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순흥전통묵집
경상북도 영주 여행길입니다. 먼저 전통가옥과 외나무다리가 인상적인 무섬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점심 먹으러 순흥전통묵집으로 향합니다. 묵밥과 두부가 맛있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순흥전통묵집은 10여 년 전에 한 번 왔었습니다. 그때 저 혼자 1박 2일로 영주 여행을 왔었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외박을 한 여행이었습니다.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보고 묵밥을 먹으러 왔었습니다. 식당의 모습은 희미하지만 묵밥을 맛있게 먹은 기억은 남아있습니다. 주차장 넓습니다.
식당은 건물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에 보시는 쪽이 원래 식당이고 나중에 확장을 했습니다. 외부에 테이블도 있고 방도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빤닥빤닥 깔끔한 분위기는 아닙니다. 동네 사랑방처럼 편안하게 들어가서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서빙 보는 아주머니들이 바쁘게 움직이십니다. 도시의 세련된 친절함은 없습니다. 무뚝뚝하셔도 정감 있으시던데.
처음에 건물 밖에서 먹으려고 했으나, 바람이 좀 부는 것이 춥더군요. 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점심때가 지나서 그런지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벽에 매일신문 기사가 걸려 있기에 읽어봤습니다. 기사는 2010년도에 나온 것입니다. 당시 80세 시던 주인 할머니께서 인터뷰하셨더군요. 매일같이 전통방식으로 묵을 쑤신다고 합니다. 기사가 나온 지 시간이 지났기에, 어르신이 생존해 계실지 궁금했습니다. 신문기사를 검색해 보니 작년까지는 직접 묵을 쑤고 있으시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아드님이 함께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메뉴는 딱 2가지입니다. 묵밥과 두부. 한 가지 메뉴로 수십 년 장사를 해오셨다면 그 내공은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수준일 것입니다. 모묵과 모두부는 포장판매만 합니다. 여행 함께한 친구가 두부를 사갈까 하더군요. 식당 아주머니에게 괜찮을까 말씀드리니, 여름이라 안될 것 같다고 하셔서, 포장까지는 못했습니다.
주문하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습니다. 반찬은 김치, 깍두기, 명태포 무침입니다. 김치는 살짝 익었습니다. 두부하고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두부는 김치하고만 먹었습니다. 김치는 한번 더 갖다 먹었습니다. 명태포 무침이 특이했습니다. 명태포가 말랑말랑하지는 않습니다. 묵밥 하고 명태포 무침이 어울리는 구석이 있더군요. 양념장은 묵밥에 넣어도 되고, 두부 찍어먹어도 되고요.
따뜻한 육수에 메밀묵이 담겨 있습니다. 육수는 멸치육수인 듯합니다. 메밀묵 위에 종종 썬 김치, 김, 깨소금, 파 등이 솔솔 뿌려져 있습니다. 참기름 향도 느껴집니다. 김가루는 없어도 될 듯한데. 여름이면 시중에 묵밥 파는 곳이 많습니다. 도토리묵에 새콤달콤한 차가운 육수를 붓고 여러 채소를 올리는 형태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묵밥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따뜻하고 구수한 묵밥이 좋습니다.
두부도 함께 나왔습니다. 두부 한 모를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나옵니다. 두부도 구수하니 맛있었습니다. 양이 꽤 되더군요. 성인 남자 둘이서 한 모가 약간 많았습니다. 묵밥, 두부에 막걸리 먹으면 딱 좋았을 텐데 아픈 친구 앞에서 막걸리 주문하기가 미안하더군요. 이번에는 패스.
묵밥에는 노란 조가 들어간 조밥이 나옵니다. 이 집만 그런 것은 아니고 으레 묵밥집에는 조밥이 나옵니다. 묵과 조가 궁합이 맞는가 봅니다.
이렇게 맛있게 한 상 차려졌습니다.
순흥묵집 두부는 부석태라는 콩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부석태는 영주시와 국립식량과학원이 함께 부석태를 품종화 한 것입니다. 원래 영주에서 콩 농사가 잘되었다는군요. 부석사 가는 길에 '콩세계과학관'이 있으니, 콩에 관심 있는 분은 찾아가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여기서 먹으려 했는데, 추워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지금 순흥묵집이 있는 영주시 순흥면은 작은 시골마을입니다. 조선초에는 순흥도호부였습니다. 경상북도 북부지역의 중심도시였습니다. 금성대군(세종 여섯째 아들)과 순흥부사가 단종복위를 꾀하다가 걸립니다. 이후 순흥에는 피바람이 불고 순흥은 몰락의 길을 걷습니다. 마을은 살기 어려워집니다. 구황작물인 메밀을 접하게 됩니다. 그것이 오늘날 메밀묵 묵밥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주차장 담장 밑에 피어난 꽃이 예쁩니다. 꽃을 검색하니 끈끈이대나물이라고 나옵니다.
어떻게 보면 묵밥은 단순해 보입니다. 묵에다 육수 붓고 고명 좀 올리면 끝. 그런데 묵 만들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닙니다. 신경 쓸 일도 많고요. 시간과 정성이 제대로 들어가야 묵이 맛있게 나옵니다. 그래야 묵밥도 맛있고요. 영주에 먹을거리가 많이 있지만, 별미를 드시고 싶으시다면 묵밥 한 그릇 드셔보시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밥 잘 먹고 소수서원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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