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part.2
태백산 일출산행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http://raonyss.tistory.com/921
지난주에는 날씨가 비교적 포근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태백산 가고자 한 날은 추웠습니다.. 일기예보에서는 올겨울들어 가장 춥다니, 한파주의보니 하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그래도 이미 가기로 결정한 거 멈출수 없었습니다... ㅎㅎ .. 그리하여 새벽 5시에 기상. 유일사매표소에서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2시간여 올라가니, 정상이 장군봉에 도착합니다. 장군봉에서 일출을 보고자 했으나, 날씨가 흐려 일출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정상에 오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는 순백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 맑고 깨끗한 모습이 .. 마치 저의 순수한 마음과 닮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잔잔한 모습은 잠시 .. 태백산 정상인 장군봉에서 하산하기 위해서는 영봉을 거쳐서 내려가야 합니다.. 영봉은 '태백산'이라는 표석이 있는 봉우리입니다..
태백산 최고봉은 장군봉입니다.. 1567m .. 장군봉에서 눈바람을 뚫고 10분 정도 가면 영봉에 도착합니다.. 영봉은 1560m .. 사진은 장군봉에서 영봉으로 가는 길입니다.. .. 산 정상에서 추운 모습이 느껴지시는지요? ㅎㅎ .. 영봉까지 갈 때는 제가 마치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와 눈보라를 가르면서 전진 .. 내 가슴속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올라오고 .. ㅋㅋ ... 결론은 힘들었다는거에요 .. ^^
태백산 .. 태백산은 우리나라 삼신산 중의 하나입니다.. 태백산은 '한밝뫼'라고도 했습니다.. '크게 밝은 산'이라는 뜻입니다. 대한민국의 젖줄인 한강과 낙동강이 태백산에서 출발합니다.. 한강과 낙동강은 단순히 강으로서만 끝나는것이 아닙니다.. 물길을 따라 평야가 만들어지고, 사람이 모여 살게 되는 것입니다.. 태백산은 한반도 이남의 뿌리가 되는 산이기도 합니다..
태백산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천제단입니다.. 사람들이 많아서 잘 안보이는데, 사진 위에 돌로 쌓여진 부분이 천제단입니다. 이날 어느 은행에서 단체로 등산을 왔더군요 .. 은행 회장부터해서 수십명이 우루루 몰려 다니더라는 ..
천제단은 하늘에 제사 지내기 위한 제단입니다.. 태백산의 천제단은 3개입니다.. 장군봉에 있는 장군단 .. 사진의 영봉에 있는 천왕단, 영봉 아래에 하단 .. 천제단은 중요민속자료 228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천제단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는군요 .. 신라 때 태백산에서 제사를 지냈다는 내용이, 삼국사기 같은 문헌에 나온다고 합니다..
어찌되었든.. 이 산 꼭대기에 제단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입니다..
이제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망경사쪽으로 해서 반재, 당골 방면으로 내려가려 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 제 핸드폰과 카메라 밧데리가 모두 아웃입니다.. 올라올 때 분명 만땅 채워서 왔는데 .. 우쒸 .. 나중에 알고봤더니, 요즘 밧데리는 추위에 약하다는군요 .. 옷 안쪽에 넣어서 보온을 해야했다는군요 ..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 아~ 이폰을 어찌할고 ..
영봉에서 내려오다보니 어느 누각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거기서 바람을 피해 쉬고 있더군요 .. 저도 가방을 내려놓고 숨을 돌립니다.. 간식도 먹고, 휴대전화를 보조밧데리에 연결하고요 .. 휴대전화기가 다시 살아나긴 합니다... 휴~ ..
나중에 알고봤더니, 제가 머물렀던 누각은 '단종비각' 이었습니다.. 태백과 가까운 영월에 단종이 유배를 오게 되었지요 .. 태백도 단종을 기리는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비석이 있는데 1955년 망경사 스님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망경사에 도착합니다.. 652년(신라 진덕여왕 6)에 건립된 절입니다.. 역사에 비해 건물은 새것의 느낌이 드는데요, 1950년 6.25 한국전쟁 당시에 불타버렸다는군요 .. 요근래에 다시 복원한 것입니다.. 망경사 앞에는 용정이라는 우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곳에 있는 우물입니다..
