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해수욕장
제주도 2박 3일 여행길입니다. 꽉 찬 3일을 보내고 제주도를 떠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3일 내내 부지런히 다녔기에 이제는 잠시 여유를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제주도 옥빛 바다를 봐야겠습니다. 함덕해수욕장 가는 버스가 곧 도착합니다. 함덕이 저를 부릅니다. 가자.
3일째 되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사려니숲길을 걸었습니다. 동문시장 와서 점심 먹고, 김만덕 기념관을 관람했습니다. 동문시장은 제주도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에 시내버스 노선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326번 버스를 타고 함덕으로 향합니다. 버스는 50분 정도 달려 함덕해수욕장 앞에 저를 내려줍니다.
함덕해수욕장 입구에서 5분 정도 걸어가니 눈부신 바다가 보입니다. 백사장이라는 이름이 딱 맞는 하얀 모래밭과 옥빛 바다가 펼쳐집니다. 제주도 하면 생각나는 그 바다입니다. 6월이지만 피서 나온 사람들로 함덕해수욕장은 북적입니다. 함덕해수욕장은 수심이 얕아서 아이들 놀기에도 좋습니다.
아침부터 계속 걸어 다녔더니 몸 이곳저곳에서 좀 쉬었다 가자는 신호를 줍니다. 예쁜 함덕 바다를 보면서 시원한 음료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나 찾아보았습니다. 함덕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델문도를 갈까 하다가, 낮에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패스. 뒤를 돌아보니 바닷가를 향해 카페가 있습니다.
카페 이름은 '라플라주(Laplage)'입니다. 라플라주 뜻을 찾아보니 바닷가, 해변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입니다. '밤안개 속의 데이트'라는 샹송 제목으로도 나옵니다. 바닷가라는 뜻이 맞을 것 같은데, 샹송 제목이 감성적이어서 맘에 듭니다. 빵도 판매하더군요. 점심을 거하게 먹어서 빵은 패스. 카페 안에 들어가면 여러 개의 테이블이 있습니다. 바다가 보입니다.
평상시 같으면 아무 생각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지만, 이때는 뭔가 기분을 좀 내고 싶었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라플라주의 시그니처 메뉴가 3가지 정도 있더군요. 그중에서 함덕선셋을 주문했습니다. 해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달콤쌉싸롬하네요. 아저씨 입맛에는 특이한 음료입니다.
음료 마시면서 앞에 펼쳐지는 바다를 살며시 바라봅니다. 그래 이게 여행이지. 이렇게 여유 있게 바다를 보면서 망중한을 즐기는 시간도 사이사이 가져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마음에 여유가 있으니 바다가 더욱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오랫동안 물멍을 즐겼습니다.
카페에서 쉬면서 심신의 안정을 찾았으니 함덕을 가깝게 만나러 나가야겠습니다. 바닷가에서 사람들이 뭘 잡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보말 잡는거 같습니다. 보말은 고동입니다. 작은 조개입니다.
투명한 물빛이 예술입니다.
함덕의 모래는 유난히 밝고 하얗습니다. 함덕뿐만 아니라 제주도 바다의 모래가 유난히 밝습니다. 조개껍데기가 부서져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주도는 해변으로 하천이 이어지지 않기에, 육지 해수욕장처럼 돌이 부서진 모래가 해변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조개가 닳고 닳았을까요? 함덕의 바다가 유난히 반짝입니다.
제주국제공항에서 함덕을 가는 길에 삼양해수욕장이 있습니다. 삼양검은모래해변으로 불립니다. 삼양해수욕장 모래는 검은색입니다. 한라산의 검은색 현무암들이 삼양해수욕장으로 내려온 것입니다. 삼양과 함덕 두 해수욕장을 비교하면서, 제주도를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함덕해수욕장은 함덕서우봉해변으로 불립니다. 함덕해수욕장을 감싸고 있는 오름이 서우봉입니다. 서우봉은 살찐 물소가 뭍으로 기어 올라가는 모양이라는 뜻입니다. 서우봉(犀牛峰)은 서모, 망오름, 서모봉 등으로도 불립니다. 김방경 장군과 삼별초군의 대격전의 현장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전쟁을 위해 동굴을 파놓기도 했습니다.
서우봉 덕분에 함덕이라는 마을이 만들어졌습니다. 서우봉에 올라 바라보는 일출, 일몰 풍경도 좋습니다. 봄이면 서우봉에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납니다.
함덕(咸德)이라는 지명은 함씨 할머니가 놓은 돌다리인 함다리에서 유래되었다는 썰이 있습니다. 덕은 제주도어로 너럭바위를 뜻한다는군요. 함(咸)자가 다하다, 모두 등의 뜻입니다. 덕 있는 덕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는 뜻으로도 해석합니다. 함덕은 리 단위의 행정구역이지만, 1, 2, 3 ,4, 5구로 나누어질 정도로 크고 많은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함덕을 여러 번 오긴 했는데, 이렇게 좋은 날씨에 바다만 보러 온 것은 처음입니다. 노을을 보며 실연의 아픔을 삭힌 적도 있고, 일몰 보겠다고 비바람을 뚫고 왔던 적도 있고, 한여름에 올레길 걸으며 지나가기도 했고요. 함덕은 저에게 있어도 많은 추억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이번에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함덕은 많은 여행자가 찾는 명소입니다. 해수욕장 뒤로 숙박시설과 맛집이 많습니다. 제주도에 오면 함덕에서만 며칠씩 묵고 가는 지인도 있습니다. "넌 함덕이 뭐가 그렇게 좋냐?" 물으니 "그냥 좋아" 답합니다. 좋은 것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게 함덕에서 시간을 보내고 제주 시내로 향합니다. 함덕해수욕장에서 제주 시내로 가는 버스는 많이 있습니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버스가 옵니다. 311번 버스가 옵니다. 버스는 국립제주박물관, 골막국수를 거쳐 공항으로 향합니다. 국립제주박물관은 계획에 없었는데, 박물관이 보여서 내렸습니다.
제주도 함덕은 '한국의 몰디브'라는 별칭이 있더군요. 외국에 비유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만큼 함덕을 예쁘게 봐주는 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맑고 푸른 바다를 쉽게 만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주도의 아름다움이고 함덕의 매력일 것입니다. 함덕은 낮에도 좋지만, 밤에 노을 질 때 풍경도 예쁘답니다. 제주도 동쪽으로 향하신다면 함덕에서 잠시 시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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