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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영해만세시장 미주구리(기름가자미)

 

동해안 따라서 여행하고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한 번에 쭉 내려갈 수는 없습니다.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길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경상북도 영덕군부터 시작합니다. 영덕의 북쪽은 영해면입니다. 영해에는 영해만세시장이 있습니다. 시장에서 만난 푸짐한 생선회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영해만세시장이 전체적인 모습을 소개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시장에서 만세운동이 있었던 것을 기념하고자 시장 이름에 '만세'가 들어갔습니다. 영해시장, 영해관광시장 등으로도 불립니다. 영해만세시장은 상설시장과 오일장이 함께 운영합니다. 5, 10, 15, 20, 25, 30일에 오일장이 열립니다. 영해만세시장은 영덕에서 가장 큰 시장입니다. 영해가 과거에는 상당히 큰 행정구역이었습니다. 

 

 

 

 

 

 

시장 중앙의 메인 스트리트 옆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시장 입구가 북적이는 것에 비하여, 이쪽 골목은 조용합니다. 매대에 상품이 나와 있지 않기도 하고, 영업하는 곳인가?라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특산물 미주구리'라는 전광판의 글씨만이 선명합니다. 그런데 몇몇 아주머니들이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주머니 앞에는 상자가 있습니다.  

 

미주구리는 물가자미를 말합니다. 미주구리의 어원은 일본어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어 어원이라 해도 지역에서는 미주구리로 많이 불립니다. 물가자미도 정확한 명칭은 아닙니다. 진짜 이름은 기름가자미입니다. 미주구리는 엄청 많이 잡힙니다. 썩어도 파리가 오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먹고 탈이 잘 나지도 않습니다. 회, 조림, 구이 등 어떻게 해서 먹어도 맛있습니다.

 

 

 

 

 

상자는 주로 스티로폼입니다. 생선회를 쳐서 바구니에 담아두었습니다. 미주구리, 청어, 오징어 등이 보입니다. 보통 생선회라 하면 수족관이 있고 수족관에서 생선을 잡아서 한 점씩 뜨는 모습을 생각합니다. 영해만세시장은 다릅니다. 회를 미리 쳐서 바구니에 담아둡니다. 바구니에 회를 담아두는 것은 영해만세시장만의 모습입니다.

 

시장 아주머니들은 어설퍼 보이는 도시 총각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생선회 보고 가라고 합니다. 그러다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분과 눈빛이 마주쳤습니다. 총각은 조심스럽게 가격을 물어봅니다. 얼마예요?

 

아주머니는 1만 원이라고 답하십니다. 이 많은 것이 1만 원이라니 이거 실화인가? 이렇게 많이 주셔도 남는 것인가? 남으니까 이렇게 파시겠지? 등등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 먹고 나서 생각해 보니 1만 원어 치면 어른 3명까지도 먹겠더군요. 혼자 드신다면 5천 원어치만 되는지 물어보시고요.

 

 

 

 

 

재밌는 것은 회를 사면 미리 썰어둔 채소를 회 위에 얹어 준다는 것입니다. 생선회와 채소를 함께 먹으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회를 한 점씩 먹는 게 아니고, 이것저것 다 때려 넣고 푹푹 떠서 먹는 스타일입니다. 

 

 

 

 

 

아주머니에게 회를 사면서 먹을 곳이 있어요?라고 묻습니다. 아주머니는 저를 이끌고 옆 골목의 작은 식당으로 데리고 갑니다. 특별하기보다는 동네 사람들 다니는 식당입니다. 식당 사장님하고 친하신가 봅니다. 두 분은 가볍게 인사를 나누시고 저는 뭔가 낚인 듯한 기분을 안고 자리에 앉습니다. 여기 식당은 저처럼 회를 사 와서 먹기도 하지만 식당으로 바로 와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횟집 아주머니는 회를 식당 아주머니에게 건넵니다. 식당 아주머니는 회 위에다 미역, 깻잎, 고추 등 회 위에다 몇 가지 채소를 더 올립니다. 그리고 채소를 올린 회를 저에게 줍니다. 접시 위에 회가 펼쳐지니, 바구니에 담겨 있을 때 보다 더 많아 보입니다. 제가 위대한 대식가이지만 이것은 도저히 혼자서는 못 먹을 양입니다. 그래도 일단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채소와 회만 먹어봤습니다. 초장 찍지 않고요. 그냥 먹었을 때 고소합니다. 기름기가 있는 것들이라 느끼함도 있습니다. 초장이 필요합니다. 초장이라는 게 다른 음식 맛을 초장맛으로 덮어버리긴 하지만 비빔회로 먹기 어울리겠더군요.

