수 있죠
제주도에서 집안에 큰일(결혼식, 장례식 등등)이 있으면 꼭 끓여 먹는 음식입니다.
몸국도 잘 못드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이 있던데, 걸죽하니 맛이 좋습니다.
요즘같이 쌀쌀할 때 더 생각나는 음식이죠
신제주 KCTV 맞으편에 유리네 라는 식당이 유명합니다.

제주도 오셔서 다금바리만 찾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그런것도 좋겠지만, 오랜세월 제주민들의 손맛이 깃들여진 토속음식들도 한번 쯤 드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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