그런데 독특한 장면을 목격합니다.. 어떤 아저씨가 기도를 하는데, 라면상자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액션이 큽니다.. 무어라 무어라 말을 하긴 하는데, 무슨 의미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태백산 정상에서 일출을 못 봐서 아쉬웠는데, 망경사에서 일출을 볼 수 있었습니다.. 봉긋 솟아오른 일출은 아니었지만, 태양의 기운을 한아름 받게 되어 기분 좋더군요 .. 태백산 일출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데 .. 아직 저의 덕이 부족한가 봅니다.. ㅎㅎ .. 올해는 착한 일 좀 많이 해야겠어요 .. ^^
망경사에서 더 쉬었다 가기로 합니다.. 정상에서 마시기 위해 준비해간 소주를 꺼내듭니다.. 소주 한 목음에 육포 한 조각 넣으면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봅니다.. 소주가 달더이다... ㅋㅋ ..
제가 이 사진을 저의 SNS에 올리니, 음주산행 하지 말라는 댓글이 달리더군요 ..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리고 절대 술 취해서 등산하지 않습니다.. 특히 겨울산은 위험합니다.. 딱 한 목음 마시고, 바로 가방에 넣었습니다.. 취하기 위해서 먹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 기분을 즐기기 위해서 마신거였으니까요 .. 저 오래 살아야 합니다.. 총각귀신 되긴 싫다는 .. ㅋㅋ
아 .. 그리고 망경사에서 컵라면 팝니다.. 컵라면 하나에 3천원 .. ^^
망경사부터는 편안한 산행길입니다.. 그렇게 힘든것도 없고요, 해도 떠올랐으니 춥지도 않고요 .. 유유자적 등산을 즐기는 시간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태백산에 눈이 많이 온 것을 느낄 수 있으실 것입니다.. 가끔 여기서 눈썰매 타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 비료푸대로 .. 등산로 곳곳에 눈썰매 타지말라고 경고 붙어 있었습니다.. 타지 맙시다.. 위험합니다.. (저도 예전에 타보긴 했어요 .. 재밌긴 하더군요 .. ㅋㅋ)
그렇게 중턱까지 내려오니, 누군가가 오뎅(어묵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지만.. 오뎅이라고 해야 더 맛있게 느껴지는 불편한 진실..)을 팔고 있더군요 .. 보통 때는 그냥 휙 지나갔을텐데, 오늘은 따끈하게 먹어줘야했습니다.. 오뎅 2개에 3천원 .. 고추가 송송 들어간 것이, 국물이 칼칼하니 좋네요 .. 오뎅이 불티나게 팔리더군요 .. 특히 단체로 온 사람들은 몇 만원씩 먹더라구요 .. ㅎㅎ
계단에는 올록볼록 규칙성 있게 눈이 쌓여 있습니다.. 움푹 파인 곳은 사람들이 계속해 밟고 지난 간 자리입니다.. 앞에 사람이 밟은 자리를 뒷사람도 따라가고요 .. 많은사람이 그렇게 하다보니, 일정한 패턴이 만들어졌습니다.. 모양이 재밌습니다... 누군가의 첫발이 중요하겠구나라는 생각도 드네요 .. 무심코 밟은 나의 발자국이 누군가에게는 이정표가 될 수 도 있다는 ..
계곡에도 소복히 눈이 쌓여 있습니다..
당골이 가까워졌습니다.. 쭉쭉 뻗은 나무 사이를 걷는 기분이 상쾌합니다..
당골 가까이에 오니, 단군성전이 있었습니다.. 우리민족의 시조인 단군할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982년에 만들어졌다는군요 .. 10월 3일 개천절에 단군제례를 지내고 있다 합니다..
내일부터입니다.. 1월 17일부터 태백산 눈꽃축제가 열립니다.. 당골광장에는 축제에 선보일 눈조각품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에 있습니다.. 태백산 눈꽃축제는 1월 17일에 시작해서 1월 26일까지 이어집니다.. KBS 1박2일에 나온 뒤로 인기가 급상승 했다는 전언입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눈꽃축제 기간에는 눈이 안오는 징크스가 있다는군요 .. ㅎㅎ
http://festival.taebaek.go.kr/event/snow/2011/pages/index.asp
이번 태백산 등산코스를 정리하면 .. 유일사매표소 - 유일사 - 장군봉(태백산 정상) - 영봉 - 망경사 - 반재 - 당골 .. 총 소요시간은 4시간 ..
태백산이라는 말만 들으면 굉장히 터프하고, 오르기 힘든 산일 것 같습니다. 제가 포스팅하면서 춥다느니, 바람이 어쩌구 하니까 더 힘들어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경사가 심하지 않고,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기도 합니다.. 겉모습은 강인해보여도 내면은 따뜻한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이것이 태백산의 매력이고, 사람들이 태백산을 좋아하는 이유인듯 합니다.. 그렇기에 태백산은 영원히 우리곁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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