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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돌하르방식당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6년 말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2016년 한 해동안 고생한 저를 위한 이벤트기도 했고 저만의 숙제 아닌 숙제도 해결을 해야 했고요. 비행기표와 렌터카만 예약하고 아무 목적지 없이 그냥 싸돌아다녔습니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서 밥을 먹기로 합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돌하르방식당입니다. 이 집이 좀 재밌습니다. 

 

 

 

제주시 구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주택가에 있는 식당입니다. 동네 주민 상대로 하는 식당인데 지금은 유명해져서 여행자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제가 갔을 때는 동네주민과 여행자 비율이 7:3 정도. 영업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입니다. 하루에 5시간만 장사합니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무. 주차장 없습니다. 주차는 알아서. 

 

제가 11시 다 되어서 도착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식당 앞에 일군의 사람들이 보이는 것입니다. 많이 기다려야겠구나. 역시나 제 예상은 맞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기다리는데 사람 이름을 부르네요. 그래서 같이 기다리는 사람에게 이름 적어야 하냐고 물어봅니다. 식당 안에 카운터에 가서 대기자에 이름 올리라고 알려주시더라는. 하마터면 못 먹을 뻔했어요. 

 

 

 

 

 

이 집의 대표메뉴는 각재기국입니다. 각재기는 전갱이 제주도 사투리입니다. 어르신들은 아지라고도 하시고요. 아지는 전갱이의 일본말입니다. 전갱이는 모르는 분이 많을줄로 압니다. 겉모습은 고등어랑 비슷해요. 등 푸른 생선이고요. 등 푸른 생선으로 국을 끓인다고? 비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탁 스치시겠지요. 일단 걱정은 접어 두시고.

 

해물뚝배기와 고등어구이 시키는 사람은 없습니다. 3인이상 조림 서비스, 4인이상 고등어 서비스. 이렇게 3명, 4명이 올 때만 서비스를 주시면 혼자 여행하는 저 같은 사람은 참 재미없지 말입니다. 하지만 반전은 있는 법.

 

 

 

 

 

벽면에는 방송, 신문, 잡지 등에 나온 것들을 보여주시고요.

 

 

 

 

 

기다리면서 식당 구경을 합니다. 주방과 홀의 구분이 없습니다. 주방이 탁 트여 있어서 무슨 꼼수 쓰지도 못하겠습니다. 꼼수 쓰는 식당이면 이렇게 사람들이 오지도 않았겠죠. 사진 오른쪽에 보면 녹색셔츠에 모자 쓴 분이 있습니다.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세요. 식당 사장님이시죠. 식당 곳곳을 다니면서 손님들하고 얘기 나눕니다.

 

재밌는 것은 어린 아이들이 오면 할아버지가 자기에게 경례를 해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진짜 경례하면 아이들에게 용돈 줍니다. 할아버지가 6·25 전쟁 참전용사세요.

 

 

 

 

 

10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빈 테이블이 생겼습니다. 저를 부르나 했더니 먼저 온 제주도 아저씨 2명이 앉습니다. 저는 다음에 먹어야 하나? 했는데 저 테이블에 합석하겠냐고 합니다. 못할 거 없지요. 그렇게 제주도 아저씨 2명과 저는 합석합니다. 제주도 아저씨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느라 육지에서 온 여행자를 신경 쓰지 않습니다. 

 

테이블에는 수저통, 김치, 양념이 있습니다. 제가 있는 곳 하고 멀어서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어요. 양념은 고추하고 마늘 다진 거입니다. 각재기국에 넣어 먹는 용도예요.

 

 

 

 

 

합석했지만 반찬은 따로 나옵니다. 제주도 아저씨들거하고 제거하고. 제주도 아저씨가 물컵을 건네주는 게 찍혔네요. 저 앞에 막걸리는 제주도 아저씨들거. 막걸리 진짜 먹고 싶었는데 운전해야 해서 포기. 반찬은 단순합니다. 딱 먹을 것만 있어요. 막걸리 앞에 멜젓(멸치젓), 오징어젓, 각재기 조림, 쌈배추. 각재기 조림은 무조건 나오는 거예요. 3인이상 주문했을 때 나오는 생선조림은 다른 거.

 

 

 

 

 

이거 하나만 갖고도 밥 한 공기는 먹겠더라는. 

 

 

 

 

 

제주도 아저씨들하고 합석한 것이 저한테는 좋았습니다. 먼저 이 식당에서 밥 먹는 법을 배웠다고 할까요? 아저씨들이 멜젓에다가 고추를 잘게 썰어 넣더라고요. 그리고 멜젓을 잘게 자릅니다. 옆에서 멀뚱멀뚱 보다가 저도 따라 합니다. 가위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네요. 멜젓이 비리긴 하죠. 그 비릿한 맛이 감칠맛이 됩니다.

 

 

 

 

 

뚝배기에 담긴 각재기국이 나옵니다. 맑은 된장 베이스에 각재기와 배추가 들어 있습니다. 화려함보다 단순함의 미학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국물을 떠먹어봅니다. 비릿함은 없고 구수하고 시원합니다. 비린 거 잘 못 드셔도 충분히 드실 수 있습니다.

 

 

 

 

 

각재기가 통으로 있습니다. 대가리 모양이 좀 그렇네요. 

 

 

 

 

 

제주도 아저씨들에게서 또 배운 거. 반찬으로 쌈배추가 한 바구니 나오는데요. 아저씨들이 쌈배추를 손으로 북북 찢어서 각재기국에 넣더라고요. 저도 보고 바로 따라 합니다. 손으로 북북 찢어 넣는 게 배추의 향이 더 남아있는 것이고요. 이 집에서 쌈배추 무진장 먹더라고요.

 

 

 

 

 

각재기를 쌈배추에 싸서도 먹습니다. 쌈배추 위에 밥 한 숟가락 올리고 멜젓 살짝 올리고 각재기 조림 푹 떠서 올리고. 이렇게 한 쌈 싸서 먹는 것도 별미네요. 이렇게 먹는 것도 제주도 아저씨들 먹는 거 보고 따라한 거예요. 

 

 

 

 

 

조와 보리가 담긴 밥입니다. 공기밥이 꽉꽉 눌러져 있진 않았습니다. 이 공기밥은 금방 바닥을 보입니다. 공기밥 하나를 더 갖다 먹습니다. 서빙 보는 아주머니들이 바빠 보여서 제가 주방에 가서 갖고 왔어요. 마음 같아서는 3공기까지 먹을 수 있었으나 배가 불러서 2공기에서 스톱. 나중에 계산할 때 공기밥 값을 안 받으시네요. 추가 공기밥은 원래 안 받으신다네요. 그러고 보니 메뉴판에 공기밥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것은 3명일 때 나오는 생선조림 서비스. 눈치 빠른 분은 이미 아셨을 듯. 제주도 아저씨 둘, 저 혼자. 이렇게 3명이 한 테이블에서 먹으니까 생선조림을 서비스로 주신다네요. 제 입장에서는 무조건 감사한 일이지요. 

 

 

 

돌하르방 식당 본점은 일도2동에 있고요. 얼마 전에 신제주점을 새로 오픈했다고 하시네요. 식당 분위기가 시끌벅쩍합니다. 여행자들을 위한 식당이 아닙니다. 동네 사람들(특히 아저씨들)이 밥 먹고 막걸리 한 잔 하고 하는 곳이에요. 저는 이런 분위기를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의 정서 등을 느끼고 싶은 분들이 찾기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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