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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덕적식당 민어회

 

올 가을에는 비가 많이 옵니다. 비 오는 가을날 혼술이 땡깁니다. 집에서 조용히 먹으면 재미없고, 빗길을 뚫고 어딘가를 가야겠습니다. 집을 나와서 인천행 전철에 몸을 싣습니다. 인천 신포시장 덕적식당에서 민어회를 안주 삼아 홀로 술잔을 기울입니다.  

 

구로역에서 출발한 급행 전철은 동인천역이 종착지입니다. 동인천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신포시장까지 걸어갑니다. 걸어서 15분 정도 걸립니다. 터벅터벅 걸으며 낯선 도시의 공기를 느껴봅니다. 

 

 

 

 

길 건너서 왼쪽 하얀 자동차 옆으로 길게 뻗은 길을 따라 쭉 직진합니다. 

 

 

 

 

동인천역에서 신포시장까지는 지하상가가 있습니다. 비 오는 날이기에 지하상가로 갈 법도 합니다. 이날은 우산 쓰고 비 내음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지하상가는 출입구마다 번호가 있습니다. 지하상가로 간다면 27번 출구로 나오면 됩니다. 신포시장의 명물인 닭강정 골목으로 들어섭니다. 여러 곳의 닭강정집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콤달콤한 닭강정의 유혹을 뒤로하고 시장 안쪽으로 쭉 들어갑니다. 

 

 

 

 

 

 

 

 

시장 골목 안으로 쭉 들어오다가 공중화장실 방면으로 들어옵니다. 너른 공터가 나옵니다. 신포시장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조형물과 안내판이 있습니다. 부근에 민어 파는 식당이 몇 집 보입니다. 동인천민어골목이라고 불립니다. 

 

 

 

 

등대 위에 갈매기 끼룩끼룩하며 앉아 있습니다. 

 

개항 이후 제물포 일대에 상설시장이 만들어집니다. 옛날에 인천을 제물포라고 불렸습니다. 1895년경 서울에서 온 어물 객주가 생선 장사를 시작합니다. 중국 사람들의 푸성귀전이 더해집니다. 신포시장은 점차 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시장이 됩니다. 신포시장은 인천 최초의 근대적 상설시장입니다. 

 

 

 

 

덕적식당은 민어골목에서 한 블록 더 들어가 옷 수선골목을 지나서야 식당이 보입니다. 시장 한편에 있는 자그마한 식당입니다. 아는 사람만 찾아올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덕적식당의 존재는 오래전부터 알았는데 방문은 처음입니다. 

 

식당이 덕적도와 관련 있어서 덕적식당이라 이름 지은 것으로 추측해봅니다. 덕적도는 1960년대까지 민어 파시가 있을 만큼 민어가 많이 잡혔습니다. 지금 민어하면 목포를 먼저 떠오르지만, 민어는 서해에서 흔히 잡히는 생선이었습니다. 서해의 여러 섬에서 잡힌 민어는 인천으로 들어왔습니다. 현재도 인천에 민어집들이 남아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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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너댓개 정도 있는 작은 식당입니다. 아마도 이날은 제가 첫 손님인 것 같습니다. 맨 끝자리에 자리를 잡습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머니와 따님이 운영하시는 것 같네요. 

 

 

 

 

덕적식당은 민어회 전문식당입니다. 민어회, 민어전, 민어탕이 있습니다. 목포 민어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민어 1접시가 45,000원 정도 합니다. 신포시장 내 다른 민어집들은 대, 중, 소로 해서 나누고. 대 짜리는 10만 원이 넘습니다. 식당들이 정확하게 얼마의 무게로 담아 내오는지를 적고 있지 않아서 정확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보이는 가격으로만 보면 덕적식당이 매력 있습니다. 

 

덕적식당은 1인분씩 판매하니까 저처럼 혼술하러 오는 사람도 부담이 없습니다. 횟집에서 혼자 온 손님은 받지 않는다고 문전박대당한 경험이 몇 번 있어서 1인분 나오는 횟집을 사랑합니다. 

