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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서촌 계단집

인왕산 등산을 했습니다. 인왕산은 서울 경복궁 서쪽에 있는 산입니다. 인왕산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 곳이 있습니다. 사직단 부근에서 올라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창의문, 청와대 앞길 쪽으로 내려왔습니다. 

오랜만에 등산했더니 목이 마릅니다. 이 목마른 사슴에게 한잔의 온기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경복궁의 서쪽 인왕산을 갔으니, 서촌에 들러 온기를 채우고자 합니다. 서촌 계단집을 찾았습니다. 방송에 많이 나온 곳이어서, 유명한 곳입니다. 저는 처음 방문합니다. 


청와대 앞길에서 경복궁을 따라 쭉 내려옵니다. 경복궁역에 다다를 무렵에 계단집이 있습니다. 반대 방향에서 이야기하면,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옵니다. 20~30m 가면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 입구가 나옵니다. 보시는 것처럼 골목길이 있고, 100m 정도 걸어들어오면 계단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서촌은 경복궁의 서쪽에 있다 해서 불려지는 마을 이름입니다. 서촌이 특별했습니다. 경복궁 광화문 주변은 높이를 알 수 없는 고층빌딩이 즐비합니다. 대로변에는 수많은 차들이 다닙니다. 그런데 길 하나 건너서 만나는 서촌은 이런 대도시 느낌이 아닙니다. 작은 도시의 골목을 걷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청와대가 있어서,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서촌을 좀 더 깊숙이 돌아봐야겠습니다. 

 



계단집 입구에는 스티로폼 박스가 높게 쌓여 있습니다. 해산물 올라온 박스인가 봅니다. 입구에는 영업시간이 적혀 있습니다. 오후 4시부터 새벽 1시까지 연중무휴. 주말, 여름에는 조금 더 일찍 문을 연다고도 합니다. 수요미식회, 식신로드 등 여러 방송에서 소개되었습니다. 방송에 나왔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마는, 어떤 곳일지 궁금하긴 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가게가 좁습니다. 좁은 통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몇 개의 테이블이 나옵니다. 친구가 2층으로 올라갔더니, 넓은 공간이 있다고 합니다. 아직은 해가 떠 있는 시간. 술꾼들이 찾기에는 이른 시간입니다. 한 테이블에서 한잔하시고 있습니다. 이내 자리를 떠났고, 우리만 남아서 한잔 기울입니다. 

 



벽에는 낙서가 가득합니다. 누가 왔다갔다느니, 누구랑 누구랑 사랑하니 뭐니 별의별 낙서가 가득합니다. 뭔가 좀 정신이 없지만, 가만히 낙서를 보는 것도 의외의 재미가 있습니다. 저도 뭘 하나 써볼까 생각만 하고 쓰지는 못했습니다. 

벽면에 여러 안주가 이름과 가격이 적혀 있습니다. 지역과 안주 이름이 같이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제주도 딱새우, 통영 돌멍게 등등 서울 한복판에서 먹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지역의 명물들이 보입니다. 해산물이라는게 지역과 계절에 영향을 받기에 가격과 종류는 변동될 수 있습니다. 

 



A4로 예쁘게 뽑아낸 메뉴. 그러면 뭘 먹어야 할지 정해야겠습니다.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 먹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해산물 메뉴를 보는데, 뭐가 하나 빠졌습니다. 봄이면 생각나는 그분 쭈꾸미입니다. 쭈꾸미도 하시나요? 물으니 있답니다. "쭈꾸미 숙회 주세요."

 



주문 후 얼마 되지 않아 기본 상차림이 올라왔습니다. 당근, 양파, 간장, 초장, 된장인지 쌈장인지 기억이 안나고. 그리고 홍합탕입니다. 칼칼하면서 시원한 홍합탕의 정석을 만났습니다. 예전에 퇴근길에 포장마차에서 홍합탕에 소주 한잔하고 집에 가던 기억이 있는데, 그 포장마차가 지금 없어졌습니다. 옛 기억이 떠오른 것이 기분 좋았습니다. 




쭈꾸미 숙회가 나왔습니다. 탱글탱글한 쭈꾸미 자태가 곱습니다. 쭈꾸미 밑으로는 미나리가 깔려 있습니다. 쭈꾸미를 숙회로 만나는 것은 처음일 듯합니다. 뭐 샤부샤부를 여러 번 먹긴 했는데, 샤부샤부와는 느낌이 다릅니다. 쿰쿰한 향기는 머리 쪽 내장에서 올라옵니다. 혹시라도 알이 들어 있을까 했는데 알이 들어있지는 않았습니다. 알밥 들은 쭈꾸미가 고소합니다.



먹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쭈꾸미, 미나리, 고추를 하나로 해서 먹었습니다. 숙회가 그냥 물에 넣었다 뺀다고 숙회가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물에 언제 넣고 얼마나 넣고 어떻게 빼내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질 것입니다. 계단집은 내공이 있는 집이여서 쭈꾸미가 맛있습니다. 적당한 텐션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즐기지도 연하지도 않은 것이 딱 먹기 좋습니다. 거기에 봄 미나리까지 더해지니 아주 금상첨화입니다. 







 



둘이서 쭈꾸미만으로 끝나기는 아쉽습니다. 그러면 뭘 먹을까 메뉴판을 다시 스캔합니다. 숙회를 먹었으니 숙회로 계속 가기로 합니다. 숙회 메뉴 제일 위에 참소라가 있습니다. 자고로 메뉴판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그 집의 대표주자 아니겠습니까? 길게 고민하지 않고 참소라 주문합니다. 소라 껍데기 위에 소라살들이 올려져 나왔습니다. 그냥 까먹는 것도 좋은데. 




참소라 특유의 달큰함이 좋습니다. 쭈꾸미에서 참소라로 넘어오길 잘했습니다. 쭈꾸미와 함께한 미나리를 더 먹고 싶었습니다. 미나리 추가합니다. 소라와 미나리와의 만남으로 더욱 풍성한 맛을 즐겨보고자 했습니다. 



서울 경복궁 서쪽 서촌에 있는 계단집입니다. 다양한 해산물을 맛나게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해물라면이 맛있다는데, 이날 왜 안 먹었을까요?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는 것은 한 번 더 갔다와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합니다. 계절이 바뀌면 또 다른 해산물을 만날 수 있겠지요? 그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또 한 번의 싱싱한 바다생물과의 만남을 기대해봅니다. 술은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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