 

 

 

 

 

보리밥이 나옵니다. 마침 밥솥에서 밥이 다 되었습니다. 영해 이쪽이 보리농사를 많이 짓는다더군요. 밥과 회가 만났습니다. 그러며 뭐다? 횟밥입니다.

 

 

 

 

 

보리밥 위에 생선을 올리면 횟밥입니다. 도시 일식집에서 회덮밥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회덮밥과 횟밥은 어감부터가 다릅니다. 바닷가 횟집에서는 횟밥이라고 합니다. 생선회를 구하기는 쉽고, 밥은 빨리 먹어야 할 것이고요. 회와 밥을 넣고 비벼서 한 끼 해결하는 것입니다. 회덮밥과는 다른 횟밥의 매력이 있습니다.

 

 

 

 

 

쓱쓱 비벼서 먹으면 맛있는 횟밥입니다. 회가 많아서 회를 듬뿍 넣었습니다. 시중에서 회덮밥 먹으면 채소만 가득할 경우가 많습니다. 이날 먹은 횟밥은 입안에 회로 가득 찼습니다. 영덕 영해에서 맛있는 추억을 더 해갑니다. 생선회에 소주 한 잔 곁들이는 것이 지당하겠으나 운전해야 해서 먹지 않았습니다. 대신 남은 회를 포장해서 저녁에 숙소에 들어가 먹기로 합니다.

 

 

 

 

 

식당에서 나온 기본 반찬. 토속적인 집 반찬. 제 입맛에는 조금 짜네요. 이렇게 식당에서 보리밥과 반찬 회 위에 올려진 채소 합쳐서 6천 원입니다. 

 

 

 

 

 

마침 회 파시던 아주머니가 다른 분에게 회를 갖다 주기 위해 오셨습니다. 아주머니에게 남은 회 포장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 아주머니가 아주 적극적이시네요. 제가 이것저것 사진 찍으니까 자신 가게에 와서 예쁘게 사진 찍어가라 하시고 명함도 챙겨주십니다. 초장은 별도 구매입니다. 시장에서는 직접 만든 초장을 판매합니다. 사진 가운데 동그란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긴 것을 1천 원에 구입했습니다. 큰 것은 3천 원

 

 

 

 

 

영해만세시장의 특산물은 미주구리, 문어, 대게, 미역.

 

 

 

 

 

회를 가지러 가니 아주머니께서 서비스로 가자미 좀 더 넣었다고 하시네요. 저녁에 숙소에 와서 뚜껑을 열었더니 회가 더 많아 보입니다. 회 아래 아이스팩이 깔려 있습니다. 여름이라 혹시 몰라서 생수 얼린 거 사서, 보냉을 좀 더 강화했습니다. 8~9시간 정도 있다 먹었는데 아무 문제없었습니다. 소주 한 병 따고 신나게 먹습니다. 많긴 많네요. 먹어도 쉽게 쉽게 줄지 않습니다. 배부릅니다.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 영해만세시장에서 미주구리라고 불리는 기름가자미(물가자미)와 청어를 먹었습니다. 두 생선 모두 어획량이 많아서 가격이 무척 저렴합니다. 동해안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입니다. 1만 원으로 푸짐하고 맛나게 먹을 수 있어 배부른 날이었습니다. 영덕 주변으로 가신다면 미주구리 드셔보시면 어떠실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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