 

 

 

 

작은 접시에 기본 반찬 6가지가 담겨 나왔습니다. 반찬이 입맛에 맞습니다. 민어회가 나오니까 반찬에 손이 잘 안 가더라고요. 나중에 공깃밥 시켜서 싹 다 먹었습니다. 

 

 

 

 

민어회를 맛있게 즐기기 위한 양념장도 나옵니다. 쌈장, 기름장, 마늘은 기본으로 나오고요. 빈 그릇에는 간장과 초고추장을 알아서 담습니다. 목포 민어거리에 있는 식당에서처럼 별도의 특제 양념장은 없습니다. 

 

 

 

 

간장과 초고추장은 테이블에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민어회 1인분이 나왔습니다. 민어회가 밑에 있고 그 위로 껍질, 부레 등이 올려져 있습니다. 여러 부위가 골고루 담겨 있습니다. 다양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겠습니다. 보기만 해도 므흣한 미소가 번집니다. 

 

 

 

 

민어는 물 위로 올라오면 금방 죽습니다. 활어로 유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선어로 먹습니다. 배에서 잡자마자 올라온 녀석을 활어로 먹으면 그렇게 맛있다고는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육지로 가지고 와서 식당 나름의 방법으로 숙성을 해서 손님상에 나옵니다. 선어는 살이 무르기 때문에 얇게 썰리지 않고 큼직큼직하게 썰립니다.

 

민어는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생선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먹습니다. 민어는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부위별로 조금씩 나눠서 한 접시에 담아 나옵니다. 껍질까지요. 하얀 것은 뱃살

 

 

 

 

이렇게 근사한 덕적식당 민어회 1인분 차림이 완성되었습니다. 술 한잔 빠질 수 없을 것이고요. 그러면 이제부터 열심히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 가지 양념장이 있지만 저는 쌈장에 먹는 게 제일 좋습니다. 민어가 맛있는 시기를 여름이라고 많이들 얘기합니다. 9월이 산란철이니 그 전에 살이 오른다는 것이죠. 저는 언제 먹어도 맛있습니다. 민어 살 특유의 부드러우면서 감칠맛 나는 식감은 먹는 이의 마음을 기분 좋게 합니다. 

 

 

 

 

껍질은 기름장에도 찍어 먹습니다. 담백하고 쫄깃합니다.  

 

 

 

 

 

 

 

 

부레도 열심히 챙겨 먹습니다. 부레는 민어회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부위입니다. 부레는 물고기 공기주머니입니다. 민어 부레는 녹여서 접착제 아교로 사용했습니다. 부레 맛은 오묘합니다. 야들야들하진 않습니다. 처음 씹을 때는 껌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맛이지? 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게 계속 씹다 보면 묘한 질감이 느껴지면서 당기는 맛이 있습니다. 

 

 

 

 

부레도 기름장에 살짝 찍어서 먹어봤습니다. 

 

 

 

 

민어회 다 먹고 공깃밥 추가했습니다. 갓 지은 따스한 잡곡밥입니다. 남은 반찬하고해서 마무리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민어탕을 주문해서 함께 먹었으면 했지만, 오늘은 여기서 스톱. 뭔가 여지를 남겨놔야 다음에 와서 또 먹을 수 있으니까요. 민어회 한두 점 남겼다가 초밥처럼 먹어도 괜찮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덕적식당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창 밖으로 인천역 차이나타운 패루가 보입니다. 비 내리는 차창 밖으로 패루가 흐릿하게 보입니다. 인천에 왔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비 오는 날 시장 작은 술집에서 먹는 술 한잔의 여유와 감성을 좋아합니다. 오랜만에 누구의 간섭도 없이 맘 편하게 맛있는 안주와 함께했습니다. 잘 먹고 나와서 인천의 다른 명소들을 찾아 나섭니다. 생각보다 비가 많이 와서 신발과 옷이 다 젖었습니다만 마음은 상쾌합니다. 

 

저는 동인천역에서 왔지만, 신포역으로 나오면 좀 더 가깝게 갈 수 있습니다. 신포역에서는 걸어서 5분 정도. 일요일은 휴무시고,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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