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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능내역

 

기차역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마치고 폐역이 되는 기차역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온기가 가득했던 기차역에 기차가 정차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남양주 능내역은 새롭게 사람과 만나고 있습니다. 

 

친구와 함께 팔당 주변을 돌아보고 왔습니다. 팔당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점 부근입니다. 수량이 풍부한 곳입니다. 수도권 주민들은 팔당의 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합니다. 오전에는 광주 부근을 돌아봤고, 오후에 남양주시 쪽으로 넘어왔습니다. 정약용 유적지를 보고 능내역으로 향합니다. 차로 5분 정도 걸립니다. 

 

아차 하는 사이에 능내역 들어가는 입구를 놓쳤습니다. 살짝 돌아갔는데,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 좁습니다. 주차장으로 왔는데 주말이어서 그런지 차가 많습니다. 주차장 자체도 그렇게 크진 않았습니다. 어쩌면 주차장이 있다는 것이 고마운 것이겠지만요. 무사히 도착합니다. 칠이 벗겨진 능내역 간판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능내역 매표소는 굳게 닫혀 있습니다. 역무원 아저씨 사진이 이곳이 기차역이었음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매표소 창 사이는 역무원 아저씨와 승객의 대화가 들리는 듯합니다. 아저씨께서 작은 기차표를 건네줄 것만 같습니다. 어디로 가는 기차표일까요?

 

 

 

 

 

능내역은 중앙선 기차가 정차하던 역입니다. 중앙선은 서울 청량리역과 부산 부전역 사이를 오가는 기찻길입니다. 능내역은 청량리역과 안동역 사이를 오가는 기차가 정차했습니다. 기차 정차하는 횟수가 몇 번 되지 않습니다. 간이역이었습니다. 능내역에서 기차 타고 안동을 가보고 싶습니다. 

 

 

 

 

 

능내역 안과 밖에는 능내역과 역 부근에서 찍은 옛날 사진이 여러 장 있습니다. 흑백 사진 속을 보며, 능내역을 거쳐 간 많은 이들의 삶과 추억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능내역에서 기차를 타고 학교에 가고 일터로 나갔던 사람들에게 능내역은 작지만 큰 공간이었을 것입니다. 

 

 

 

 

 

기찻길 쪽에서 바라본 능내역 

능내역은 1956년 영업을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간이역이었습니다. 2005년에 역무원이 철수하고 폐역 되었습니다. 중앙선 전철 연장하면서 기찻길을 새로 만듭니다. 능내역은 폐역 되고 운길산역이 새롭게 만들어지게 됩니다. 조선시대 초기 좌의정까지 지낸 한확의 묘가 있어서 능내라고 불립니다. 

 

 

 

 

능내역 철길에는 기차가 다니지 않습니다. 기차는 다니지 않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은 기찻길을 따라 이어집니다. 레일 위에 올라 균형을 잡으며 걸어가기도 합니다. 연인이 다정스럽게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레일 위에 돌을 쌓아 올리며 쓰러지지 않을까 조심조심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모두가 즐거운 모습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감성적인 사진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이 감성적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사진 찍는 재주가 별로 없어요. 저분은 우연히 찍히신 분. 능내역 앞 우편함에는 느린우체통입니다. 1년 후에 배달해 준답니다. 느린 우체통에 엽서 잘 보내면 멋진 추억이 되는데 잘못 보내면 폭망입니다. 

 

 

 

실제 기차가 다니지는 않지만 기차는 있었습니다. 능내역 앞에 기차카페가 있습니다. 안에 들어가서 차 한잔 마셔볼까 했는데 문이 닫혔습니다. 주말인데 문이 닫혀있으니 영업을 진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능내역 앞 식당에서 막걸리를 팔더군요. 막걸리 한잔 할까 했습니다.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술보다 더 끌리는 것이 있었으니 자전거입니다. 

 

 

 

 

 

 

능내역 앞으로 자전거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4대강 국토 종주 남한강 자전거길입니다. 능내역은 자전거길의 중간 기착지였습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서울도 가고, 부산도 갈 수 있답니다. 부산 을숙도까지 550㎞. 36시간 걸린답니다. 능내역 앞으로 수많은 자전거가 쉴 새 없이 지나갑니다. 

 

 

 

 

 

친구와 저는 자전거를 타보기로 했습니다. 친구는 그렇게 반기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저는 모른 척하고 자전거를 빌립니다. 능내역 주변에 자전거 렌털샵이 3곳 정도 있습니다. 그중에 1곳이 문을 열었더군요. 일반 자전거 1대 1시간에 4천 원입니다. 능내역에서 북한강철교까지 15분 걸린다고 하니 철교까지 쉬엄쉬엄 다녀오면 되겠다 생각하고 출발합니다. 

 

 

 

 

 

자전거길은 비교적 평탄해서 달리는데 크게 힘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있으니 엉덩이가 너무 불편합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신나게 패달을페달을 밟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북한강 철교까지 딱 15분 만에 도착합니다. 북한강철교 부근에 카페가 있어서 잠시 쉬어갔으면 했습니다. 친구가 계속 달리기에 저도 계속 페달을 밟아봅니다. 

 

 

 

 

새로 만들어진 철길 위로 전철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한때 기차가 다니던 기찻길은 사라지고 새로운 기찻길이 만들어졌습니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고 길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능내역에 기차가 다니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이 찾아옵니다. 기차가 다니진 않아도 능내역에는 사람의 온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쓸쓸함,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우리가 기억한다면 그 장소는 더욱더 오랫동안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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